한국이 독자 개발한 첫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Ⅱ)'의 성공으로 한국은 세계 7대 우주 강국을 향한 첫발을 뗐다. 누리호의 발사 성공은 한국의 우주 기술 경쟁력을 재 확인하는 과정이자, 한국이 우주 탐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한 신호탄이다.
전 세계는 지금 치열한 '우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전통 우주 강국 뿐 아니라 이제 막 우주 개발을 시도하는 국가와 민간 기업까지 앞다퉈 우주를 향해 로켓과 위성, 탐사선을 쏘고있다. 지난 2021년에는 우주개발 역사상 가장 많은 144기의 발사체가 우주로 발사됐다. 2000년대 들어 한 해 70기 정도에 머물렀던 우주 발사가 두 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이는 미국과 소련간 냉전 시기이자 아폴로 달탐사가 한창이던 1960년대 중후반보다도 더 많은 숫자다. 우주 분야 컨설팅 업체인 유로컨설트는 2019년부터 2028년까지 우주 발사가 과거 10년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한국 역시 본격적인 우주 개발 시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내년부터 향후 5년간 총 4차례의 누리호 반복발사를 통해 독자적인 위성 발사 서비스 사업을 본격화 할 계획이다. 올해 8월에는 앞서 개발된 첫 한국형 달 궤도선이 스페이스X의 팰컨9에 실려 발사된다. 내년부터는 2031년 발사를 목표로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도 예정돼 있다. 차세대 발사체 개발은 개발 완료후 2031년 한국의 첫 달 착륙선을 싣고 우주로 날아오를 전망이다.
누리호의 세 번째 발사는 내년 중으로 예정돼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2027년까지 누리호를 반복 발사하면서 발사체의 신뢰성을 높이고 우주산업 생태계를 육성하기 위한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에 약 6873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미 내년에 발사될 누리호 비행모델 3호(FM3)은 현재 단별 조립이 진행중이다. 세번째 누리호 부터는 성능 검증 위성이 아닌 실제 위성을 싣고 우주로 향한다. 누리호 3호 에는 '차세대소형위성(NEXTSat) 2호'가 실린다. 저궤도 과학위성인 차세대소형위성은 2012년부터 KAIST 인공위성연구소 주도로 경량화·모듈화를 거쳐 한국이 독자 개발한 국내 최초의 표준 소형위성이다. 누리호가 쏘아올릴 150㎏급의 차세대소형위성 2호에는 지구 관측에 용이한 X-대역 영상레이다 등 과학장비가 탑재된다. 앞서 개발된 100㎏급 차세대소형위성 1호는 2018년 말 미국의 우주개발기업 스페이스X의 재사용 로켓 '팰컨9'에 실려 발사됐다.
2024년에 발사될 네 번째 누리호에는 500㎏급 지상관측 위성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와 50㎏ 이하의 '초소형위성 1호'가 탑재된다. 정부는 초소형위성 1호를 시작으로 2031년까지 6세대(G) 통신망 구축, 우주전파 환경 관측 등에 활용할 초소형위성 100기를 산업체 주도로 개발할 계획이다. 초소형위성 2·3·4·5·6호는 2026년 5번째 누리호 비행모델에 실려 발사되고, 이어 2027년에는 초소형위성 7·8·9·10·11호가 마지막 누리호인 누리호6호에 실려 우주로 올라간다.
누리호는 한 번에 1.5t을 지구 저궤도까지 실어나를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위성들을 싣고도 남는 공간은 해외 위성에 발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임종빈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 팀장은 "무료 혹은 매우 낮은 비용으로 해외 위성에 발사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한국형발사체(누리호)의 실용성을 입증하고 세계적인 인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는 한국이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데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누리호 발사는 6호로 마무리 되지만, 누리호를 통해 확보한 기술력은 향후 대형·소형 발사체 개발에 활용된다. 누리호 개발 과정에서 만든 75t급 액체엔진은 향후 성능 개선과 클러스터링(여러 개의 엔진을 묶는 것)을 통해 대형·소형 발사체 개발에 활용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2030년부터는 모든 국내 중·소형 위성 발사 서비스를 민간 주도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개발에 착수하는 한국형 차세대 발사체 역시 누리호 개발 과정에서의 노하우가 반영된다. 누리호보다 더 먼 우주로 향할 차세대 발사체는 액체산소-케로신(등유) 기반 2단형 발사체로 개발된다. 1단 엔진은 100t급 다단연소사이클 방식 액체엔진 5기를 묶는 클러스터링 기술과 함께 재점화, 추력 조절 등 재사용 발사체 기반 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다. 2단 엔진은 10t급 다단연소사이클 방식 액체엔진 2기로 구성되고 다회점화, 추력 조절 등의 기술이 도입된다.
3단 로켓이었던 누리호보다 단수는 줄었지만 추력은 크게 늘었다. 차세대 발사체는 600~800㎞ 상공인 지구저궤도에는 10t, 달탐사·착륙선 궤도에는 1.8t의 화물을 보낼 수 있도록 설계된다. 본격적인 첫 임무는 2031년 달착륙선 발사다. 차세대 발사체는 설계부터 최종 발사에 이르는 전 과정을 추후 선정될 체계종합기업이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공동 수행하는 등 개발 단계부터 우주기업 육성을 목표로 추진한다.
발사체 개발과는 별도로 우주탐사, 위성 및 위성 항법 시스템 개발도 정부의 우주개발진흥계획에 맞춰 진행중이다. 약 7년간의 개발 기간을 거친 한국형 달 궤도선 '다누리(KPLO)'는 8월 1일 미국에서 발사돼 오는 12월 달에 도착 예정이다.달에 도착한 후에는 인공위성처럼 1년동안 달 주위를 돌며 임무를 수행한다. 다누리에는 향후 달에 사람이 내릴 후보지를 찾기 위한 미 항공우주국(NASA)의 쉐도우캠과 달의 기원을 연구하기 위한 자기장 측정 장비, 달 자원 유무를 탐사하는 감마선 분광기 등이 탑재되어있다. 2031년 한국형 차세대 발사체에 실려 한국에서 발사될 달 착륙선 역시 차질없이 개발되고 있다.
3조 7000억원의 예산과 14년의 긴 시간이 투입되는 초거대 프로젝트인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개발도 올해부터 착수된다.KPS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에 한해 cm급 초정밀 위치·항법·시각 정보를 제공한다. 2035년 KPS 구축이 완료되면 미국에서 만든 위성항법시스템(GPS)과 호환하면서 비상시에는 독자적으로 지금보다 한 차원 높은 위치·항법·시각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2027년 위성 1호기 발사를 시작으로 2035년까지 총 8기의 위성과 지상·사용자 시스템이 구축된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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