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없는 교실서 한 뒷담화도 학교폭력?…엇갈린 교육당국·법원

교육당국 "따돌림·언어폭력" 서면사과 징계 처분…처분 대상 학생 반발
법원 "피해자 인격가치 훼손하려는 경멸적 감정 없었다…징계는 부당"

당사자가 없는 교실에서 나눈 뒷담화도 학교폭력이라고 봐야할까요? 교육당국은 이를 학교폭력으로 판단한 반면 법원은 표현의 수위가 심하지 않다면 뒷담화가 반드시 학교폭력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A군은 충북 음성 소재의 모 학교에 다니던 지난해 7월, 교실에서 야간학습을 하던 도중 친구들과 동급생 B군을 놀리는 말, 소위 말하는 '뒷담화'를 했습니다.

당시 B군은 교실에 없었으나 뒤늦게 친구를 통해 동급생들이 자신의 뒷담화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불안하고 눈치가 보인다며 부정적인 감정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B군의 부모는 자녀가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학교 측에 학교폭력 신고를 했습니다.

학교폭력 이미지 / 사진=연합뉴스

교육당국은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를 열어 A군의 행위가 학교폭력예방법상 따돌림과 언어폭력에 해당한다며 A군에게 B군을 대상으로 '서면사과'를 하라는 내용의 징계를 의결했습니다.

이에 A군은 학교 측이 심의위원회 의결대로 처분하자 교육당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B군을 조롱하거나 비하하는 뜻을 담은 행위가 아니었다. 설사 이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징계 처분이 달성하려는 공익보다 A군의 인격권 피해가 훨씬 커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A군의 주장에 대해 법원은 교육당국과 달리 A군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21일 청주지법 행정1부(김성수 부장판사)는 A군이 음성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낸 '징계조치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운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학교폭력예방법을 해석적용함에 있어 국민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며 "이는 학교폭력 여부를 판단할 때 지나친 확대·해석을 방지하려는 취지"라고 전했습니다.

재판부는 "A군이 B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탕으로 해당 사건에서 문제가 된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B군이 없는 자리에서 그에게 전달될 것을 염두에 두고 고의적으로 B군에게 심리적·정신적 고통을 주기 위해 해당 행위를 한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사건 행위에 B군의 인격적 가치를 훼손할 만한 경멸적 감정이 담겼다고도 보기 어렵다"면서 "A군의 행위를 따돌림 또는 언어폭력으로 본 처분은 사유가 부족해 위법하기에 취소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