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명 미술품 기증'하고 세상 떠난 수집가 끔찍한 과거에 호주 '발칵'
입력 2022-06-20 21:54 
[사진출처 = 연합뉴스]



100점에 이르는 미술품을 기부하고 세상을 떠난 동유럽 출신 유명 수집가가 과거 나치 협력자였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호주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호주 매체 디오스트레일리안은 리투아니아계로 알려진 미술품 수집가인 고 밥 스레데르사스가 나치 독일 보안 기관의 정보 장교로 근무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디오스트레일리안에 따르면 1950년 호주로 건너온 스레데르사스는 울런공시의 BHP제철소에서 근무하면서 30년 넘게 미술품을 수집했다.
그가 수집한 미술품에는 아서 스트리턴, 마거릿 프레스턴, 노르만 린제리 등 호주에서 유명한 예술가 작품이 많았다.

그는 사망 5년 전인 1982년에 수집품을 울런공시 미술 갤러리에 기증했고 시는 그의 공헌을 기려 전시회를 열고 명판을 새기기도 했다.
그런 그가 나치 협력자로 드러난 것은 올해 초 마이클 사마라스 전 울런공 시의원이 의혹을 제기하면서부터다.
시의회와 뉴사우스웨일스 유대인 위원회는 즉각 조사에 나섰고 집단학살 사건 전문 역사가 콘래드 크위트 교수는 스레데르사스가 1941년부터 1945년 1월까지 나치 보안대 소속 정보장교로 근무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 시기는 나치 독일이 리투아니아를 점령하던 때와 일치한다.
조사위는 스레데르사스는 나치 친위대장인 하인리히 히믈러가 이끌던 친위대 SS의 하위 조직이던 SD에서 적에 대한 정보 수집 업무를 담당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는 "스레데르사스가 리투아니아에서 나치 정책을 수행하는 정보 장교로서 일하면서 나치 협력자들이 자행한 끔찍한 범죄에 공모했다는 점에서 그 또한 협력자로 분류할 수 있다"며 "다만 집단학살에 직접 가담했다는 기록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고 적었다.
크위트 교수는 "스레데르사스는 격동의 시기에 전략적으로 경력을 엮어낸 기회주의자이자 진정한 카멜레온"이라고 비판했다.
고든 브레드버리 울런공 시장은 "이번 조사 결과가 확정된다면 우리는 스레데르사스의 과거를 인정할 적절한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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