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아 학대' 양부모 판결에 "판사 자격 없어" 저격…왜?

김해 입양아 학대 사건에 1심 징역 1년에 집유 2년
의사·아동 관련 단체 "제 2의 정인이 막아야"

경남 김해에서 양부모에게 학대를 받다 스스로 경찰에 찾아간 초등학생의 사연이 알려진 바 있습니다. 이후 양부모는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됐고, 1심 재판부는 이들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의사·아동 관련 단체에서는 "판사 자격이 없다"고 저격하고 나섰습니다.

사진 = 연합뉴스

앞서 지난 17일 창원지법은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양부모 A(43)·B(41)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아동학대 재범예방 강의 40시간 수강과 사회봉사 160시간을 명령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어린 피해 아동을 사실상 배제·희생시켜 부모로서 기본적 의무를 저버렸다"면서도 "피고인들이 일부 잘못을 반성하고 피해 아동의 정서적 치료를 위해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소아청소년의사회는 "판사는 부모로서 기본적인 의무를 져버렸다면서도 친딸을 부양해야 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을 반영했다고 한다"며 "이 천인공노할 극악 무도하며 반복된 범죄행위에 대해 해당 판사는 집행유예의 솜방망이 처벌로도 모자라 부모가 아이 치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가정 복귀를 암시하기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동학대 범죄가 제대로 처벌 받지 않고 가해자들로부터 피해자가 분리되지 않는 경우 그 피해 아동에 대한 아동학대는 정인이의 예에서 볼 수 있듯 결국 사망에 이르러서야 끝난다"며 "아이가 가해자들에게 돌아가 결국 사망에 이르러야, 그 때서야 제대로 가해자들을 단죄 하겠다고 나설 것이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소아청소년의사회는 "아동학대 범죄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이고 어떻게 피해 아동의 삶을 평생 망가 뜨리는 중범죄 인지에 대한 이해가 제대로 없다면 함부로 법대에 앉아서 헌 칼 휘두르듯 판결봉 휘드르지 말라"며 "판사 자격이 없는 사람이 법대에 앉아 정의를 행하겠다고 하는 것 만큼 위험한 일이 없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놨습니다.

한국지역아동센터연합회도 성명을 통해 "제 2의 정인이 사건, 아이가 죽어야만 해결할 것인가. ‘냉골 아동학대 사건 아이를 지옥으로 다시 밀어 넣은 판결을 규탄한다"며 "천인공노할 학대를 자행한 이들에게 다시 아이를 지옥으로 밀어 넣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재판부는 즉시 법관의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학대 피해 아동이 경찰서에 직접 가서 신고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또 다른 정인이로서 아동과 맞닥뜨렸을지 모른다"며 "아동학대행위자인 입양부모의 자격박탈에 대한 논의는커녕 심각한 학대후유증이 있는 아동을 학대 행위자에게 다시 보호시키고자 한다는 것은 판사가 오히려 아동복지법을 위반하는 것이며 학대 받은 아동을 학대행위자로부터 분리하고 보호하는 아동학대예방사업의 근간을 뒤집는 판결"이라고 비난했습니다.

A·B씨에게 입양된 초등학생 C군은 지난 2020년 12월 양부모에게 폭언을 듣고 한겨울에 방치돼 화장실 수돗물을 마시고 찬물로 목욕을 하는 등 학대를 당했다며 인근 지구대를 스스로 찾아 신고했습니다. C군은 경찰 조사에서 양부모가 자신을 향해 '너 같은 XX랑은 살 필요가 없다', '담벼락에 머리를 찧어라', '산에 올라가 절벽에서 뛰어 내리라'고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