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진행한 무순위 청약에 90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전국에서 집값이 하락하는 속도가 가장 빠른 지역이지만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분양돼 '4억원 로또'로 불리는 등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는 분석이다.
20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세종시 집현동 '세종더휴예미지' 두 가구 무순위 청약에 9747명이 신청해 4873.5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전용면적 84㎡가 6885대 1, 전용면적 59㎡가 2862대 1로 집계됐다. 일반분양과 달리 세종에 거주하는 무주택세대구성원만 신청할 수 있었음에도 청약통장이 쏟아졌다. 이 단지는 2019년 5월부터 6월까지 정당계약을 받아 지난해 11월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총 338가구 규모다.
세종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집값 하락률이 7.0%로 가장 높다. 지난해 7월 26일 이후 지난 13일까지 47주 연속 내림세를 나타냈다. 세종은 2년 전 행정수도 이전 호재가 반영돼 집값이 급등했으나 이후 부동산 시장에 쌓인 피로감과 집값이 고점에 다다랐다는 인식이 맞물려 낙폭을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청약시장의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는 이유로 낮은 분양가가 꼽힌다. 세종더휴예미지의 분양가는 84㎡(D타입)와 59.98㎡(C타입)가 각각 3억4200만원과 2억5900만원으로 책정됐다. 민간참여 공공분양 아파트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됐다.
인근 아파트 단지인 '수루배마을4단지더샵예미지' 85㎡가 지난달 7억5500만원에 손바뀜됐고, '중흥S클래스에듀마크' 85㎡도 지난 3월 7억3300만원에 거래된 것을 고려하면 4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예미지리버포레' 59㎡는 지난 4월 4억6500만원에 팔렸고, '수루배6단지세종더샵예미지' 59㎡의 호가는 현재 5억원 안팎이다. 모두 분양가보다 2억원 가까이 높은 가격으로 시세 형성이 돼 있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서울 '칸타빌수유펠리스'와 인천 '송도럭스오션SK뷰', 대구 '만촌자이르네', 전남 '남악오룡시티프라디움' 등 다수의 단지가 미달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청약 불패로 불리는 서울과 대기업 브랜드 아파트도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1% 미만이었던 수도권 아파트 청약 미달률은 올해 들어 20%를 넘어섰다.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수도권 아파트 일반공급 물량 가운데 청약이 미달 사태를 겪은 물량의 비중은 21.3%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0.9%)와 비교해 20배 이상 확대됐다.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도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 2020년 27.92대 1→2021년 19.79대 1→2022년 5월까지 12.11대 1로 매수세가 얼어붙는 분위기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세종 부동산 시장은 그동안 폭등세가 가팔랐던 만큼 강도 높은 조정기를 겪고 있는 모습"이라며 "수요가 크게 부족한 흐름이 아니기에 집값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대다수 미분양 단지들은 분양가가 시세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기 때문에 수요층이 선뜻 청약에 나설 수 없었던 것"이라며 "분양가가 저렴할수록 부동산 시장 하락 신호에도 큰 타격을 입지 않으리라는 계산에 맞춰 수요자들이 움직이고 있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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