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삼성전자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겠습니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센터장의 말이다.
최근 대내외적 악재 속 코스피 큰형님 삼성전자가 '5만 전자'로 추락하면서 개미들의 근심은 깊어지고 있다.
황 센터장은 지난 17일 매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는 고점 대비 주가수익비율(PER) 하락률이 컸던 종목으로, 올해 1분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주가가 크게 밀린 만큼 밸류에이션 조정이 이미 진행됐다"며 하반기 추천 종목으로 삼성전자를 콕 집었다.
황 센터장은 지난 2002년 현대증권에서 애널리스트 생활을 시작한 2008년 하나금융투자에 둥지를 틀었다. 그는 그해부터 리서치센터장을 맡기 직전인 2020년까지 12년 동안 베스트 애널리스트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이어 그는 "삼성전자는 수출 비중이 90%에 육박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상승기에 매출액과 영업이익률이 동시에 증가하는 등 큰 수혜를 받을 수 있다"며 "또 최근 삼성전자가 연초 대비 외인 지분율이 축소된 만큼 하반기에는 수급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실제 올해 삼성전자의 외국인 비중은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 1월 52%을 웃돌았던 외국인 보유 비중은 3월 51%대로 줄었고, 최근 50%를 간신히 넘는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보유 비중은 지난 2016년 4월 29일(49.59%) 이후 5년 넘게 한 번도 50%를 하회한 적이 없다.
황 센터장은 개미들의 '최애' 삼성전자에 대해선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한편 전반적인 증시 상황은 하반기에도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하반기 '삼천피'를 회복할 것이란 기대감도 내놓고 있지만 황 센터장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그는 "당초 하나금융투자증권에서 제시한 올해 하반기 코스피 밴드 2530~2810포인트에서 하단을 2400포인트로 하향한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6월 FOMC에서 1994년 11월 이후 28년 만에 기준금리를 단번에 75bp를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강행한 뒤, 남은 4차례의 회의에서 163bp 가량을 추가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 지난 15일(현지시간) 공개된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인 점도표(dot plot)에 따르면 FOMC 위원들은 올해 말 금리 수준을 3.4%로 전망하기도 했다. 또 황 센터장은 6월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인해 한국과 미국 기준 금리가 같아진 만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역시 곧이어 기준금리 50bp 상향을 결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원자재 가격의 상승과 공급망 차질 등으로 헤드라인 물가의 피크 아웃이 지연된다면 연준은 가파른 금리 인상을 이어가면서 수요를 억누를 공산이 크다"며 "하반기 미국의 소비 경기 모멘텀이 약화되면 9월 이후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을 높게 보지만 연준의 속도 조절을 위해서는 물가의 안정적인 추세 전환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코스피는 2020년 11월 이후 1년 7개월만에 장중 한때 2400선이 붕괴됐다. 이같은 하락세는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빠르게 짐을 싸고 떠나고 있는 탓이 크다. 외국인 투자자들 지난 2일부터 17일까지 단 1거래일을 빼놓고 11거래일간 '팔자'세를 보이며 4조136억원을 덜어냈다. 달러 강세에 따른 환율 상승이 수급을 더욱 악화시키는 모습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300원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 황 센터장은 "하반기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해 주요국들의 긴축 흐름이 동반되면서 내외금리차가 축소돼 달러의 약보합 전환이 나타날 것"이라면서도 "다만 무역수지 적자와 개인들의 해외 투자 확대 등 달러 유출 요인 역시 많아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이며, 연말까지 1200원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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