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주말 아침인데 소음 때문에 손녀가 깼다"…아크로비스타 앞 시위 현장 가보니[르포]
입력 2022-06-19 20:08  | 수정 2022-06-20 22:34
아크로비스타 앞 서울의소리 집회현장. [사진 = 한재혁 인턴기자]

주말인 19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앞은 여러 소음이 뒤섞여 소란스러웠다. 인터넷 언론사 '서울의소리' 측이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에 대한 '맞불 집회'를 엿새째 이어나가며 보수 단체와 충돌하는 등 소동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서울의소리 측은 이날도 윤 대통령의 자택 길 건너편인 서울 서초동 서울회생법원 정문 앞에서 스피커를 동원해 가요를 틀거나 따라부르는 등의 시위를 이어 나갔다.
현장에선 아크로비스타 외벽 위에는 경찰들이 4개의 소음 측정기를 설치한 채 시위 소음을 측정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측정한 아크로비스타 앞 도로의 소음은 최대 81.5db를 기록하기도 했다. KTX 하행선 운행 시 발생하는 소음과 비슷한 수치다.
서울의소리 집회현장 옆 신자유연대 집회 처막. [사진 = 한재혁 인턴기자]
서울의소리 집회 현장에서 불과 10m 가량 떨어진 곳에선 보수 단체인 신자유연대가 시위를 위해 천막을 치고 있었다. 서울의소리 측의 맞불 집회에 대한 '재'맞불 집회를 하기 위해서다. 그러던 중 맞은 편 도로에선 신자유연대를 향해 고함을 친 남성이 경찰 6명에게 둘러싸이는 상황도 발생했다.
이날 서울의소리와 신자유연대측은 문 대통령 사저 앞 욕설 시위에 관한 책임 공방을 벌였다.
서울의소리 측이 욕설 집회를 그만둘 의향이 있는지 묻자 신자유연대 관계자는 "현재 문 전 대통령 양산 사저 집회에 신자유연대 회원은 없고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와 일부 유튜버만 참여중인 걸로 안다"며 "신자유연대는 양산 시위와는 관련 없다"고 반박했다.
정작 코백회 측은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이다. 코백회 관계자는 "코백회가 욕설 시위를 주도했다는 잘못된 주장으로 인해 야권 지지자들로부터 협박전화까지 받았다"며 "더 이상 정쟁의 대상으로 코백회를 끌어들이지 말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오히려 코백회는 집회를 금지당했다"며 "그럼에도 욕설 시위가 코백회와 관련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백신 피해자 유가족을 또다시 희생양으로 이용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아크로비스타 외벽에 걸린 현수막. [사진 = 한재혁 인턴기자]
진영 간 갈등이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그 피해는 인근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가고 있다.
이날 집회 현장을 지나던 인근 주민 60대 A씨는 "할 짓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오랜만에 손녀가 놀러 와 자고 있는데 아침부터 발생한 시위 소음에 깼다"고 언성을 높였다.
온라인 상에서도 소음과 교통 체증으로 인한 불만을 토로하는 게시글들이 잇따라 게재됐다.
서초구 거주 주민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이들이 학원에서 공부하는데 소음 때문에 문제도 못 푼다", "밤 10시까지 시끄럽다", "민망한 수준의 집회다", "경찰과 취재진으로 도로를 지나는데 짜증이 났다" 등의 불만이 이어졌다.
한편 집회 현장에서 만난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는 "시위 중지 조건은 단 하나"라며 "문 전 대통령 양산 사저 앞 시위가 상식선에서 이루어진다면 그 즉시 (집회를) 그만둘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김정은 매경닷컴 기자 / 한재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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