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경 명예기자 리포트 / 윤제성 뉴욕생명자산운용 CIO ◆
최근 일주일간 미국 증시는 급락을 경험했다. S&P500지수가 일주일 새 5.8%나 하락할 정도였다. 투자자들은 전 산업군에서 무차별적인 매도를 단행했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증시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일 발표된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인플레이션이 하락세에 접어들었을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깨버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을 조절하기 위해 더 매파적으로 변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됐고 이 우려는 연준의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이라는 결정으로 이어졌다. 빨라진 연준의 시계는 경기 침체에 대한 염려도 짙게 만들었다.
연준은 오는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아주 높은 확률로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5월 CPI 상승폭도 폭이지만, 내용이 매우 안 좋았기 때문이다. 6월 소비자물가 역시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6월은 아직 열흘가량이 남았지만 5월 대비 유가는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6월 인플레이션율이 유의미하게 낮게 나올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인플레이션 우려의 끝은 어딜까. 월가의 눈은 3분기 말로 향하고 있다. 3분기 말까지 미국 근원소비자물가가 5% 아래로 떨어진다면 인플레이션이 조절되고 있다고 시장은 받아들일 것이다. 근원소비자물가는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물가지수로 연준이 CPI보다 더 중요하게 참고하는 지표다. 인플레이션이 진정세를 보일 경우 연말까지 S&P500이 43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식시장은 7월 FOMC를 전후로 등락을 반복하겠지만 지금은 양질의 주식을 매수하기에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S&P500지수가 3600대로 내려오면서 고배당 에너지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은 우량 자산들의 주가수익비율(PER)도 매력적인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해 안에 S&P500이 3400대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고 보는데, 이때는 알파벳·애플과 같은 빅테크 기업들도 매수할 가치가 생길 것으로 본다. 다만 매출 대비 주가가 10배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는 테슬라·엔비디아와 같은 고성장주들은 지금과 같은 유동성 축소 국면에서는 접근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미 많은 투자자가 우려하는 것처럼 경기 침체가 앞당겨질 가능성은 한 달 전 대비 커진 것이 사실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급격히 이뤄지면서 경제 주체들이 받는 타격이 더 커질 수밖에 없어졌다.
올해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고물가)이 올 가능성은 80~90% 수준으로 올라왔다고 본다. 지난달 뉴욕생명자산운용은 이 확률을 30% 정도로 봤다. 그러나 전년 대비 월간 물가 상승률이 안정되기는커녕 더 높아지고 있고, 성장률 전망치 역시 계속 하락하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의 정의는 '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장기 트렌드인 2% 아래로 떨어지는 것'인데 GDP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12월 4%에서 최근 2.5%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올해 안에 경기 침체가 찾아올 확률도 40% 수준으로 높아졌다. 침체기가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여전히 60%로 더 높지만, 필자는 지난달 같은 질문에 '(침체기가 올해 안에 찾아올 확률이) 거의 없다'고 답변했다.
침체가 올해로 앞당겨질지, 내년으로 순연될지 갈림길은 인플레이션이 좌우할 것이다. 3분기 근원물가상승률이 5% 아래로 내려오지 않는다면 우선 소비가 축소될 우려가 커진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상당 부분 이미 증시에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침체기가 오면 증시는 평균 30%가량 하락했다. 이미 미국 증시는 전고점 대비 20% 하락해 10% 이상의 추가 하락은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많은 젊은 투자자들이 2008년 금융위기를 생각하며 경기 침체에 대해 과도하게 겁을 내는데, 2008년은 '위기'라고 부를 정도로 갑자기 찾아온 급락이었다. 지금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경기 침체는 중앙은행이 물가를 조절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불러온 경기 둔화로, '예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
3분기 말 인플레이션 하락이 확인된다면 연말까지 소폭의 증시 상승도 예상해볼 수 있다.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월가 투자자들은 연말에 4300까지 주가가 오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미국 소비자들이 코로나19가 진정된 이후 '보복 소비'에 나서고 있지만, 자동차·사치품·호텔·레저 등 임의소비재 관련 기업에 투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에너지 관련주는 경기 침체가 찾아오기 전까지 좋은 선택지라고 생각한다. 현재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120달러까지 오르내릴 정도로 유가가 높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경기 침체 외에는 유가가 하락할 요인도 따로 보이지 않는다. 에너지주는 높은 수준으로 배당도 지급하는 만큼 현재 가장 매력적인 주식이라고 생각한다. 이 밖에 리츠와 경기 방어적인 성격을 띤 헬스케어 관련주도 좋은 대안이라고 본다.
한국 투자자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알파벳·구글 같은 빅테크 주식은 S&P500지수가 3400대까지 내려와야 보수적인 투자자들도 매수 기회를 포착할 만큼 가격이 하락했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테슬라·엔비디아와 같이 시가총액이 매출액 대비 10배를 넘어가는 성장주들은 계속해서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 2000년대 '닷컴 버블' 당시가 그러했듯, 유동성이 축소되는 시기에는 주가가 하락했을 때 낮은 가격에 저가매수하는 '바이 더 딥(Buy the Dip)'이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
달러 가치는 7월 FOMC 전후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동시에 중국·라틴아메리카 등 신흥국 시장 매력도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올해 국가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로 제시한 중국은 가을 당대회를 앞두고 고강도의 경기 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4% 수준으로 예상되는 성장률 전망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정리 = 강인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근 일주일간 미국 증시는 급락을 경험했다. S&P500지수가 일주일 새 5.8%나 하락할 정도였다. 투자자들은 전 산업군에서 무차별적인 매도를 단행했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증시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일 발표된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인플레이션이 하락세에 접어들었을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깨버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을 조절하기 위해 더 매파적으로 변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됐고 이 우려는 연준의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이라는 결정으로 이어졌다. 빨라진 연준의 시계는 경기 침체에 대한 염려도 짙게 만들었다.
연준은 오는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아주 높은 확률로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5월 CPI 상승폭도 폭이지만, 내용이 매우 안 좋았기 때문이다. 6월 소비자물가 역시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6월은 아직 열흘가량이 남았지만 5월 대비 유가는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6월 인플레이션율이 유의미하게 낮게 나올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주식시장은 7월 FOMC를 전후로 등락을 반복하겠지만 지금은 양질의 주식을 매수하기에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S&P500지수가 3600대로 내려오면서 고배당 에너지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은 우량 자산들의 주가수익비율(PER)도 매력적인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해 안에 S&P500이 3400대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고 보는데, 이때는 알파벳·애플과 같은 빅테크 기업들도 매수할 가치가 생길 것으로 본다. 다만 매출 대비 주가가 10배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는 테슬라·엔비디아와 같은 고성장주들은 지금과 같은 유동성 축소 국면에서는 접근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미 많은 투자자가 우려하는 것처럼 경기 침체가 앞당겨질 가능성은 한 달 전 대비 커진 것이 사실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급격히 이뤄지면서 경제 주체들이 받는 타격이 더 커질 수밖에 없어졌다.
올해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고물가)이 올 가능성은 80~90% 수준으로 올라왔다고 본다. 지난달 뉴욕생명자산운용은 이 확률을 30% 정도로 봤다. 그러나 전년 대비 월간 물가 상승률이 안정되기는커녕 더 높아지고 있고, 성장률 전망치 역시 계속 하락하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의 정의는 '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장기 트렌드인 2% 아래로 떨어지는 것'인데 GDP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12월 4%에서 최근 2.5%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올해 안에 경기 침체가 찾아올 확률도 40% 수준으로 높아졌다. 침체기가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여전히 60%로 더 높지만, 필자는 지난달 같은 질문에 '(침체기가 올해 안에 찾아올 확률이) 거의 없다'고 답변했다.
침체가 올해로 앞당겨질지, 내년으로 순연될지 갈림길은 인플레이션이 좌우할 것이다. 3분기 근원물가상승률이 5% 아래로 내려오지 않는다면 우선 소비가 축소될 우려가 커진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상당 부분 이미 증시에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침체기가 오면 증시는 평균 30%가량 하락했다. 이미 미국 증시는 전고점 대비 20% 하락해 10% 이상의 추가 하락은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많은 젊은 투자자들이 2008년 금융위기를 생각하며 경기 침체에 대해 과도하게 겁을 내는데, 2008년은 '위기'라고 부를 정도로 갑자기 찾아온 급락이었다. 지금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경기 침체는 중앙은행이 물가를 조절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불러온 경기 둔화로, '예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
3분기 말 인플레이션 하락이 확인된다면 연말까지 소폭의 증시 상승도 예상해볼 수 있다.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월가 투자자들은 연말에 4300까지 주가가 오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미국 소비자들이 코로나19가 진정된 이후 '보복 소비'에 나서고 있지만, 자동차·사치품·호텔·레저 등 임의소비재 관련 기업에 투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에너지 관련주는 경기 침체가 찾아오기 전까지 좋은 선택지라고 생각한다. 현재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120달러까지 오르내릴 정도로 유가가 높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경기 침체 외에는 유가가 하락할 요인도 따로 보이지 않는다. 에너지주는 높은 수준으로 배당도 지급하는 만큼 현재 가장 매력적인 주식이라고 생각한다. 이 밖에 리츠와 경기 방어적인 성격을 띤 헬스케어 관련주도 좋은 대안이라고 본다.
한국 투자자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알파벳·구글 같은 빅테크 주식은 S&P500지수가 3400대까지 내려와야 보수적인 투자자들도 매수 기회를 포착할 만큼 가격이 하락했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테슬라·엔비디아와 같이 시가총액이 매출액 대비 10배를 넘어가는 성장주들은 계속해서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 2000년대 '닷컴 버블' 당시가 그러했듯, 유동성이 축소되는 시기에는 주가가 하락했을 때 낮은 가격에 저가매수하는 '바이 더 딥(Buy the Dip)'이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
달러 가치는 7월 FOMC 전후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동시에 중국·라틴아메리카 등 신흥국 시장 매력도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올해 국가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로 제시한 중국은 가을 당대회를 앞두고 고강도의 경기 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4% 수준으로 예상되는 성장률 전망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정리 = 강인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