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백내장 실손서 다 보장된다" 옛말…60만원 이상 못받을수도
입력 2022-06-19 18:16  | 수정 2022-06-19 21:06
앞으로 백내장 수술에 지급되는 실손의료보험 보험금이 크게 줄어들고, 일부 안과의 비상식적 과잉 진료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는 모든 백내장 수술이 '입원 치료'로 인정돼 실손보험에서 최고 5000만원까지 보장했지만, 최근 사법부가 이를 '통원 치료'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통원 치료의 경우 실손 최고 보장금액이 회당 15만~30만원에 불과해 가입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19일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민사2부는 지난 16일 A보험사가 백내장 수술을 받은 실손보험 가입자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심리불속행이란 원심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경우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모든 백내장 수술을 입원 치료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다.
이번 판결의 쟁점은 실손보험 약관상 백내장 수술이 입원인지 통원인지였다. 1심 재판부는 B씨 사례를 입원으로 인정했지만, 2심 재판부와 대법원은 입원 치료로 볼 수 없다며 보험사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에 따라 실손보험에서 받을 수 있는 백내장 수술 보험금은 최고 60만원(양쪽 눈 각각 수술 기준)으로 준다. 통원 치료 보장금액은 어떤 상품에 가입했느냐에 따라 다른데, 통상 30만원을 넘지 않는다.
이에 업계는 최고 1600만원까지 치솟았던 백내장 수술비도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안과에서 실손보험금을 노리고 공공연히 자행해오던 과잉 진료와 보험사기 행태가 통하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수백만 원대 다초점 렌즈를 권유하고 브로커까지 동원해 환자를 유치하면서 막대한 보험금을 챙겨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비급여 진료 비용 공개제도'에 따르면 일부 안과에서는 렌즈 한 개당 최대 831만원까지 받고 있었다. 백내장 수술로 지급된 생·손보사의 실손보험금 지급액은 올 1분기 4570억원(잠정치)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안과의사 업계에서도 이번 판결에 주목하고 있다. 대한안과의사회는 이번 대법원 판결 후 각 병원에 공지문을 보내 "지난 2심에서 서울고법이 내린 결론이 유지된 상태이므로 백내장 수술과 관련해 환자들이 보험약관에 따른 보험금 수령 가능성에 대해 질문할 경우 주의해달라"고 안내했다. 보건복지부 고시 기준에 따르면 입원 기준은 입원실에 머무른 시간이 '6시간 이상인지'다. 통상 백내장 수술 시간은 15~20분이며, 부작용이나 합병증 우려가 있지 않고서는 입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보험사들의 지급 심사도 한층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확실히 백내장 진단을 받았어도 입원 치료를 받을 만큼 특별한 상황이었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30만원 이상의 보험금을 받기 어려울 전망이다. 문제는 입원 치료의 적정성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다. 일각에선 보험사와 실손 가입자 간 분쟁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입원 치료가 꼭 필요한 경우인데도 보험금을 못 받는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부터 백내장 보험금 지급 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보험금을 받지 못한 환자들의 항의가 급증했다.
[신찬옥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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