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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발빼는 한전, 증권사마저 손뗀다…사실상 '팔아라' 신호
입력 2022-06-19 17:44  | 수정 2022-06-19 19:58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한국전력이 5개 분기 누적 적자 규모만 21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지난 정부의 탈원전 압박 속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전력 보유 주식 수는 3년 새 7786만주 감소했고, 실적 악화에 증권사들도 선뜻 매수 의견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지난 17일 전 거래일 대비 0.44% 하락한 2만27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한국전력 주가는 줄곧 내리막길을 걸으며 2016년 역사적 고점(6만3700원) 대비 64% 떨어졌다. 6년 연속 음봉(하락)을 기록했고 올해도 보합 상태다.
주가가 곤두박질친 것은 주가 방향성을 좌우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급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전력 주식 9459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보유율로 따지면 14.73%다.
이는 3년 전인 2019년 6월(1억7246만주)보다 약 7786만주 줄어든 수치다. 보유율도 26.86%에서 12.13%포인트 감소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전력 주식을 대거 팔아치운 것은 지난 정부가 밀어붙인 탈원전 정책으로 실적 악화 우려가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지만 2분기에 적자 전환한 후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올해 2분기에도 6조9540억원가량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적자 전환한 지난해 2분기 이후 5개 분기 누적 적자 규모만 21조1670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한국전력의 올 한 해 영업적자만 25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지난해 기록한 영업손실(5조8601억원)의 4배가 넘는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석유,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발전 원자재 값 폭등으로 한국전력의 전기 생산원가가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황이다. 한국전력이 발전사들로부터 전기를 사들이는 전력도매가격은 급등했는데, 판매단가는 이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기를 팔수록 오히려 손실이 쌓이는 구조인 셈이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한국전력의 전력판매단가는 2분기부터 부과되는 기준연료비 상승분 일부가 반영됨에 따라 전년 동기 대비 6.8%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같은 기간 전력조달단가는 88.7% 상승하면서 7조원의 비용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높아진 연료비 부담이 모든 것을 압도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이 유의미한 수익성 개선을 이루기 위해선 40% 이상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연료비 조정폭 상한제와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탓에 대폭 인상할 가능성은 낮다. 새 정부 출범 초기에 전기요금을 대규모로 인상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대폭 인상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에 증권사들도 한국전력을 매수 목록에서 점차 제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달 14일 기준 한국전력에 대해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제시한 국내 증권사는 총 13곳이다. 이 중 매수의견을 내건 증권사는 4곳(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유진투자증권·이베스트투자증권)에 불과하다. 나머지 9곳은 투자의견 중립을 제시했다. 국내 증권사들이 한 해 동안 매수의견을 95% 이상 제시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립 의견은 사실상 '주식을 팔라'는 뜻이다. 목표주가도 현 주가와 괴리율이 그리 크지 않다. 가장 많은 증권사들이 한국전력의 목표주가로 2만3000원을 제시했는데 현 주가에서 상승 여력은 1.3%에 그친다.
문제는 근본적인 주가 하락의 원인을 당장 해소하기 어렵다는 부분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지부를 찍고 전 세계 에너지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하거나 전기요금 인상을 통한 수익구조 정상화가 필수적인 상황이지만 두 요건 모두 단기간 내에 해결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차창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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