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 정착한지 올해로 15년차인 김연 씨(40). 워킹맘으로 일하며 여덟살 딸이 방과 후에 할 수 있는 수업을 찾던 중 사업 기회를 포착했다. 그는 "한국에선 이미 초등학교에서 이뤄지는 코딩을 비롯한 미래교육이 프랑스는 중학교에서 시작할 정도로 다른 교육선진국에 비교해서 뒤쳐지고 있고, 방과후 사교육도 수업 등록이 어려워 많은 부모들의 걱정거리"라고 말했다. 그가 프랑스 시장을 겨냥한 온라인 실시간 교육 스타트업 '비스코트'를 설립한 이유다. 비스코트는 온라인에서 학생과 선생님을 연결해주는 온라인 플랫폼을 프랑스에 론칭했고, 수업 참여를 유도하는 포인트를 사용하는 교육 메타버스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비바테크2022'에서 현지 온라인 교육스타트업 '비스코트'를 창업한 김연 CEO와 공동창업자 자닉 드로 CFO가 기념촬영하고 있다. <파리/황순민 기자>
나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지난 18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세계 최대 스타트업 전시회 '비바테크 2022'에서는 이처럼 기술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한국 스타트업이 현지 대기업과 투자자 주목을 받았다. 4D 이미징 레이더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비트센싱' 부스에는 프랑스 최대 통신그룹 오렌지와 로레알과 같은 현지 대기업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재은 비트센싱 대표는 "자체 개발한 헬스케어 초소형 레이더 센서의 적용과 공급 방안에 대해 논의가 이뤄졌고 추후 미팅을 진행하기로 했다"면서 "행사 기간 진행한 피칭(사업설명) 이후 다양한 업체들의 파트너십과 기술 협력 제안이 들어와 이를 통해 유럽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타투(문신) 프린터 스타트업 '프링커코리아'는 올해 유럽 시장 진출을 앞두고 유럽 주요 회사들에게 제품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이 회사가 세계최초로 개발한 디지털타투 '프링커'가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지난달 유럽 최대 뷰티박람회 '코스모프로프'에서 메이크업·네일 분야에서 1위로 선정됐고,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 2022'에서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이종인 프링커코리아 대표는 "유럽 현지 대형 리테일 입점과 글로벌 회사와의 입점을 진행하는 상황인데 비바테크에서 로레알을 비롯한 유럽 회사들 관심을 받았고 뷰티테크 시장의 공략 기회를 확보하는 기회가 됐다"고 했다. 수면가전 스타트업 '코지'도 현지 투자자들에게 여러 제안을 받았다. 스마트 페활량진단기를 개발하는 '브레싱스'는 제약회사, 의료기기, 보험 등 프랑스 기업들과 현장 미팅을 진행했다. 이인표 브레싱스 대표는 "무엇보다 가정용 폐 건강 관리 솔루션에 대한 유럽 시장의 가능성과 투자자 관심을 확인한 게 큰 성과"라고 말했다.
베를린에 거점을 둔 코리아이노베이션센터(KIC)유럽은 올해 비바테크에서 한국 스타트업 8곳을 위한 부스를 마련하고, 피칭데이를 통해 11개 기업을 현지 투자자들과 연결하는 물밑 지원을 했다. 황종운 KIC유럽 센터장은 "국경을 넘어선 국내 혁신 스타트업들의 글로벌 시장진출은 코로나를 비롯한 글로벌 위기상황과 기후변화, 디지털 전환과 같은 새로운 사회경제적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기업 BNP파리바 등의 초청을 받아 '비바테크2022'에 참여한 디지털AI휴먼기술기업 딥브레인AI 관계자가 관람객에게 디지털휴먼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파리/황순민 기자>
3년만에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가 성사되면서 창업자들과 투자자간 네트워킹도 활발히 이뤄지는 모습이었다. 매일경제가 비바테크 현장에서 만난 해외 스타트업·투자 관계자들은 한국 기업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대표적으로 'AI윤석열'을 만든 회사로 유명한 AI전문기업 '딥브레인'은 프랑스 기업 오렌지와 BNP파리바의 초청을 받아 비바테크에 참여한 사례다. 가봉의 스타트업 육성기관 싱(SING)의 디렉터인 야닉 씨는 "가봉 시장은 아시아 스타트업들의 불모지와 같은데 이는 스타트업들에겐 많은 기회를 의미한다"면서 "한국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고 협력 투자하고 싶은 의향이 있다"고 했다. 이탈리아의 자동차 제조 스타트업 CEO인 루도비코 캄파나 씨는 "IT, 모빌리티 분야에서 앞서가는 가장 기업들이 포진한 한국 시장에 대해 호기심이 많다"고 했다.신기술 도입과 기업에 친화적이면서도 디지털 분야에서 틈새시장이 존재하는 유럽은 국내 시장이 좁은 한국 스타트업에겐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비바테크 현장에서 만난 유대종 주프랑스 한국대사는 "프랑스는 전략적으로 혁신 스타트업을 키우고 있는 친화적인 시장"이라면서 "유럽 진출을 모색하는 한국 스타트업들에게 프랑스 시장이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주유소 종합정보 앱 '오일나우'를 운영하는 노현우 퍼즐벤처스 대표는 "르노, 아우디 등 주요 제조사를 비롯해 모빌리티 스타트업들까지 자율주행의 가장 큰 의의를 편의가 아닌 안전으로 바라보며, 인간과실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를 줄이는 것을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면서 "특히 자율주행에 앞서 커넥티드카 환경 구축이 주요 화두로 떠오른 것을 목격하고 앱을 통한 차량 상태확인과 제어 등에서 사업 기회를 포착했다"고 말했다.
[파리 = 이승윤 기자 /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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