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ECIAL REPORT : '반쪽짜리' 오명 벗는 장위뉴타운 ◆
서울 지하철 6호선 돌곶이역. 3번 출구로 나와 돌곶이를 따라 오르막길을 걷다보면 건설공사 현장임을 알리는 펜스가 양쪽에 나타났다. 길 오른쪽은 장위4구역, 왼쪽은 10구역이다. 길을 따라 한참을 더 걸으면 분위기가 확 바뀐다. 한적한 분위기에 길은 좁고 빨간 벽돌로 만들어진 오래된 집이 여럿 보인다. 바로 장위8구역과 9구역이다. 이 지역은 한때 재개발 사업이 해제됐지만 정부 주도 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며 개발 시계를 다시 돌리는 중이다.
장위뉴타운. 서울 최대 규모 뉴타운이지만 대부분 사업이 제대로 진행된 동쪽과 구역해제로 개발이 멈춰선 탓에 좁은 골목길과 낡은 주택이 빼곡한 서쪽이 명확히 대비되는 동네다. 하지만 최근 서쪽 지역도 개발사업 추진과 관련된 현수막이 곳곳에 걸리는 등 개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아직도 개발방향을 두고 갈등을 빚는 곳이 있어 투자할 때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한때 15개 구역 중 6곳이 해제
장위뉴타운은 서울 성북구 장위동 일대 186만7000㎡의 땅을 15개 구역으로 나눠 아파트 2만3846가구를 짓는 계획으로 출발했다. 2005년 뉴타운으로 지정될 당시만 해도 서울시 35개 뉴타운 중 최대 규모라 기대가 높았다. 규모로만 보면 '미니신도시'급으로 추진됐던 셈이다.
하지만 2008년 말 금융위기가 닥치며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자 뉴타운을 계속 추진하자는 주민과 사업성이 없다며 그만두자는 주민 사이 갈등이 계속됐다. 그러다가 2014년 장위12구역을 시작으로 13구역(2014년), 8·9·11구역(2017년), 15구역(2018년)까지 6곳이 뉴타운 사업을 접게 됐다.
장위뉴타운 규모는 절반인 91만8901㎡로 쪼그라들었고 '서울 동북권 최대' 뉴타운이라는 타이틀만 겨우 유지했다. 특히 8구역과 9구역, 11구역 등은 장위뉴타운 동쪽과 서쪽을 연결하는 중심에 위치해 있어 '반쪽짜리'라는 오명을 피하지 못했다.
그러나 장위뉴타운 동쪽은 재개발 사업을 꾸준히 진행하며 새 아파트로 탈바꿈했다. '꿈의숲코오롱하늘채(장위2구역·2017년 10월 입주)' '래미안장위포레카운티(장위1구역·2019년 6월 입주)' '래미안장위퍼스트하이(장위5구역·2019년 9월 입주)' '꿈의숲아이파크(장위7구역·2020년 12월 입주)' 등이 잇달아 사업을 마쳤다. 4·6·10구역도 재개발 사업 막바지 단계인 관리처분인가를 마쳤다. 4구역(2840가구)은 GS건설이, 6구역(1637가구)과 10구역(1968가구)은 대우건설이 시공을 맡는다.
동네 분위기가 빠르게 바뀌자 이번에는 구역에서 해제된 곳의 주민 불만이 생겼다. 낡은 주택 주변에 17~32층에 달하는 고층 새 아파트 단지가 자리 잡아갈수록 뉴타운 사업을 끝까지 추진했어야 한다는 아쉬움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미 좌초된 재개발 사업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 공공재개발 등 진행되며 분위기 반전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 것은 장위뉴타운 해제구역 중 신속통합기획과 공공재개발 등에 도전하는 곳이 나오면서부터다. 한때 정비구역에서 해제될 뻔했지만 극적으로 사업이 다시 추진된 구역도 나타났다.
장위15구역은 3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15구역은 2018년 5월 정비구역에서 해제됐다가 지난해 1월 서울시를 상대로 한 정비구역 해제 무효 소송에서 승소하며 사업에 다시 물꼬가 트였다. 15구역은 서울 지하철 6호선 상월곡역과 맞닿아 있는 초역세권이다. 사업이 마무리되면 2464가구 규모 대단지가 들어선다.
8구역과 9구역은 지난해 3월 공공재개발 2차 후보지로 선정돼 사업 절차가 진행 중이다. 공공재개발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 공공기관이 정비사업에 참여해 낙후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도심 내 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용적률 상향과 인허가 간소화, 분양가상한제 적용 제외 등의 각종 인센티브를 지원받아 사업성이 높아지고 사업 속도도 높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9구역(8만5878㎡)은 지난해 12월 중순 정비계획 입안 제안을 위한 주민 동의율 69.4%를 확보하면서 기준 동의율(66.7%) 요건을 채웠다. 8구역(11만6402㎡)도 올 1월 동의율 기준을 충족했다. 이에 사업 시행자인 LH는 두 개 구역의 정비구역 지정과 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에 착수했다. 8구역과 9구역에는 각각 2587가구와 2300가구의 아파트가 새로 들어선다.
12구역은 작년 8월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의 6차 선도 사업 후보지로 선정되면서 사업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문재인정부의 2·4 대책에 포함됐던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은 기존 민간 사업으로는 개발하기 어려웠던 역세권, 준공업 지역, 저층 주거지에 LH와 SH공사 등 공공 주도로 주택을 지어 공급하는 사업이다. 공공재개발과 비슷하지만 공공재개발은 사업 기간 동안 토지 소유권이 기존 토지주에게 있고,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은 소유권까지 공공에 넘기는 부분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 11구역과 13구역도 사업재개 저울질
상황이 이렇게 흐르자 또 다른 사업 해제지역인 11구역과 13구역에서도 재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11구역과 13구역은 지난해 서울시 민간 재개발 신속통합기획에 공모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종 후보지에서 탈락하며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이들 구역은 공공재개발이든 서울시 신통기획 등 가능한 사업 형태라면 어떤 것이든 추진할 분위기다. 일부 주민 사이에선 민간 재개발을 다시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모습이다.
6호선 돌곶이역 역세권인 11구역은 '역세권 시프트 사업'이나 서울시에서 추진 중인 또 다른 저층 노후주택 개발사업 형태인 '모아타운'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1구역 인근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개발을 원하는 주민 열망이 생각보다 높다"며 "민간(신속통합기획)이든 공공(공공재개발)이든 주민에게 불리한 점이 없다는 분위기에 재개발 사업을 진행하기 워낙 어려운 지역이다 보니 뭐라도 해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발업계는 구역마다 방식 차이는 있지만 결과적으로 장위동 일대 개발 열망이 높아졌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이번에 사업이 다시 추진되는 구역들이 장위뉴타운을 '반쪽'으로 찢었던 입지에 있다는 점도 대형 뉴타운이 다시 탄생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어느 구역이든 일단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나머지 구역 전체에도 개발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 사업 반대하는 주장도 많아
장위뉴타운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 이유는 준공이 끝난 단지들의 주거환경이 개선되며 시세도 가파르게 올라간 영향이 컸다. 이곳에서 가장 비싼 단지로 꼽히는 '꿈의숲 아이파크'는 전용 84㎡ 시세가 12억원 안팎에 형성돼 있다.
현재 막바지 사업이 추진 중인 4·6·10구역 전용 84㎡ 배정매물은 시세가 10억원 안팎이다. 추가분담금은 2억~3억원 안팎으로 추정돼 총매매가격은 12억~13억원 선일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 단계가 상대적으로 느린 14구역과 15구역의 총매매가격은 10억원 선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준공된 단지들과 단순 비교만 해도, 특히 14·15구역은 투자성이 꽤 있다고 할 수 있다"며 "사업이 해제됐다가 다시 추진 중인 구역까지 재개발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장위뉴타운 전체가 다시 주목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위뉴타운 투자를 고려한다면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은 일부 구역에선 사업 추진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11구역을 여러 구역으로 쪼개 이른바 '미니 재건축(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주민들은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면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할 것을 우려한다. 실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한 구역은 지난 1년 반 동안 주민 동의율 78%를 채웠는데 공공재개발을 추진하는 쪽에서 주민들을 끌어모으고 있어 조합설립 동의율 요건인 80%를 넘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15구역과는 별도로 15-1구역 역시 아파트 3개동 206가구를 짓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 중으로 시공사 선정까지 완료한 상태다. 민간 재개발을 추진하기까지 걸림돌도 남아 있다. 일부 해제구역의 경우 사업이 멈춘 시기에 신축 빌라가 크게 늘어난 탓에 이를 허물고 다시 재개발을 추진하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14만㎡에 49층 복합건물 짓는
광운대역세권 개발 수혜 예상
경희대·한국외대·고려대 등
인근에 대학 많아 발전 잠재력도
현재 장위뉴타운의 가장 큰 단점은 교통망이다. 근처를 지나는 지하철 노선이 6호선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의미에서 장위뉴타운의 입지 가치가 한층 더 높아지려면 '동북선 도시철도' 개통이 필수적이라고 개발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동북선은 서울지하철 2·5호선·수인분당선 왕십리역을 출발해 1호선 제기동역, 4호선 미아사거리역 등을 거쳐 4호선 상계역까지 13.4㎞를 달리는 경전철 노선이다. 기존 8개 노선과 7개 역에서 환승할 수 있다. 주요 환승역으로는 제기동역(1호선), 고려대역(6호선), 미아사거리역(4호선), 월계역(1호선), 하계역(7호선) 등이 있다. 2007년 '서울시 10개년 도시 철도망 구축 계획'에 따라 처음 추진된 뒤 중간에 한 차례 사업이 중단된 끝에 2020년 첫 삽을 떴다. 완공되면 상계역에서 강남구 삼성동까지 왕십리역 수인분당선 환승을 통해 40분가량이면 닿을 수 있다. 원래 2025년 개통이 목표였지만 공사 진행이 느려지면서 1~2년 연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계획된 노선안에 따르면 동북선은 우이천역(가칭)~북서울꿈의숲역(가칭)~신미아역(가칭)이 장위뉴타운 북쪽으로 지나간다. 6호선이 뉴타운 남쪽으로만 지나간다는 점을 고려할 때 동북선이 뚫리면 북쪽으로도 대중 교통망이 촘촘해지는 셈이다. 2·3·5·7구역 등이 동북선 최대 수혜 구역으로 꼽힌다. 물론 업계 일각에서는 동북선이 개통되더라도 이 지역 교통난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월곡·장위동 일대는 도로 폭이 좁아 상습적으로 차량 정체가 빚어지고 있다"며 "새 아파트가 줄줄이 들어오면 경전철뿐만 아니라 도로망도 정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위뉴타운은 동쪽으로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도 지나갈 예정이다. 뉴타운 동쪽 구역에선 지하철 1호선과 GTX-C노선 환승역인 광운대역을 걸어서 접근 가능하다. 2027년 개통을 계획하고 있는 GTX-C노선은 양주 덕정에서부터 의정부~서울 삼성~수원까지 74.8㎞를 잇는다. 앞으로 개통이 완료되면 의정부역에서 삼성역까지 10분대면 이동할 수 있게 된다.
광운대역세권 개발 프로젝트의 수혜도 기대할 만하다. 광운대역세권 개발 프로젝트는 지하철 1호선 광운대역 주변 14만8166㎡ 규모 용지에 최고 49층짜리 복합건물 랜드마크를 건설하는 개발사업이다. 2694가구 규모 주상복합아파트와 체육시설, 도서관 등이 들어서는 동북권 최대 규모다. 서울시는 광운대역 주변을 주거·업무·판매·문화 등 복합적 기능을 갖추도록 만들어 이 일대를 동북권 경제 거점으로 조성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게다가 이 지역 근처에는 경희대, 한국외대, 고려대 등 대학·연구소가 많아 발전 잠재력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시에 따르면 동북권에 속한 종합대학 15곳은 연간 졸업생 3만명을 배출하고 있으며 서울시내 대학 특허권 중 25%를 이 지역 대학이 보유하고 있다. 서울시는 홍릉 일대에 바이오·의료 클러스터를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 지하철 6호선 돌곶이역. 3번 출구로 나와 돌곶이를 따라 오르막길을 걷다보면 건설공사 현장임을 알리는 펜스가 양쪽에 나타났다. 길 오른쪽은 장위4구역, 왼쪽은 10구역이다. 길을 따라 한참을 더 걸으면 분위기가 확 바뀐다. 한적한 분위기에 길은 좁고 빨간 벽돌로 만들어진 오래된 집이 여럿 보인다. 바로 장위8구역과 9구역이다. 이 지역은 한때 재개발 사업이 해제됐지만 정부 주도 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며 개발 시계를 다시 돌리는 중이다.
장위뉴타운. 서울 최대 규모 뉴타운이지만 대부분 사업이 제대로 진행된 동쪽과 구역해제로 개발이 멈춰선 탓에 좁은 골목길과 낡은 주택이 빼곡한 서쪽이 명확히 대비되는 동네다. 하지만 최근 서쪽 지역도 개발사업 추진과 관련된 현수막이 곳곳에 걸리는 등 개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아직도 개발방향을 두고 갈등을 빚는 곳이 있어 투자할 때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한때 15개 구역 중 6곳이 해제
장위뉴타운은 서울 성북구 장위동 일대 186만7000㎡의 땅을 15개 구역으로 나눠 아파트 2만3846가구를 짓는 계획으로 출발했다. 2005년 뉴타운으로 지정될 당시만 해도 서울시 35개 뉴타운 중 최대 규모라 기대가 높았다. 규모로만 보면 '미니신도시'급으로 추진됐던 셈이다.
하지만 2008년 말 금융위기가 닥치며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자 뉴타운을 계속 추진하자는 주민과 사업성이 없다며 그만두자는 주민 사이 갈등이 계속됐다. 그러다가 2014년 장위12구역을 시작으로 13구역(2014년), 8·9·11구역(2017년), 15구역(2018년)까지 6곳이 뉴타운 사업을 접게 됐다.
장위뉴타운 규모는 절반인 91만8901㎡로 쪼그라들었고 '서울 동북권 최대' 뉴타운이라는 타이틀만 겨우 유지했다. 특히 8구역과 9구역, 11구역 등은 장위뉴타운 동쪽과 서쪽을 연결하는 중심에 위치해 있어 '반쪽짜리'라는 오명을 피하지 못했다.
그러나 장위뉴타운 동쪽은 재개발 사업을 꾸준히 진행하며 새 아파트로 탈바꿈했다. '꿈의숲코오롱하늘채(장위2구역·2017년 10월 입주)' '래미안장위포레카운티(장위1구역·2019년 6월 입주)' '래미안장위퍼스트하이(장위5구역·2019년 9월 입주)' '꿈의숲아이파크(장위7구역·2020년 12월 입주)' 등이 잇달아 사업을 마쳤다. 4·6·10구역도 재개발 사업 막바지 단계인 관리처분인가를 마쳤다. 4구역(2840가구)은 GS건설이, 6구역(1637가구)과 10구역(1968가구)은 대우건설이 시공을 맡는다.
동네 분위기가 빠르게 바뀌자 이번에는 구역에서 해제된 곳의 주민 불만이 생겼다. 낡은 주택 주변에 17~32층에 달하는 고층 새 아파트 단지가 자리 잡아갈수록 뉴타운 사업을 끝까지 추진했어야 한다는 아쉬움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미 좌초된 재개발 사업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 공공재개발 등 진행되며 분위기 반전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 것은 장위뉴타운 해제구역 중 신속통합기획과 공공재개발 등에 도전하는 곳이 나오면서부터다. 한때 정비구역에서 해제될 뻔했지만 극적으로 사업이 다시 추진된 구역도 나타났다.
장위15구역은 3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15구역은 2018년 5월 정비구역에서 해제됐다가 지난해 1월 서울시를 상대로 한 정비구역 해제 무효 소송에서 승소하며 사업에 다시 물꼬가 트였다. 15구역은 서울 지하철 6호선 상월곡역과 맞닿아 있는 초역세권이다. 사업이 마무리되면 2464가구 규모 대단지가 들어선다.
8구역과 9구역은 지난해 3월 공공재개발 2차 후보지로 선정돼 사업 절차가 진행 중이다. 공공재개발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 공공기관이 정비사업에 참여해 낙후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도심 내 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용적률 상향과 인허가 간소화, 분양가상한제 적용 제외 등의 각종 인센티브를 지원받아 사업성이 높아지고 사업 속도도 높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9구역(8만5878㎡)은 지난해 12월 중순 정비계획 입안 제안을 위한 주민 동의율 69.4%를 확보하면서 기준 동의율(66.7%) 요건을 채웠다. 8구역(11만6402㎡)도 올 1월 동의율 기준을 충족했다. 이에 사업 시행자인 LH는 두 개 구역의 정비구역 지정과 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에 착수했다. 8구역과 9구역에는 각각 2587가구와 2300가구의 아파트가 새로 들어선다.
12구역은 작년 8월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의 6차 선도 사업 후보지로 선정되면서 사업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문재인정부의 2·4 대책에 포함됐던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은 기존 민간 사업으로는 개발하기 어려웠던 역세권, 준공업 지역, 저층 주거지에 LH와 SH공사 등 공공 주도로 주택을 지어 공급하는 사업이다. 공공재개발과 비슷하지만 공공재개발은 사업 기간 동안 토지 소유권이 기존 토지주에게 있고,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은 소유권까지 공공에 넘기는 부분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 11구역과 13구역도 사업재개 저울질
상황이 이렇게 흐르자 또 다른 사업 해제지역인 11구역과 13구역에서도 재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11구역과 13구역은 지난해 서울시 민간 재개발 신속통합기획에 공모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종 후보지에서 탈락하며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이들 구역은 공공재개발이든 서울시 신통기획 등 가능한 사업 형태라면 어떤 것이든 추진할 분위기다. 일부 주민 사이에선 민간 재개발을 다시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모습이다.
6호선 돌곶이역 역세권인 11구역은 '역세권 시프트 사업'이나 서울시에서 추진 중인 또 다른 저층 노후주택 개발사업 형태인 '모아타운'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1구역 인근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개발을 원하는 주민 열망이 생각보다 높다"며 "민간(신속통합기획)이든 공공(공공재개발)이든 주민에게 불리한 점이 없다는 분위기에 재개발 사업을 진행하기 워낙 어려운 지역이다 보니 뭐라도 해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발업계는 구역마다 방식 차이는 있지만 결과적으로 장위동 일대 개발 열망이 높아졌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이번에 사업이 다시 추진되는 구역들이 장위뉴타운을 '반쪽'으로 찢었던 입지에 있다는 점도 대형 뉴타운이 다시 탄생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어느 구역이든 일단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나머지 구역 전체에도 개발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 사업 반대하는 주장도 많아
장위뉴타운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 이유는 준공이 끝난 단지들의 주거환경이 개선되며 시세도 가파르게 올라간 영향이 컸다. 이곳에서 가장 비싼 단지로 꼽히는 '꿈의숲 아이파크'는 전용 84㎡ 시세가 12억원 안팎에 형성돼 있다.
현재 막바지 사업이 추진 중인 4·6·10구역 전용 84㎡ 배정매물은 시세가 10억원 안팎이다. 추가분담금은 2억~3억원 안팎으로 추정돼 총매매가격은 12억~13억원 선일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 단계가 상대적으로 느린 14구역과 15구역의 총매매가격은 10억원 선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준공된 단지들과 단순 비교만 해도, 특히 14·15구역은 투자성이 꽤 있다고 할 수 있다"며 "사업이 해제됐다가 다시 추진 중인 구역까지 재개발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장위뉴타운 전체가 다시 주목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위뉴타운 투자를 고려한다면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은 일부 구역에선 사업 추진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11구역을 여러 구역으로 쪼개 이른바 '미니 재건축(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주민들은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면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할 것을 우려한다. 실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한 구역은 지난 1년 반 동안 주민 동의율 78%를 채웠는데 공공재개발을 추진하는 쪽에서 주민들을 끌어모으고 있어 조합설립 동의율 요건인 80%를 넘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15구역과는 별도로 15-1구역 역시 아파트 3개동 206가구를 짓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 중으로 시공사 선정까지 완료한 상태다. 민간 재개발을 추진하기까지 걸림돌도 남아 있다. 일부 해제구역의 경우 사업이 멈춘 시기에 신축 빌라가 크게 늘어난 탓에 이를 허물고 다시 재개발을 추진하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동북선·GTX-C노선 개통되면 교통 여건 크게 좋아질듯
14만㎡에 49층 복합건물 짓는
광운대역세권 개발 수혜 예상
경희대·한국외대·고려대 등
인근에 대학 많아 발전 잠재력도
현재 장위뉴타운의 가장 큰 단점은 교통망이다. 근처를 지나는 지하철 노선이 6호선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의미에서 장위뉴타운의 입지 가치가 한층 더 높아지려면 '동북선 도시철도' 개통이 필수적이라고 개발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동북선은 서울지하철 2·5호선·수인분당선 왕십리역을 출발해 1호선 제기동역, 4호선 미아사거리역 등을 거쳐 4호선 상계역까지 13.4㎞를 달리는 경전철 노선이다. 기존 8개 노선과 7개 역에서 환승할 수 있다. 주요 환승역으로는 제기동역(1호선), 고려대역(6호선), 미아사거리역(4호선), 월계역(1호선), 하계역(7호선) 등이 있다. 2007년 '서울시 10개년 도시 철도망 구축 계획'에 따라 처음 추진된 뒤 중간에 한 차례 사업이 중단된 끝에 2020년 첫 삽을 떴다. 완공되면 상계역에서 강남구 삼성동까지 왕십리역 수인분당선 환승을 통해 40분가량이면 닿을 수 있다. 원래 2025년 개통이 목표였지만 공사 진행이 느려지면서 1~2년 연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계획된 노선안에 따르면 동북선은 우이천역(가칭)~북서울꿈의숲역(가칭)~신미아역(가칭)이 장위뉴타운 북쪽으로 지나간다. 6호선이 뉴타운 남쪽으로만 지나간다는 점을 고려할 때 동북선이 뚫리면 북쪽으로도 대중 교통망이 촘촘해지는 셈이다. 2·3·5·7구역 등이 동북선 최대 수혜 구역으로 꼽힌다. 물론 업계 일각에서는 동북선이 개통되더라도 이 지역 교통난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월곡·장위동 일대는 도로 폭이 좁아 상습적으로 차량 정체가 빚어지고 있다"며 "새 아파트가 줄줄이 들어오면 경전철뿐만 아니라 도로망도 정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광운대역세권 개발 프로젝트의 수혜도 기대할 만하다. 광운대역세권 개발 프로젝트는 지하철 1호선 광운대역 주변 14만8166㎡ 규모 용지에 최고 49층짜리 복합건물 랜드마크를 건설하는 개발사업이다. 2694가구 규모 주상복합아파트와 체육시설, 도서관 등이 들어서는 동북권 최대 규모다. 서울시는 광운대역 주변을 주거·업무·판매·문화 등 복합적 기능을 갖추도록 만들어 이 일대를 동북권 경제 거점으로 조성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게다가 이 지역 근처에는 경희대, 한국외대, 고려대 등 대학·연구소가 많아 발전 잠재력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시에 따르면 동북권에 속한 종합대학 15곳은 연간 졸업생 3만명을 배출하고 있으며 서울시내 대학 특허권 중 25%를 이 지역 대학이 보유하고 있다. 서울시는 홍릉 일대에 바이오·의료 클러스터를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