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피해자 이대준 씨의 아내 권영미 씨가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서 지난 2년간의 상황을 털어놨다. 문재인 정부 시절 군 당국과 해경은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가 변을 당했다고 발표했으나 16일 국방부와 해경은 "자진 월북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권씨는 지난 18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의 '월북' 주장에 대해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그렇게 월북이라고 주장을 하고 싶으시면 가족들이 납득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를 보여달라는 것"이라며 "증거는 보여주지 않으면서 월북을 주장하는 건 2차 가해다.다시는 그 입에 월북이란 단어를 올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권씨는 '당시 북한의 사과도 받았고, 월북인지 아닌지가 뭐가 중요하느냐'는 민주당 인사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그 당시에 왜 그렇게 월북 주장을 했는지, 왜 사람을 살리지 못해 놓고는 월북이라는 그 단어로 모든 것을 포장하면서 월북으로만 몰고 갔었는지, 저는 묻고 싶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지난 2년 간 상황에 대해 "주변에서 알든 모르든 저희 가족들은 일단 국가에서 월북자 가족으로 만들어 두었기 때문에 스스로 위축되는 게 되게 많았다"며 "그래서 아이들과 저는 거의 특별한 일이 아니면 나가지 않고 집에서만 지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권씨는 "(10살짜리) 딸이 너무 아빠를 찾으니까 그때마다 제가 곧 올 거라는 말로 자꾸 희망 고문을 하는 것 같아서 최근에 제가 아빠 사망 사실은 알렸다"면서 아직 아이가 어려 '아빠가 총살을 당했다'는 얘기는 전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아이는 아빠의 사망 사실을 듣고 "가슴이 답답하다"고 말했고, 엄마와 부둥켜 안고 울었다고 한다.
이씨 피살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아들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하는 말, 대통령이 하는 말은 하늘이라고 생각하는 아이였다"라며 "그런 대통령님의 편지(문재인 전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한 편지)였기에 무조건 믿었던 거다. 그런데 그것이 이제 퇴임 전까지 지켜지지 않으면서 아이는 엄청난 배신감과 상처를 받은 거다. 그래서 이번 정부에서도 (윤석열) 대통령께서 약속을 해 주셨지만 혹시나 그것이 지켜지지 않을까에 대한 두려움이 상당히 컸다고 하더라"라고 했다.
유족 측은 '월북 프레임'을 만들기 위한 윗선의 개입이 있었을 것으로 봤다. 권씨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을 고발하겠단 뜻도 밝혔다.
그는 "저는 전날 해경에서 (이씨 동료) 직원을 상대로 조사했던 진술서를 처음 봤다. 그 내용을 보면서 지금 민주당에서도 월북이 아닌 증거가 없다고 말을 하는데, 그게 월북이 아닌 증거잖나"라며 "가장 옆에서 지켜봤던 직원, 동고동락을 했던 직원들이 그렇게 (월북이 아닌 것 같다고) 말을 했는데 숨겼다. 해경이 자체적으로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최근 공개된 진술조서를 보면 이씨 동료는 "전혀 그런 생각(이씨 월북 가능성)은 들지 않는다"라며 "만약 북으로 월북을 하기 위해서라면 각 방에 비치된 방수복을 입고 바닷물에 들어 갔어야 하는데 그 추운바닷물에 그냥 들어갔다는 것이 월북이 아닌 극단선택으로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물살이 동쪽으로 흐르고 있어 그것을 뚫고 북쪽으로 간다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한편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대준씨는 2020년 9월 서해상 표류 중 북한군 총격에 사망한 뒤 시신이 불태워졌다.
[김정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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