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234편 항공기, 4번 주기장으로!"…'42년만에 자체 관제' 김포공항 관제소 가보니[방방콕콕]
입력 2022-06-19 06:56 
김포국제공항 계류장 관제소에서 한 관제사가 항공기 이동을 유도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한국공항공사]

국토교통부 소관이던 김포국제공항 계류장 관제권이 지난 16일 오전 1시 한국공항공사로 이관됐다.
정부가 1980년 국제공항관리공단(현 한국공항공사)를 설립해 김포국제공항 운영·관리권을 넘긴지 42년 만의 일이다. 그동안 국토부는 인천공항을 제외한 국내 지방공항(군공항 제외)의 모든 관제권을 수십년간 직접 행사해 왔다. 여객 승·하차를 위한 항공기 주기부터 활주로를 잇는 유도로 진입, 항공기 이·착륙, 항로 비행에 이르는 전 과정이 국토부 관제사의 입을 통해 이뤄졌다.
때문에 이번 김포공항 계류장 관제권 이관은 국토부가 독점해온 지방공항 관제권이 42년 만에 깨졌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계류장 관제란 활주로를 연결하는 유도로 진입 전까지 국내선과 국제선 계류장에서 이동하는 모든 항공기를 관리하는 활동을 뜻한다. 계류장 관제권이 한국공항공사로 이관되면서 앞으로 김포공항을 이용하는 모든 항공기는 유도로 진입 전까지 김포공항 계류장 관제소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활주로 이착륙 등 이후의 비행 과정은 이전 처럼 국토부 관제사가 개입해 안전한 비행을 유도한다.
한국공항공사 도진열 계류장관제인수운영부장은 "김포공항 계류장 관제권 인수로 공사는 공항 관리·운영 뿐만 아니라 항공교통관제 업무까지 동시에 시행하는 공항 운영자로 거듭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하는 14개 지방공항 가운데 서울 관문공항인 김포공항에 계류장 관제권이 이관되면서 운영 성과에 따라 제주·김해공항으로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1988년 문 닫은 비상용 관제탑, 34년 만에 다시 열리다

김포국제공항 계류장 관제소 앞에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한국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는 김포공항 계류장 관제를 앞두고 과거 관제탑으로 사용하던 10층 건물을 다시 열었다.
2001년 인천공항이 개항하기 전 국제선 기능을 전담해 온 김포공항은 1988년 인근에 더 높은 신형 관제탑을 만들어 이전한 뒤 기존 관제탑은 예비용으로 남겨뒀다. 34년 동안 비상 사태에 대비해 뒤로 밀려나 있던 이 건물은 이번 계류장 관제권 이관으로 다시 빛을 보게됐다. 공사는 옛 관제탑을 리모델링하고 국토부에서 근무하던 관제사 등 17명의 관제사를 채용해 전담 부서를 구성(총 18명)했다. 지난 3월에는 국토부로부터 '항공교통업무증명'을 취득해 항공교통관제 업무기관으로 인정받았다. '항공교통업무증명'은 항공교통업무 수행 필수 요건과 유지관리 체계 등을 국가가 인증하는 제도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정석비행장, 한서대에 이어 한국공항공사가 네번째로 취득을 했다. 김포공항 계류장 관제소에는 4개팀 14명의 관제사가 4조 2교대로 24시간 상주하며 하루 500대 전후의 항공기를 관제한다.
김포국제공항 계류장. [사진 제공 = 한국공항공사]
지난 14일 김포공항 계류장 관제소 취재를 위해 도착한 김포국제공항 항공지원센터는 쉽게 열리지 않았다. 공항은 국가중요시설이라 그 자체로 엄격히 관리되지만 그 중에서도 관제실은 '보안 끝판왕' 으로 불린다. 항공기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리하는 관제실에 문제가 생기면 하늘길은 물론 지상 혼잡도가 증가해 여객 안전은 물론 공항이 마비 상태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역시나 관제소 출입을 위한 보안 검색은 철저했다. 보안검색요원 여러명이 X-레이 검색대 2대를 갖춰놓고 출입자의 신원을 일일이 확인하고 통제했다. 신분증을 제출하고 임시 출입증을 발급 받았지만 2~3중 확인이 추가됐다. 사진기 휴대는 아예 금지됐다. 신체 포함 까다로운 검색을 통과하고 나서야 비로소 우측 옆 철문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 안에는 관제소를 연결하는 엘리베이터가 있다. 동행한 공사 직원과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에 도착했지만 목적지는 아니었다. 계단을 이용해 2개 층을 걸어 올라가자 360도 통창으로 만들어진 46㎡ 크기의 관제소가 나왔다.
지상 40m 높이에서 눈을 좌우로 돌리니 3km가 넘는 2개 활주로와 여객을 싣는 국내선·국제선 터미널이 한눈에 들어왔다. 관제소는 디지털 장비 천지였다. 지상 감시 레이더, 항공기·조종사와 통신할 수 있는 주파수 장비, 편명과 기종, 식별코드 등 비행진행상황을 기록하는 시스템, 항공 등화 장치 등 항공기가 이동하고 이·착륙하는데 필요한 장치들이 빼곡했다. 다만 국제선 청사 일부와 비즈니스 항공기 전용 시설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가 사각지대처럼 보였다. 관제소 관계자는 "해당 구역에 CCTV를 설치해 실시간으로 전역을 확인할 수 있다"고 귀뜸했다.
디지털 장비가 뿜어내는 열기 때문에 관제소는 다소 후텁지근 했지만 관제사 3명은 아랑곳하지 않고 지상에 있는 항공기에 연신 주문을 쏟아냈다. 한시도 지상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도진열 부장은 "관제사들은 항상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항공기를 안전하게 유도해야 한다"면서 "매일 아무 이상 없이 퇴근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안전·해외사업·UAM '세마리' 토끼 동시에 잡는다

김포공항에서 계류장 관제를 제외한 모든 관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관제탑. 이 곳에는 국토부 소속 관제사들이 근무하고 있다. [지홍구 기자]
국민 입장에서 관제 주체가 누구든 관심사는 아니다. 공항 터미널에서 문제 없이 탑승하고, 이·착륙해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이동하면 그만이다.
그럼에도 이번 계류장 관제권 이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안전과 직결되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계류장 관제권을 한국공항공사에 넘기게 된 배경에는 2018년 6월 사고가 도화선이됐다. 김포공항 북측 계류장에서 이동하던 두 항공기의 날개가 서로 부딪치는 사고였다. 당시 항공기에는 탑승자가 없어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항공 당국에 경종을 울렸다. 이후 정부는 안전 강화 대책 일환으로 관제 분리를 추진해 4년 여 만에 결실을 맺었다. 이전까지는 국토부 관제사가 항공기 이·착륙, 비행 관제, 비행장 관제 업무를 모두 관장했다. 항공기 이·착륙, 비행 항로 움직임이 중요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비행장 관제에 신경을 덜 쓸수 밖에 없는 구조였던 것. 정부가 계류장 관제권을 공사로 넘기면서 '안전 향상'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어명소 국토부 2차관은 김포공항 계류장 관제소 개소식에서 "최근 항공교통량이 급증하는 시기에 항공 안전과 교통량 관리에 기여할 의미있는 시설이 마련됐다"고 했다. 비행장 관제중 안전사고 위험이 상존하는 계류장 관제를 전담할 인력이 확충되다 보니 그 만큼 사고 요인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본 것이다.
계류장 관제가 일사분란하게 이뤄지면 여객들은 공항에서 낭비되는 시간을 줄일 수도 있다. 항공기 운항 정시성이 향상되고 지연률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달까지 김포공항에서 운행된 56만2167편중 7.3%에 달하는 4만1452편이 지연처리됐다. 지연 기준은 국내선 30분, 국제선 60분이다.
이외 최근 한국공항공사가 공을 들이고 있는 해외사업 수주, UAM(도심항공 모빌리티)에도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는 공항 건설, 관리, 운영을 넘어 항행안전장비, 스마트공항, 에어시티개발, UAM 등 핵심역량을 패키지화해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계류장 관제 업무가 추가되면 향후 해외 공항개발사업과 투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김포공항은 2025년 정부의 UAM 상용화 목표에 따라 수도권 교통의 핵심축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 UAM 관제와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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