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미 연준)가 고물가에 대응해 28년 만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서 오는 7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에서 빅스텝(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미국(연 1.50~1.75%)과 한국(연 1.75%)의 금리 상단이 같아진 만큼 한은 입장에서 자본 유출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고 국내 역시 높아진 물가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리가 오를 것이란 전망이 금융시장에 반영되면서 은행채 금리가 뛰며 가계대출 중 가장 비중이 높은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금리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
우리나라 가계빚은 공식 통계로 1859조4000억원이다.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단순 계산으로 가계의 이자부담이 18조원 이상 늘어난다.
은행 주담대 금리 13년 만에 연 7% 돌파
시장금리가 뛰면서 주담대 금리는 이미 7%를 넘어섰다. 우리은행이 판매하는 '우리WON주택대출'은 5년 고정형 금리 상단이 연 7.08~7.10%를 기록했다. 이는 금리 상단인 만큼 상당수는 실제 대출이 이뤄질 때 우대금리 등을 적용받아 이보다 낮은 수준으로 대출이 가능하지만 주담대 금리가 '연 7%'를 넘어섰다는 데 시장은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주담대 금리가 연 7%를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13년 만이다.
게다가 미 연준의 빨라진 긴축 시계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보폭도 커질 수 있는 만큼 주담대 금리 상단이 연내 8%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지만 우리나라 가계대출의 상당수는 고정금리가 아닌 변동금리 대출이다. 은행에서 취급한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대출 비중를 담고 있는 한은의 가장 최신 통계인 '4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를 보면 해당 기간 중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의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19.2%였다. 이는 전월의 19.5%보다 낮아진 것으로, 반대로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3월 80.5%에서 4월 80.8%로 커졌다.
높은 금리로 대출을 받은 가계의 비중도 확대됐다.
4월 은행이 취급한 가계대출 중 금리가 연 5% 이상인 비중은 11%로 전월의 9.4% 대비 커졌다. 금리가 연 4.5% 이상 5% 미만인 대출 역시 8.4%로 전월의 5.5%보다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져 가계의 대출금리 부담이 높아지고 있음이 통계에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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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지난 2020년 집값 폭등과 저금리 기조가 맞물리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음)해 내 집을 마련한 2030 세대의 타격이 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은은 지난해 9월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2021년 9월)'에 수록한 '최근 청년층 가계부채 현황 및 평가'에서 2030 세대를 중심으로 늘어난 가계부채 문제를 다뤘다.이에 따르면 2030 세대의 가계부채 비중은 코로나19 사태 촉발 후 저금리 기조, 집값 폭등과 함께 크게 확대됐다. 이들 세대의 부채는 2020년 말 기준 전체 가계부채의 27.0%까지 상승했다가 지난해 2분기에는 26.9%를 기록했다. 이들의 가계부채 증가율은 지난해 2분기 12.8%(전년 동기 대비)로, 여타 연령층의 7.8%를 크게 웃돌았다.
한편, 전문가들은 미 연준의 빨라진 긴축 시계, 물가 안정을 위한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등으로 시장금리가 빠르게 오를 수 있어 변동금리 대출자의 경우 연내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조현수 우리은행 양재남금융센터 부지점은 "중도상환수수료가 통상 면제되는 3년이 지났고 10년 이상 만기가 남은 대출은 연말까지 시장 상황을 체크한 후 금리가 유리한 대출로 갈아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대환 대출일 경우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의 영향으로 대출 한도가 줄어들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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