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와해' 삼성SDI, 해직자에 패소…1심 판결 뒤집혀

삼성SDI 해고 노동자가 노조 설립을 이유로 부당하게 해고 됐다며 기업과 임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서울고법 민사1부(부장판사 전지원 이재찬 김영진)는 15일 A씨가 삼성 SDI와 이상훈 전 이사회 의장, 강경훈 전 부사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 4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1심과 달리 원고 일부 승소 선고했다.
재판부는 삼성SDI가 A씨에게 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전 이사장 등 전·현직 임원의 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삼성SDI는 1987년 입사한 A씨를 2002년부터 문제인력으로 관리해왔고, 결국 2012년 6월 해고했다. 회사 측은 A씨가 해외 주재원 처우 보장을 요구하며 회사를 협박해 해고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A씨는 자신이 노조를 설립하자 회사에서 보복성 해고를 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2020년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2013년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삼성그룹의 '노조 와해 전략 문건'(S그룹 노사전략)에 자신의 이름이 올랐고 MJ(문제) 사원으로 기록된 점을 들어 부당해고라고 논리를 펼쳤다.
1심에선 A씨가 회사를 상대로 해고무효 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는 점을 근거로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2심에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조직 관리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소속 직원의 정보를 취합·관리한 것을 넘어 A씨가 노조를 설립할 염려가 있다는 이유로 지속적·반복적으로 피고 회사의 임직원 및 외부 인력까지 동원해 A씨의 정보를 취합·관리·보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의 행위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더라도 인격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 A씨의 권리를 침해한 위법한 행위"라고 판시했다.
[최예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