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양가상한제의 역설 ◆
윤석열정부가 이르면 6월 중에 '분양가상한제' 개편을 예고한 가운데 최근 아파트 분양 일정을 하반기 이후로 연기하는 건설 회사가 늘어나고 있다. 원자재값 상승으로 가뜩이나 사업 채산성이 하락한 가운데 제도 개편 방향을 지켜보고 사업에 착수하겠다는 취지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일반분양을 연기하면서 수도권 알짜 지역의 주택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이른바 '분양가상한제' 역설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실수요자들에게 저렴한 아파트를 공급한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공급절벽이라는 부작용이 더 크게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중랑구 중화1구역 재개발 사업으로 탄생할 '중화롯데캐슬SK뷰'는 당초 오는 7월 일반분양할 예정이었다. 최고 35층 8개동 전용면적 39~100㎡ 1055가구 규모의 대단지인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501가구가 일반분양될 예정이라 서울 지역 청약 대기자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그러나 최근 조합과 시공사에 따르면 분양 시기를 9월로 늦췄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개편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보고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중화롯데캐슬SK뷰와 같이 분양 일정이 정해진 곳은 그나마 다행이다. 분양 시기를 늦춘 상태에서 구체적 일정을 잡지 못하는 곳들도 많다. 전체 3069가구 중 일반분양 물량만 905가구에 달하는 이문1구역은 당초 5월이었던 분양 일정을 하반기로 늦췄으나, 세부 일정은 세우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분양할 예정이었던 서울 송파구 진주아파트 재건축 단지(잠실래미안아이파크)와 상반기 중 분양을 계획했던 서초구 신반포15차 재건축 단지(래미안원펜타스)도 분양 일정이 미정이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이처럼 분양을 늦추고 있는 단지들이 계속 늘어나면서 원활한 주택 공급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서대문구 홍은13구역, 동대문구 이문1구역, 경기 광명시 광명2구역 재개발 등도 분양가상한제를 이유로 분양 일정을 지연시켰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서울에서 분양을 준비 중인 모든 단지가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정책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이후 이달 중에 분양가상한제 개편을 예고했고, 이에 따라 대규모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의 분양이 속속 연기되면서 수도권 공급이 적잖은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수도권 등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지역의 아파트 분양 물량은 최근 들어 더욱 급감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5월 전국 아파트 분양 실적은 총 2만3521가구로 당초 계획됐던 물량인 3만3000가구의 70% 수준에 머물렀는데, 특히 수도권 지역 분양은 더욱 움츠러든 것으로 집계됐다. 5월 수도권 아파트 분양 물량은 총 7613가구로, 한 달 전(1만6852가구)에 비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도 43.8% 감소한 수치다. 수도권 아파트 분양 물량이 1만가구 아래로 떨어진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반면 지방은 5월 아파트 분양 실적이 1만5908가구로 2월 1만1197가구를 기록한 데 이어 석 달 연속 증가세를 보이며 수도권과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김성환 건산연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분양가 규제가 집중된 수도권 분양이 유독 줄어들었다는 사실에 미뤄볼 때 분양가상한제 개편에 대한 기대감에 분양 시기를 미루는 현상이 강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건산연에 따르면 6월에 분양이 계획된 아파트 물량은 전국 1만6000가구로 5월 계획 물량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분양가상한제는 1977년 집값 안정을 목표로 처음 도입됐지만 김대중정부 시절인 1999년 국민주택기금으로 건설하는 공공주택을 제외한 민간택지 물량에 대해서는 제도 적용이 해제됐다. 이후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7년 버블세븐 지역에서 촉발된 전국적인 부동산 급등에 따라 재도입됐고,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이후 부동산 가격 하락이 지속되자 2014년에 다시 해제됐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이후 역대급 집값 상승 추세가 지속되자 2020년 7월부터 다시 전면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개편을 앞두고 큰 폭의 제도 개편으로 공급을 촉진시켜야 한다고 주문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주변 시세를 끌어내리겠다는 기존 목적과 달리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들은 분양되자마자 주변 시세에 맞춰 단번에 급등하고 있다"며 "청약 당첨자에게 '로또 분양'을 제공해주는 역할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연규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윤석열정부가 이르면 6월 중에 '분양가상한제' 개편을 예고한 가운데 최근 아파트 분양 일정을 하반기 이후로 연기하는 건설 회사가 늘어나고 있다. 원자재값 상승으로 가뜩이나 사업 채산성이 하락한 가운데 제도 개편 방향을 지켜보고 사업에 착수하겠다는 취지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일반분양을 연기하면서 수도권 알짜 지역의 주택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이른바 '분양가상한제' 역설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실수요자들에게 저렴한 아파트를 공급한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공급절벽이라는 부작용이 더 크게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중랑구 중화1구역 재개발 사업으로 탄생할 '중화롯데캐슬SK뷰'는 당초 오는 7월 일반분양할 예정이었다. 최고 35층 8개동 전용면적 39~100㎡ 1055가구 규모의 대단지인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501가구가 일반분양될 예정이라 서울 지역 청약 대기자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그러나 최근 조합과 시공사에 따르면 분양 시기를 9월로 늦췄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개편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보고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이처럼 분양을 늦추고 있는 단지들이 계속 늘어나면서 원활한 주택 공급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서대문구 홍은13구역, 동대문구 이문1구역, 경기 광명시 광명2구역 재개발 등도 분양가상한제를 이유로 분양 일정을 지연시켰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서울에서 분양을 준비 중인 모든 단지가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정책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이후 이달 중에 분양가상한제 개편을 예고했고, 이에 따라 대규모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의 분양이 속속 연기되면서 수도권 공급이 적잖은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수도권 등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지역의 아파트 분양 물량은 최근 들어 더욱 급감하고 있다.
김성환 건산연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분양가 규제가 집중된 수도권 분양이 유독 줄어들었다는 사실에 미뤄볼 때 분양가상한제 개편에 대한 기대감에 분양 시기를 미루는 현상이 강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건산연에 따르면 6월에 분양이 계획된 아파트 물량은 전국 1만6000가구로 5월 계획 물량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분양가상한제는 1977년 집값 안정을 목표로 처음 도입됐지만 김대중정부 시절인 1999년 국민주택기금으로 건설하는 공공주택을 제외한 민간택지 물량에 대해서는 제도 적용이 해제됐다. 이후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7년 버블세븐 지역에서 촉발된 전국적인 부동산 급등에 따라 재도입됐고,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이후 부동산 가격 하락이 지속되자 2014년에 다시 해제됐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이후 역대급 집값 상승 추세가 지속되자 2020년 7월부터 다시 전면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개편을 앞두고 큰 폭의 제도 개편으로 공급을 촉진시켜야 한다고 주문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주변 시세를 끌어내리겠다는 기존 목적과 달리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들은 분양되자마자 주변 시세에 맞춰 단번에 급등하고 있다"며 "청약 당첨자에게 '로또 분양'을 제공해주는 역할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연규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