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평소 지갑에 5만원권 1장과 1만원권 3장 등 8만원은 늘 채우고 다닌다. 신용카드를 소지하고 다니지만 현금을 써야 할 때가 종종 생겨서다. 가령 아이를 데리고 휴양지에 가거나 직장에서 갑자기 경조금을 내야 할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가족 행사 등에서 오랜만에 만난 조카들의 용돈을 줄 때도 현금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시기에 비상시 대비 예비용 현금을 보유한 가구의 비중이 예년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가 보유한 예비용 현금은 평균 35만4000원이었으며, 평소 주머니에 소지하고 있는 거래용 현금은 평균 8만2000원으로 파악됐다.
한국은행은 15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1년 경제주체별 현금사용행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3년 단위의 정례 조사로 2015년, 2018년에 이어 세 번째 실시된 것으로, 지난해 9월 27일부터 11월 30일까지 조사가 진행됐다. 조사대상과 방식은 전국 가구의 가구주 1500명을 방문해 설문지를 활용한 면접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를 보면 비상시 등에 대비해 집이나 사무실 등에 보유하고 있는 가구의 평균 현금보유액은 35만4000원이고, 보유가구 비중은 31.4%로 2018년 조사 당시 23.3% 대비 8.1%포인트 상승했다.
현금보유액별로는 30만원 미만의 예비용 현금을 보유한 가구 비중이 17.7%로 2018년 조사보다 9.1%포인트 높아졌다.
조사대상 가구주의 97%는 일상적인 거래를 위해 지갑이나 주머니 등에 소지해 당장 사용할 수 있는 거래용 현금을 보유했다. 평균 현금보유액은 8만2000원으로 2018년 조사의 7만8000원보다 많았다.
현금보유액별로는 5만원 이상을 보유한 응답자 비중이 60.3%를 차지해 과반을 웃돌았다. 이렇게 응답한 비중은 2018년 조사의 49.3% 대비 11.0%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가계가 보유한 은행권은 5만원권과 1만원권이 각각 48.1%, 41.9%를 차지했으며, 5000원권, 1000원권과 같은 저액면 은행권 비중은 9.8%에 그쳤다.
예비용 현금의 경우 5만원권이 65.9%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현금지출 용도별로 주요 사용권종을 보면 재화 및 서비스 구입, 사적이전지출, 종교기부금·친목회비의 경우 1만원권을, 경조금은 5만원권을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용카드, 체크카드, 카카오, 네이버 등 각종 페이 등 비현금지급수단 이용 확대로 현금 사용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나타냈다.
최근 1년간 가구당 월평균 현금지출액은 51만원으로 2018년의 64만원에 비해 13만원 감소했다. 전체 지출액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21.6%로, 신용·체크카드 58.3%의 절반 수준으로 크게 하락했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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