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누리호는 미사일이 될 수 있을까? 발사체의 세계 [한입과학]
입력 2022-06-15 10:02 
[사진 출처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II)'가 오는 16일 2차 발사를 앞두고 있다. 작년 10월 1차 발사 때는 위성 모형을 싣고 지구를 떠났지만, 이번에는 성능검증위성과 대기관측용 소형위성 4기를 품고 우주로 향할 예정이다.
1차 발사는 3단 엔진의 연소가 계획보다 일찍 종료돼 위성 모형을 목표한 궤도에 올리지 못해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받았다. 만약 2차 발사에서 위성이 궤도에 안착해 교신까지 성공하면 누리호는 한국 최초의 자력 발사체로 기록된다.
누리호는 북한이 심심치 않게 발사하는 탄도미사일과 매우 닮았다. 둘 다 운반체인 '로켓'을 이용해 물체를 목표 지점까지 가도록 돕는다. 하단에서 고온·고압의 가스를 뿜어 상승하고 엔진을 분리하는 점과 이용하는 항법 시스템도 비슷하다.
결론적으로 발사체와 탄도미사일은 같다. 차이점은 로켓 상단에 탑재된 물체인데 탑재물이 위성이면 발사체, 탄두면 탄도미사일이 된다.

이 때문에 북한이 무언가를 발사했다는 기사가 나오면 명칭을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진다. 경험상 탄도미사일을 쐈을 확률이 높지만, 탑재한 물체가 무엇인지 확인되기 전까지 탄도미사일이라고 적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탑재한 물체를 위성에서 탄두로 바꾼다고 해서 탄도미사일이 발사체로 뚝딱 바뀌는 건 아니다. 탑재물의 최종 목적지가 우주와 지상으로 다른 만큼 세부 기술에서 차이가 난다.
예컨대 누리호처럼 위성을 고도 2000km 내 지구 저궤도에 안착시키는 경우 수직으로 상승하다가 목표 궤도에 이르러 지구를 공전하는 방향으로 가속된다.
반면 탄도미사일은 탄두를 대기권 밖 고도까지 끌고 올라간 후 목표 지점을 향해 포물선 운동하도록 한다. 탄두의 마지막 비행은 탄도미사일이 아닌 지구 중력이 안내하는 셈이다.
[사진 출처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이 때문에 진공의 우주에서 머무는 위성과 달리 대기권에 다시 진입해야 하는 탄두와 로켓의 일부 운반체는 공기 마찰로 인한 열을 견뎌야 한다. 그래서 이를 견딜 수 있는 특수 소재가 필요하고, 탄두의 자세를 제어할 수 있는 정밀유도제어기술도 있어야 한다.
사용되는 연료에도 차이가 있다. 탄도미사일은 대체로 고체연료를 사용하고, 발사체는 액체연료를 쓴다.
고체연료를 쓰는 로켓은 내부 구조가 간단하고, 연료를 미리 주입해 놓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연소를 시작하면 멈추기 어렵고, 추진력이 상대적으로 약해 장거리 발사가 아닌 군사용으로 적합하다.
액체연료를 쓰면 추진력이 강하고, 제어가 쉬워 원하는 궤도에 도달하기 용이하다. 하지만 로켓의 내부 구조가 복잡하고 발사 직전에 연료를 주입해야 한다. 이 때문에 상당한 수준의 장비와 기술력이 필요하다.
한국은 발사체와 탄도미사일을 독립적으로 개발해 운용하지만, 발사체와 탄도미사일의 호환 가능성을 고려하면 발사체 기술은 곧 군사력 증진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누리호 발사는 기상 악화로 일정이 하루씩 밀려 오는 15일 이송 작업을 거쳐 16일 오후 4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다.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이륙하면 비행시간 15분과 임무 시간 30분을 포함해 45분 안에 성공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누리호가 새 역사를 쓸지 지켜보자.
[김우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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