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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족 4명이 제주 가는데 항공권 가격만 거의 100만원인 게 말이 되나요.""오랜만에 미국여행 가려는데 항공권 가격이 약 300만원이에요. 코로나 전보다 2배가 올랐어요."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의 자가격리 의무가 최근 해제되는 등 정부가 실내 마스크 착용 외 코로나19 관련 규제를 사실상 전부 풀었지만 급등한 항공권 가격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을 앞두고 여행객들의 근심도 커지는 상황이다.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당시 노선과 항공편수가 크게 줄어들고 각국 공항이 입국자를 제한하는 등 제재가 많아지면서 크게 올랐던 항공권 가격이 엔데믹 상황에서도 떨어질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다수의 국가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걸어잠궜던 문을 개방하고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지만, 높은 항공권 가격이 장벽이 되는 셈이다.
항공권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유가 상승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 등으로 고유가 기조가 지속되면서 대규모로 쓰이는 항공유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국제 유가는 120달러를 최근 돌파했다.
게다가 유가가 오르면서 유류할증료까지 역대 최대로 뛰었다. 국제선 기준 대한항공의 유류할증료는 거리와 비례해 편도 기준 최대 29만3800원에 달한다. 왕복으로 계산하면 약 60만원이 드는 셈이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거리에 비례한 편도 기준 유류할증료가 최대 22만9600원으로, 왕복으로 계산하면 45만원 이상 든다.
이는 2016년 5월 유류할증료에 거리 비례 구간제가 도입된 이후 가장 높은 단계로, 매달 설정되는 유류할증료가 이 달 더 높아질 것으로 항공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유류할증료는 항공사나 해운사가 글로벌 유가 상승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운임에 부과하는 것으로,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항공유 2달 평균가격에 따라 변동된다. 1갤런(3.785L)당 평균값이 150센트 이상일 때 단계별로 부과된다.
또 하나의 문제는 항공사들이 현재 노선 회복을 앞두고 항공 수요조사 중이라 생각보다 증편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인천국제공항의 규제 해제에 맞춰 무턱대고 해외노선 회복 기대감에 증편했다가 빈 좌석이 많다면 항공사로서는 부담을 안게 된다.
항공사들은 이달 증편 계획안을 확정해 국토교통부에 허가를 신청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항공사가 특정 노선 운항을 신청하면 이를 검토해 허가한다.
다만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국제선은 주당 4800편 운행됐는데, 다음달 증편이 이뤄져도 이 때의 절반도 채 되지 않은 1700편 수준이라 공급 부족은 올해 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수요조사를 마치고 국토부 허가까지 마쳐 실제 노선이 뜨는 기간을 감안하면 올 가을이 돼야 공급이 본격 늘고 항공권 가격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휴직에 들어갔던 승무원들이 아직 노선 회복이 덜 돼 현장 투입이 일부 제한되고 있다"며 "빠른 노선 정상화로 전직원 복귀와 탑승객 여행을 지원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배윤경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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