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감자는 땅콩만 하고 그물엔 고기 3마리…가뭄에 농부 가슴도 '쩍쩍'
입력 2022-06-13 19:01  | 수정 2022-06-13 19:58
【 앵커멘트 】
요즘 가끔 단비가 내리는 곳도 있지만 여전히 가뭄이 심한 곳도 있습니다.
농작물은 작황이 부진하고, 호수는 바닥까지 드러내면서 어민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장마가 시작되는 7월 초까지는 가뭄이 지속될 거라는 전망이 나와 피해가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됩니다.
김영현, 장진철 기자가 가뭄 현장을 돌아봤습니다.


【 기자 】
2주 뒤 수확을 앞둔 한 감자밭입니다.

감자잎이 땡볕 아래 생기를 잃고 누렇게 말라가고 있습니다.

땅속 흙은 아예 물기가 없을 정도로 바싹 메말랐습니다.


"해도 해도 너무한 거죠. 이렇게 비가 안 오다 보니까."

감자를 캐보니 탁구공만 한 크기가 대부분인데, 심지어 엄지손가락만 한 것도 있습니다.

▶ 스탠딩 : 김영현 / 기자
- "이렇게 곳곳을 파헤쳐 봐도 상품성이 높은 굵은 감자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밭 곳곳에 설치된 스프링클러는 지하수가 메말라 가동을 멈췄고, 바로 옆 하천도 물이 없어 수풀만 드러나 있습니다.

지난 3개월 동안 이 지역에 내린 비는 고작 40mm 정도.

봄철 저온 현상에 가뭄까지 겹쳐 감자 수확량이 지난해보다 30% 정도 줄어들 전망입니다.

▶ 인터뷰 : 이종문 / 충남 서산시 팔봉면 대황1리 이장
- "크기는 말할 것도 없고요. 상품성이 있는 건 거의 안 나온다고 보면 돼요. (비가 안 오면) 고사된다고 봐야죠."

바짝 마른 논에 살수차가 동원됐습니다.

가뭄으로 모내기를 못하는 상황이 되자 하천에서 담아온 물을 부어주는 겁니다.

▶ 인터뷰 : 장정수 / 충남 예산군 신양면 시왕1리 이장
- "지금 너무 가문 상태잖아요. 저희 논 같은 경우도 메말라 가지고 아직까지 모를 못 심고 있는 상황…."

▶ 스탠딩 : 장진철 / 기자
- "소양호 상류인 강원도 인제군의 한 선착장입니다. 원래는 물이 선착장 위까지 차 있어야 하지만 물이 빠지면서 선착장 끝 부분이 훤히 드러났습니다."

폭이 800m에 달하던 강줄기는 실개천이 됐습니다.

드러난 강바닥은 쩍쩍 갈라졌습니다.

수심이 깊어 어민들이 주로 물고기를 잡던 곳이지만 요즘은 고기잡이는커녕 배를 띄울 수조차 없습니다.

이런 상태는 벌써 보름 가까이 됐습니다.

소양호 중상류도 예년보다 물이 많이 줄었습니다.

오랜만에 조업에 나선 어민은 한숨만 나옵니다.

닷새 전에 쳐 놓은 그물에는 손가락만 한 물고기 3마리가 전부입니다.

10년째 붕어와 메기를 매일 한가득 잡았던 명당이었는데, 올해는 자리를 옮기기로 했습니다.

▶ 인터뷰 : 임영빈 / 강원 양구군 어민
- "조금 수심이 깊은 곳으로 가야 고기들이 움직이고 들어오고 그러죠. 물이 차있을 때는 많이 들어오죠. 매일 걷다 싶다 해서 잡아야 하는데…."

최근 들어 비가 간혹 내리고 있긴 하지만 가뭄 해갈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

메마른 대지와 함께 타는 마음을 흠뻑 적셔줄 비다운 비를 기다리는 농민과 어민들은 야속한 하늘만 쳐다보고 있습니다.

MBN뉴스 장진철입니다. [mbnstar@mbn.co.kr]

영상취재 : 박인학 기자
정의정 기자
영상편집 : 송지영
최형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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