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던 손녀 살해한 일본 치매 노인…무죄 주장했으나 실형 선고

법원, 징역 4년 6개월 선고…"범죄 단념하기에 불가능한 상태 아니었다"

2년 전 일본에서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80대 노인이 자신의 손녀를 칼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노인은 자신이 저지른 범행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무죄를 주장했으나, 결국 실형이 선고됐습니다.

어제(12일) CNN 등 외신에 의하면 지난달 31일 일본 후쿠이 지방법원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손녀를 칼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 도미자와 스스무(88)에게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도미자와는 2020년 9월 9일 밤 자택에서 손녀 도미자와 도모미(당시 16세)와 말다툼 후 잠을 자던 손녀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습니다. 손녀의 목에는 흉기로 여러 차례 찔린 상처가 나 있었습니다. 반항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도미자와는 손녀를 살해한 직후 자신의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범행 사실을 이야기했고, 곧바로 경찰이 출동해 노인을 체포했습니다.

이번 재판에서 최대 쟁점은 범행 당시 도미자와의 정신 상태였습니다. 지난달 19일 열린 공판에서 도미자와의 변호인 측은 살해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이 당시 알츠하이머와 음주로 인해 심신상실 상태였다"며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도미자와의 상태를 평가한 의사들은 법정에서 "노인의 행동은 의도성이 있었고 살해하려는 의도와 일치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검찰 또한 "피고인은 행동을 통제할 수 있었으며 옳고 그름을 판단할 능력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 당시 정신적으로 지친 상태였으며 옳고 그름을 판단하거나 범죄를 단념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나 그것이 아예 불가능한 상태는 아니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해당 사건은 노인 치매 환자가 증가하는 고령화 국가인 일본 사회를 큰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일본 정부 통계에 따르면 국민 20%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이며 치매 환자는 약 460만명으로 추산됩니다. 치매 환자들의 범죄도 늘어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급속한 고령화 속 그 수가 점차 더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교토 류코쿠대학의 하마이 고이치 법대 교수는 "일본 교도소는 치매 노인들로 가득하다"며 "이들 수감자 증가에 따른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