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대출 규제에다 금리 인상 압박까지 강해지자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세입자가 늘고 있다. 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진 데다 대출 이자마저 비싸지다 보니 차라리 집주인에게 월세를 내는 편이 낫다고 여기는 것이다.
1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서울에서 보증금을 제외하고 월세만 1000만원 이상인 계약이 역대 최다인 5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대비 2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일례로 강남구 청담동 더펜트하우스청담(PH129) 전용 273.96㎡는 지난 3월 21일 월세 4000만원(보증금 4억원)에 거래가 성사돼 역대 최고가 월세 계약 기록을 세웠다.
1∼5월 기준 순수월세 1000만원 이상 계약 건수는 2015년 1건에서 2016·2017년 각 2건, 2018년 3건, 2019년 6건, 2020년 7건에서 지난해 19건으로 늘어났고 올해도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말 기준금리가 연 2% 중반까지 올라갈 경우 월세 선호 현상은 올해 내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다주택자의 경우 보유세 부담을 월세로 충당하려는 움직임이 맞물리면서 임대차 시장의 중심축이 전세에서 월세로 옮겨가는 구조 변화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돈이 있어도 월세를 살 수 있다'는 인식 확산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정성진 어반어셋매니지먼트 대표는 "당장 목돈이 필요하지 않은 집주인들 입장에서는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해 왔다"면서도 "최근 세입자들 역시 월세를 선호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이전과 사회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점"이라고 진단했다.
전·월세 가격 불안은 지표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전세가격전망지수는 100.7(KB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 월간 시계열 통계)로 올해 들어 처음으로 기준선(100)을 넘으며 월간 최고치를 보였다. 현장 중개업소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이 지수는 100을 초과할수록 전셋값 상승을 전망하는 응답이 많았다는 의미다.
지난달 서울의 KB아파트 월세지수도 월간 역대 최고치인 102.3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전용 95.86㎡ 이하 중형 아파트의 월세 추이를 조사해 산출한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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