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후 2년여 만에 국내외 여행이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첫 휴가철이 목전으로 다가왔지만, 항공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해외여행을 포기하는 소비자도 생겨나는 분위기다.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달부터 국제선 유류할증료 19단계를 적용한다. 지난달보다 2계단 오른 수준인데 기준 거리(편도) 비례별로 유류할증료가 29만3800원까지 부과된다. 지난 2016년 5월 유류할증료 거리 비례구간제가 도입된 이래 최고다.
항공기 운임에 포함되는 유류할증료가 오른 까닭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유가가 들썩이고 있어서다. 오는 7월에는 대한항공의 국내선 유류할증료 역시 1만9800원으로 전월 대비 2200원 오른다. 2008년 9월 금융위기발(發) 국제유가 폭등 당시 최고치 1만7600원을 넘어선다.
여행이나 출장 등을 가려는 수요와 국제유가 상승 등이 맞물리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연일 가중되는 분위기다.
현충일 연휴 기간 김포~제주를 왕복했다는 소비자 A씨는 "저가항공사 일반석인데도 23만원이 소요됐다"며 "코로나19 전에는 비싸도 10만원은 안 냈던 것 같다. 특가상품으로 구매하면 4만원대에 왕복했던 기억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항공권 가격 비교 사이트에서 내달 초 김포와 제주를 왕복하는 항공권(일반석, 성인 1명)을 검색해보자 국적기 최저가 기준 약 17만6000원으로 나타났다.
이달 3일 인천국제공항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같은 기간 인천과 프랑스 파리를 왕복하는 직항 항공권(일반석, 성인 1명)은 국적기 최저가 기준 약 310만원을 기록했다. 한 차례 경유해도 가격은 219만원부터 시작하는데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이 노선의 가격은 직항이 150만원 상당이었다. 1.5~2배가량 오른 것이다.비단 국내 항공사의 항공권 가격만 오르는 건 아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항공유가격지수(JFPI)는 이달 3일 기준 466.08로 나타났다. 작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300선을 밑돌았으나, 올해 초부터 급등세를 보이면서 3월 중 400선을 돌파했다.
또 공급이 수요를 좀처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국제선 항공편은 주 532회 운항했다. 코로나19 전 주 4714회 운항하던 것과 견주면 11.3% 수준이다.
코로나19로 결혼식을 1년 가까이 미뤄왔다는 한 30대 소비자는 "신혼여행이라도 미리 다녀오려 했는데 항공권 가격이 너무 비싸 포기했다"며 "결혼식 비용에 혼수만 해도 부담인데 몇백만원을 더 쓸 여력이 없다"고 토로했다.
국토부가 지난 8일부터 해외입국자에 대한 7일 격리의무제를 해제하는 등 항공업계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정상화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휴직에 들어갔거나, 퇴사한 인력이 많은 만큼 항공기를 조종할 인력과 승무원 등을 새로 채용해야 한다. 이들을 교육하고 현장에 투입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항공사들이 그간 누적된 손실이 커 쉽게 움직이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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