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재산세 등 보유세 과세 기산일(6월 1일) 이후에도 전국적으로 아파트 매물이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매수세는 6억원 이하 매물에만 집중되는 모양새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전국 17개 시·도 아파트 매물은 지난달 31일 대비 일제히 증가했다. 시도별로는 광주의 매물 증가폭(6.2%)이 가장 컸다. 이어 제주 5.2%, 경남 3.3%, 충남 3.1%, 대전·경북·부산 각 2.7% 순으로 집계됐다. 수도권에서는 서울이 2.4%, 인천와 경기가 각 2.5%의 매물 증가율을 보였다.
이는 지난 5월 10일부터 시행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1년 한시 배제 조치 때문으로 풀이된다. 종부세와 양도세 절감을 위해 보유세 과세 기간 전에 아파트를 처분하려고 내놓은 매물들이 단기간 처분에 실패했어도 매물을 다시 거둬들이지 않은 다주택자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종부세 과세 기준일 이전에 아파트 처분은 어렵게 됐지만, 기본세율(6∼45%)로 주택을 처분할 수 있는 양도세 중과 유예 기간이 남아있어서다.
실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1년 한시 배제 조치가 시행된 지난달 10일 이후 서울은 11.3%, 경기는 9.8%, 인천은 11.4% 매물이 각각 늘었다. 서울의 구별 매물 증가율은 지난달 10일 이후 강서구(14.3%), 구로구(13.8%), 중구(13.7%), 용산·노원구(13.6%), 송파구(13.5%), 금천구(13.3%), 마포구(13.1%), 동대문구(12.5%), 관악구(12.0%)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 매물은 늘어나고 있지만, 매수세는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 서울 매매수급지수(한국부동산원)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 조치가 시행된 5월 둘째 주 이후 4주 연속(91.1→91.0→90.8→90.6→90.2) 하락세를 보였다.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100)보다 낮으면 주택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성진 어반에셋매니지먼트 대표는 "다주택자의 절세 매물이 계속 증가하는 데다 정부가 규제 완화에 대한 속도 조절에 들어가면서 집을 살 사람보다 팔 사람이 많아진 것"이라며 "기존의 고강도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압박까지 여전히 진행 중이에서 매수 관망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다만, 매매가 6억원 이하의 저가 아파트만 매수 비율은 조금씩 높아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대표적인 서민 주택담보대출로 분류되는 보금자리론은 6억원 이하의 주택일 경우에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지난 2일까지 등록된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1061건 중 매매가격 6억원 이하가 452건에 이른다. 아직 등록 신고 기한(30일)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도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에서 6억원 이하가 차지하는 비율(42.6%)은 올해 월별 기준 최고치다.
이런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필두로 한 초강력 대출 규제가 꼽힌다. 투기과열지구인 서울에서는 시가 15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은 담보대출이 받을 수 없다. 또 올해부터 총대출액 2억원을 초과하는 대출자에게 개인별 DSR 규제가 1금융권은 40%, 제2금융권은 50%로 적용 중이다. 여기에 다음 달부터는 개인별 DSR 규제 대상이 총대출액 1억원 초과 대출자로 확대될 예정이다.
매물 증가세에도 유례 없는 거래침체 시장은 올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경제 성장률 둔화, 가격 고점 인식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매수자들의 관망 속에 중저가 위주의 실수요 거래만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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