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꼬박 취임 한 달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탈권위와 소통'을 강조하며 청와대에서 벗어나 국민과 거리를 좁힌 것은 긍정적이라는 평이다. 반면 취임 때부터 역설해 온 '초당적 협치'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청와대 '밖으로' 벗어났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상징인 청와대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주면서 국민과 거리를 좁히겠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의 '탈권위'는 식사하는 모습에서도 나타났다. 점심때 청사 근처 식당에서 식사하거나 종로의 한 피자집에서 참모진과 피자를 먹는 모습은 전임 대통령에게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또 주말에는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백화점 쇼핑을 하는 등 공개 나들이도 국민 곁으로 다가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종로 인근 피자집에서 김대기 비서실장, 김용현 경호처장, 최상목 경제수석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 = 대통령실 제공]
상시적인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대통령실이 9일 공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을 총 12회 진행했다며 "역대 대통령과 비교 불가능한 소통 방식과 횟수를 통해 '참모 뒤에 숨지 않겠다'는 약속을 실천했다"고 자평했다. 윤 대통령은 용산 집무실 출근길마다 현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언론접촉을 늘렸다.박상병 정치평론가는 10일 매경닷컴과의 전화에서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하지 못했던 것을 윤 대통령이 한 점은 잘한 것"이라며 "국민과 약속을 지키고 국민의 품으로 돌려주었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좋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윤 대통령의 긍정적인 면은 소탈한 동네 아저씨 같은 이미지다. 평소에 먹는 음식, 입는 옷, 말하는 화투 등이 그렇다"며 "기존에 정해진 틀을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고 평했다. 또 "전임 대통령들은 언론과 소통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었다. 대통령 본인이 직접 설명하고 국민을 직접 설득하려 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었다"면서 "윤 대통령은 그런 점을 수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의 신속한 처리를 요청하는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야당과의 협치'에 대해선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취임식부터 '국민 통합', '협치'를 내세웠지만 정작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협력하는 자세가 부족하다는 평이다.대통령과 야당 지도부의 만남은 윤 대통령의 취임 한 달을 맞은 현재까지도 성사되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함께 만찬 하자는 메시지를 내놓았으나, 민주당이 거절하면서 무산됐다. 반대로 민주당이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현안 논의를 위해 '영수회담'을 제안했을 때는 윤 대통령이 추경안을 선제적으로 처리한 후 논의하자며 거절했다. '협치'를 강조한 윤 대통령으로서는 야당에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박상병 평론가는 "윤 대통령은 일단 협치하려는 마음이 없고 협치가 안 된다.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혼자 하는 것이 아니잖는가"라며 "(인사의 경우) 야당이 반대하더라도 본인이 하고 싶으면 그대로 한다. 전형적인 권위주의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청와대를 벗어났다고 '탈권위주의'인 것은 아니다"며 "국정 운영에서 협치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교수도 "야당과의 협치에 너무 소극적"이라며 "새로운 정부의 국정 운영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여론이 지방선거에서 확인됐다. 그러다 보니 그런 민심을 과하게 과시해서 '협치를 안 해도 된다'는 뜻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과거 문재인 정부가 보여줬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며 "(윤 정부가) 문 정부의 '내로남불'을 비판해 국민들께 신임을 얻은 것인데, 본인들도 정권을 잡고 나니 똑같은 모습을 보여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변덕호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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