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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송해 마지막 가는 길…세상에 뿌린 사랑만큼 따뜻했다
입력 2022-06-10 08:44  | 수정 2022-06-10 09:18
故 송해의 영결식 및 발인 현장. 사진 ㅣ유용석 기자
고(故) 송해의 마지막 가는 길을 온 국민이 함께 했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쳐야 했지만, 그가 생전 세상에 뿌린 사랑만큼 따뜻하고 외롭지 않았다.
10일 오전 4시 30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송해의 영결식이 엄수된 가운데, 엄용수, 이용식, 전유성, 임하룡, 김학래, 최양락, 유재석, 강호동, 이수근, 조세호 등 후배 희극인들이 총집결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이날 영결식 사회는 코미디언 김학래가 맡았고, 엄영수 방송코미디언협회장이 조사를 했다. 또, 개그맨 이용식이 추도사를 했으며, 설운도, 현숙, 문희옥, 배일호, 김혜연, 이자연, 신유 등이 송해의 대표곡 ‘나팔꽃 인생을 불렀다.
진행을 맡은 김학래는 TV를 켰을 때 허기진 배를 웃음으로 채워주신 분입니다. 오늘 만큼은 즐거운 마음으로 천국에 가시는 고 송해 선생님을 배웅해 드리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송해 영결식이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사진 ㅣ유용석 기자
조사를 맡은 방송코미디협회장 엄영수는 남들은 은퇴를 할 61세에 ‘전국노래자랑 MC를 맡으셔서 방송사에 빛날 최고의 기록을 남기셨습니다”라며 ‘전국노래자랑은 천만명 이상의 시민이 나왔고, 34년 연속 최장수 프로그램이 됐습니다. 95세 최고령 MC로 최고 인기 MC였습니다”라고 고인의 업적을 기렸다.
이어 선생님은 무작정 가출하셨고, 이북에서 무작정 월남하셨습니다. 피난처에서 무작정 상경하시고 무작정 데뷔하셨습니다”라며 이번에도 선생님 무작정 일어나십시요. 선생님이 일어나실 때까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라고 여전히 믿기지 않는 듯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서 선생님은 하차를 하겠다는 말을 한 번도 하신 적이 없습니다. 길어야 2~3일 입원하셨습니다. 2천원짜리 국밥을 드시고, 노인 어르신과 동고동락하는 삶을 사신 송해 선생님. 이런 청춘에 이렇게 일찍 하늘나라로 가시다니 믿기지 않습니다. 천국에서 편안히 자유롭게 쉬시길 바랍니다. 선생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몹시 보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눈물로 추도사를 한 이용식. 사진 ㅣ유용석 기자
추도사를 한 이용식은 연신 눈물을 보였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가슴에 슬픔과 아쉬움을 남기시고 뭐가 그리 바쁘시다고 가셨는지. 항상 먼저 하늘나라로 간 후배들의 영정을 어루만지시면서 못된 놈이라고 나보다 먼저 갔다고 그렇게 혼내시더니 이 새벽에 이별이라뇨”라며 수많은 별들이 떠있는 천국에 가셔서 그렇게 형이라고 부르시던 구봉서, 이주일 선배님도 만나셔서 우리 후배들 잘 있다고 안부 좀 전해주십쇼”라고 작별인사를 하며 눈물을 삼켰다.
30여분간의 발인식이 끝나고 최양락, 임하룡, 유재석, 강호동, 조세호, 양상국 6명이 고인을 운구했다.
고인을 실은 운구차는 서울 낙원동에 소재한 송해길에서 진행된 노제를 거쳐 KBS 본관을 들른 뒤 경북 김천시에 위치한 화장터로 향했다. KBS에선 ‘전국노래자랑을 함께해온 악단이 마지막 길을 연주로 배웅했다.
KBS 최장수 프로그램인 ‘전국노래자랑 MC 자리를 34년 동안이나 지켜온 고인은 ‘최고령 MC(95세)로 올해 기네스 세계기록을 세우는 등 ‘국민 MC로 사랑받았다.
운구를 맡으며 온 마음으로 배웅한 유재석, 강호동. 사진 ㅣ유용석 기자
고인의 빈소에는 방송·연예계를 비롯해 정치계 인사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첫날인 8일에는 유재석, 조세호, 심형래, 엄영수, 임하룡, 홍록기, 이용식, 김수용, 김용만, 김학래, 유동근, 조영남, 김흥국, 설운도, 쟈니 리, 임백천, 이상벽, 이상용, 송가인, 장민호, 정동원이 빈소를 찾아 추모했다.
둘째 날인 9일에는 최불암, 전현무, 김숙, 임성훈, 이미자, 이순재, 전원주, 박진도, 박상철, 유민상, 문세윤, 김민경, 홍윤화, 태진아, 지병수, 문희옥, 송대관, 인순이 등이 조문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동연 경기도지사, 조원진 전 국회의원, 정순균 강남구청장, 김문오 달성군수, 이재오 전 특임장관 등도 고인의 빈소를 다녀갔다.
설운도, 현숙, 문희옥, 배일호 신유 등이 송해 대표곡 ‘나팔꽃 인생을 부르는 모습. 사진ㅣ유용석 기자
배우 이순재는 희극 뿐 아니라 MC 등 (대한민국 연예계에서) 상징적인 존재고, 대중문화의 핵이라고 본다. 평생을 봉사하신 분”이라며 송해 선생님이야말로 정말 입체적으로 당신의 역할을 다하고 가신 분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뽀빠이 이상용은 송해 선생님은 국보다. 국보를 도둑맞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가 데뷔했을 때 제게 ‘키 큰 사람 이기는 법은 책 보는 거다, 머리로 이기자고 하셔서 여태까지 책 읽게 해주신 분”이라며 송해 선생님은 여러분 마음속에 살아계시리라 믿는다”고 말하며 애도했다.
별세 전날 미국으로 출국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SNS를 통해 제가 출국하기 전에 선생님께 전화라도 드렸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한스럽다”며 낙원동 ‘송해의 길 사업을 앞두고 떠나신 것이 더욱 마음 아프다”고 애도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1927년 황해도 연백군에서 태어난 고인은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지난 4일 2년여 만에 재개된 ‘전국 노래자랑 영광군 공개녹화에 못 가고 나흘 후 끝내 눈을 감았다.

고인의 유해는 ‘제2의 고향이라던 대구 달성군 송해공원에 안장된 부인 석옥이씨 곁에 안치된다.
지금도 저 하늘 위 무대에서 저는 막 천국에 잘 도착했습니다. 국민 여러분, 울지 마세요. 인생 잠깐입니다. 아무쪼록 희망의 끈 놓지 마시고 평안하시고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십시요. ‘천국~노래자랑”이라고 외칠 것만 같다.
[서울대학병원=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김소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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