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날개잃은 원화값…금융위기 이후 가장 빠르게 하락
입력 2022-06-09 17:54  | 수정 2022-06-09 19:26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2월 말 이후 달러당 원화값 하락 속도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빠른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은 9일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빠른 원화값 하락이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에 따르면 2월 25일부터 5월 20일까지 원화값은 달러당 66.5원 떨어졌다. 하루에 달러당 1.15원씩 하락한 셈이다. 최근을 포함해 금융위기 후 나타난 원화값 하락기 중에서도 가장 빨랐다. 금융위기 당시(2008년 9월~2009년 3월)엔 하루 평균 3.41원꼴로 달러당 원화값이 하락했다.
한은은 원화값 하락이 국제유가, 원자재가격 상승과 맞물려 물가를 더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달러당 원화값 하락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영향을 보여주는 물가전가율은 1분기 0.06으로 추정됐다. 원화값이 1% 낮아질 때마다 물가는 0.06%포인트 높아진다는 얘기다. 분기별로 발표되는 전가율이 0.06까지 올라선 것은 2017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2019년 4분기 이후 전가율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또 한은은 올해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3.8%) 가운데 원화값의 물가 상승 기여도는 약 9%(0.34%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원화값이 안정적이었다면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46%로 낮아질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일반 국민의 향후 1년간 물가상승폭 전망치를 보여주는 기대인플레이션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도 통화당국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이 한은의 물가안정목표(2%) 수준을 상당 폭 상회하고 있으며 장기 기대인플레이션도 목표 수준으로 상승했다"고 염려했다. 이어 "기대인플레이션을 매개로 최근의 높은 물가 오름세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증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요즘처럼 물가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시기엔 소비자들이 언론 보도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는 물가 상승폭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 한은은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지기 시작한 때부터 3분기가 지난 시점에선 임금이 오르고 이는 다시 가격 인상 압박을 높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은은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낮은 확률로 고려하고 있다"면서도 "현재 여전히 잠재성장률 이상 성장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 부총재보는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0.25%포인트씩 인상하는 게 아직은 적절하다고 본다"면서 "다만 빅스텝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고 답했다.
[안병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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