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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조원짜리 폭탄 돌리기…코스피 600포인트 빠질 동안 개미 '빚투'는 그대로
입력 2022-06-09 16:24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개인 투자자들이 증권사 등으로부터 주식 매입을 위해 빌린 자금인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21조원대에서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코스피가 3000포인트를 처음 넘어섰던 지난해 1월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지수 하락에도 불구하고 신용거래 잔고가 좀처럼 줄지 않는 가운데 향후 약세장이 벌어질 경우 신용거래는 반대매매로 이어지면서 주가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코스피 11조4070억원, 코스닥 10조2363억원으로 총 21조643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코스피가 장중 기준으로 처음 3000포인트를 돌파한 지난해 1월 6일 19조9556억원보다 1조6877억원이나 많은 금액이다. 또 동학개미 열풍이 불기 전인 지난 2019년 말 신용거래융자 잔고인 9조2132억원에 비해서는 2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해 말 23조886억원에서 5개월여 동안 6.25% 감소했다. 이 기간 코스피가 11.83%, 코스닥 15.16% 감소한 데 비춰보면 하락폭이 적다. 부진한 증시에도 '빚투'는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적었던 셈이다.
월별로 보면 코로나 폭락장이 있었던 지난 2020년 3월 6조5782억원까지 줄었던 신용거래 잔고는 그해 6월 말 12조6604억원, 7월 말 14조3259억원, 8월 말 16조2150억원, 11월 말 17조9401억원, 12월 말 19조2213억원으로 급증세를 보였고 지난해 1월 말에는 21조138억원으로 20조원대를 넘어섰다. 이후 지난해 8월 말 24조9205억원으로 고점을 찍은 이후 20조~22조원대에서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신용거래융자 잔고 추이 [사진 출처 = 금융투자협회]
지수는 하락하는데 신용잔고는 줄지 않으면서 시총 대비 신용융자 잔고 금액 비율은 크게 상승했다. 코로나 이전 코스피와 코스피, 코스닥의 신용잔고비율 평균은 각각 0.3%, 2.1% 수준이었으나 현재 0.6%, 2.6%까지 상승했다.
신용거래는 상대적으로 투기적 성향이 강한 자금으로 분류된다. 올해 들어 코스피가 3000선에서 2600선까지 10% 넘게 하락하는 가운데도 신용거래가 크게 줄지 않은 데 대해서는 LG 에너지솔루션 상장 당시 환불된 청약 증거금 중 일부가 증시로 재투자된 영향과 3 월 대선을 거치며 관련 테마주에 대한 신용베팅이 급증한 영향이 큰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문제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신용융자 잔고가 약세장에서는 반대매매로 이어지면서 추가적인 주가 하락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신용거래융자잔고는 일종의 투기수요 성격이 짙다. 신용거래를 통한 레버리지성 자금은 강세장에서 유동성 공급에 기여하는 역할을 한다"라며 "약세장에서는 반대매매를 유발해 신용잔고금액이 높은 종목의 주가 하락폭이 더 커지는 등 시장의 하방 위험을 가중시킨다"고 말했다.
이어 "신용잔고의 증가세가 상대적으로 높은 업종들은 공매도 목적으로 주로 활용되는 대차잔고도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용잔고와 대차잔고가 동반 감소하는, 즉 질적으로 수급 여건이 개선되고 있는 화학, 소매유통, 건강관리 업종을 우선 순위에 두는 것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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