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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아이유 "'브로커' 주연→칸 입성, 모든 게 꿈 같아"
입력 2022-06-09 07:02 
상업 영화 데뷔작으로 칸에 입성한 아이유. 사진 I EDAM엔터테인먼트
가수 겸 배우 아이유(본명 이지은, 30)가 먹먹하고도 애잔한 미혼모 연기를 펼쳤다. 상업영화 데뷔작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를 통해서다.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일본의 거장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 영화 연출작이다. 국민 배우 송강호부터 강동원 배두나 등 화려한 라인업으로 개봉 전부터 국내외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작품으로, 아이유의 캐스팅은 그야말로 파격이었다.
'브로커'는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돼, 아이유는 칸 레드카펫을 밟았으며 송강호는 남우주연상을 거머쥐는 쾌거를 이뤘다.
`브로커` 관련 모든 일들이 꿈만 같다는 아이유. 사진 I EDAM엔터테인먼트
"'대박'이라는 생각 뿐이었다"며 운을 뗀 아이유는 당시의 벅찬 감정을 떠올렸다. 그는 "지금 생각해도 정말 대박이다. 꿈 같은 일이 현실이 됐고, 굉장히 빨리 일어났다. '브로커' 캐스팅은 물론 칸 영화제서 일어난 모든 일이 여전히 얼떨떨하다"며 또 한 번 감격스러워했다.
2011년 KBS2 드라마 '드림하이'로 연기를 시작한 그는 2013년 KBS2 주말극 '최고다 이순신'에서 안정적인 연기로 첫 주연작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후 KBS2 '예쁜 남자' '프로듀사'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서의) 주가를 올렸고, 이선균과 함께 호흡을 맞춘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통해 배우로서 입지를 굳혔다. 이는 '브로커'와의 연결고리가 됐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나의 아저씨' 속 아이유의 연기에 반해 출연을 제안했다고 밝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아이유는 "감정을 내보이는 연기보단 속으로 삭히며 표현하는 게 잘 맞았던 것 같다. 실제 성향이 그런 면이 있기 때문"이라며 "그런 '결'을 좋게 봐주신 덕분에 '나의 아저씨'에 이어 '브로커'까지 영광스러운 기회를 얻게 됐다.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워낙 감독 님의 전작들을 감명 깊게 봤었고, 평소 존경하는 배두나 선배님의 응원에 (출연할) 용기를 냈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설정이 많아 두렵고 어려웠지만, 사람들끼리 공유하는 감정의 영역이 가장 크게 와 닿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임했다"고 설명했다.
"출산이라든지, 아이를 통해 느끼는 기쁨과 고통 등의 특수한 감정들은 엄마를 비롯해 주변에 많이 여쭤보며 조언을 구했어요. 시나리오 속 상황을 바탕으로 여러가지 감정을 입혀가면서 인물을 완성해나갔어요. 무엇보다 함께 한 선배님들과의 호흡 자체에 가장 큰 힘을 얻었고요."
그는 첫 대본 리딩 날을 떠올리며 "송강호 선배님부터 강동원, 배두나 선배님 등이 차례로 들어오시는데 '여기에 내가 정말 있어도 되나'라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잠시 복잡한 기분에 휩싸였지만 그저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만 계속 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여기까지 왔다"며 웃었다.
극 중 베이비 박스 앞에 아기를 버리고 사라지는 엄마 소영으로 분한 아이유. 빚에 허덕이는 세탁소 사장 상현(송강호 분)과 보육원 출신의 동수(강동원 분)는 그 아기를 몰래 데려가지만, 이튿날 소영이 다시 아기를 찾으러 왔다가 경찰에 신고하려 하면서 이들과 엮이게 된다. 상현과 동수는 아기를 제대로 키울 적임자를 찾으려고 했다고 변명하고, 소영은 그 여정에 동행한다. 그리고 형사 수진(배두나 분)과 이형사(이주영 분)가 이들의 뒤를 쫓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아이유는 "어느새 촬영이 끝나고 칸까지 가게 됐는데 현지 일정이 너무 바빠 정신이 혼미했다. 무엇보다 송강호 선배님이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신 게 너무 신기했다. 소름이 쫙 돋았다"면서 "무대에 올라 수상 소감을 말하는 선배님을 보는데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더라. 수상 후 뒤풀이 자리에서 '모두에게 고맙다'며 언급해주셨는데 너무 감동스럽고 감사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아이유는 송강호의 칸 남우주연상 수상 순간을 "영화같은 장면"이라고 떠올렸다. 사진 I EDAM엔터테인먼트
영화 공개된 후 일각에서 여우주연상 수상 예측이 나올 정도로 호평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그저 감사하다"며 겸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이어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지만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 해외 평을 번역기 돌려가며 모두 찾아 보면서 조금씩 실감했고 기뻤다. 제 연기를 인상 깊게 보신 분이 있다는 것 자체가 여전히 신기했고 행복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첫 상업 영화 데뷔작이라는 것만으로도 잊을 수 없을 작품인데 이런 저런 경사들이 겹쳐 정말 꿈만 같아요. 누군가가 제게 믿음을 주고 이렇게 큰 역할을 주셨다는 것에 감사하고요. 어떻게든 꼭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 뿐이에요. (웃음)"
끝으로 아이유는 열린 결말에 대해 "적어도 '소영'에겐 해피엔딩이었다고 생각한다. 한 걸음이라도 나아갔으니까. 물론 다시 어렵고 힘든 삶이 펼쳐지겠지만 그럼에도 엄두도 내지 못했던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기쁜 마음으로 영화의 마지막을 봤다. 어떤 앞날이든 그녀를 진심으로 응원하면서 봤다. 그것으로 충분히 의미가 깊었던 것 같다"며 깊은 애정을 보였다.
"이 세상의 많은 소영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요? 제가 살아보지 않은 삶이라...감히 누군가에게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요? 단순하게 '힘내라' '응원한다'는 말 할 자격이 제게 있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응원합니다. 진심으로요."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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