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불패 신화로 불리던 서울도 매수세 실종 효과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강서구를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로 다주택자 매물 출회,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 부담 가중, 똘똘한 한 채 전략으로 인한 양극화 등이 영향을 미치면서 올해 하반기에는 외곽지역부터 집값 하락장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 마곡동 신안아파트 전용면적 59㎡는 지난달 27일 6억7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지난해 9월 신고가(9억5000만원) 대비 2억8000만원 하락한 가격이다. 이 아파트는 1993년 준공돼 재건축 추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집값이 크게 치솟은 바 있다.
화곡동 강서힐스테이트 전용 128㎡도 지난달 27일 신고가(16억9000만원)보다 3억7500만원 하락한 13억2000만원(17층)에 계약서를 새로 썼다. 내발산동 마곡수명산파크3단지와 화곡동 우장산아이파크이편한세상 등 비교적 새 아파트들도 억단위 하락세를 겪고 있다.
최근 들어 서울 아파트 매물량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3월 제20대 대통령 선거 이후 새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1년간 배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보유세 과세 기산일 이후에도 절세 매물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매물 수는 지난해 말 4만5000건가량에 불과했지만 지난 3월 중순 5만건을 넘어선 데에 이어 지난 5월 중순 6만건을 돌파했다. 지난해 8월 이후 약 10개월 만에 다시 6만건대로 올라선 것이다. 부동산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도 서울 아파트 매물 수는 6만3195건으로 여전히 6만건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강서구의 매물 증가폭이 13%에 달한다.
이처럼 매물은 늘어나는데 거래 빙하기는 길어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아파트 매매량은 약 1200건으로 전월 1744건 대비 약 30%, 3월 1434건 대비 약 17% 감소했다. 아직 5월 매매 신고 기간이 남아 있지만 크게 늘어날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상승 가능성과 하락 가능성을 사이에 두고 매수자들의 눈치싸움이 치열하다"며 "선거 이벤트가 모두 종료된 상황에서 새 정부가 강조한 주택공급 로드맵을 기다리는 상황이라 부동산 거래 움직임은 정책이 어느 정도 시행된 이후에나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빠른 점도 매수 심리를 위축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4월과 5월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상향 조정했다.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다섯 차례나 인상된 것이다. 기준금리가 1.75%를 찍으면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6%대까지 올랐다. 오는 하반기에도 기준금리 인상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하는 서울 매매수급지수는 최근 4주 연속 하락해 90.2까지 내려앉았다.
복수의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서울의 경우 임대차법 시행 2년이 되는 오는 8월 이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전셋값이 크게 치솟아 다시 매수세에 불이 붙는다면 집값이 상승할 수 있고, 대출 이자 부담으로 전세 수요의 매매 전환이 저조하다면 약세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 전까지는 일부 강남권 재건축 단지와 초호화 주택을 제외하면 관망세가 짙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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