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등의 악재로 주식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도 '한탕 수익'을 노리는 개미 투자자들이 테마주 위주로 빚투(빚내서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융자 이자율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고, 하락장이 이어지면서 반대매매도 속출하고 있는만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용비율 상위 종목들 중 상당수가 정치인과 원자재 등 특정 테마에 엮인 종목들이었다. 신용비율이 높다는 것은 해당 종목에 빚을 내서 투자한 투자자들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지난 3일 기준 신용비율이 가장 높은 종목인 빅텍(13.68%)은 군용 전원 공급 장치, 피아 식별 장치 등 방산 제품들을 생산하는 대표적인 방산주다.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따라 신용투자가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번째로 신용비율이 높았던 선광(12.13%)은 인천에서 곡물 터미널 등을 운영하는 물류 기업으로 곡물가격 상승 테마에 편승해 최근 주가가 급등했다. 신용비율 7위인 우진(11.42%)은 원자력발전 테마주로 분류돼 개미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정치 테마주에도 빚투가 몰리고 있다. 신용비율이 두번째로 높은 써니전자(12.66%)의 경우 송태종 전 대표이사가 안랩 출신이라는 이유로 안철수 테마주로 분류되고 있다. 또 다른 안철수 테마주인 이루온(11.30%)의 신용비율도 여덟번째로 높았다. 유무선 통신업체 이루온은 이승구 대표이사는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의 서울대 동문이라는 이유로 안철수 테마주로 꼽히고 있다.
테마주에 빚투가 몰릴수록 개미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커진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가가 바닥을 찍었다고 판단한 개미투자자들이 신용융자를 받아 테마주 저가매수에 나서며 고수익을 노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 국내외 경제 여건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하반기 주가가 하락할 경우 개미투자자들이 빚더미에 오를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증권사들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예상 밴드 하단을 하향조정하고 있는 추세다.
신용비율이 높은 종목의 경우 주가가 하락할 때 반대매매가 발생해 더 크게 하락하는 경우가 많은 것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업계는 경고하고 있다. 신용공여로 주식에 투자할 경우 유지해야 하는 담보비율이 있는데, 증권사는 담보비율이 기준 이하로 내려가면 고객 의사와 상관없이 주식을 강제로 일괄매도해 대여금을 회수한다. 반대매매로 투매 물량이 나오면 주가가 추가로 급락해 또 다른 반대매매가 나오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테마주의 경우 소위 '작전세력'이 반대매매를 이용해 개미투자자들을 먹잇감으로 삼는 경우가 있는 것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작전세력이 신용비율이 높은 종목에 대해 고의적으로 급락장을 만들어 반대매매를 발생하게 해 개미투자자에게 손실을 입힌 뒤 주가를 다시 올리는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테마주 외에도 전체적인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올해 증시 하락에도 불구하고 다시 늘어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금융투자업계는 지적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1조5313억원으로 집계됐다. 연초 감소 추세였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월부터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올해 코스피 지수가 2600선까지 하락했으에도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증시 활황이었던 지난해 연초(19조3522억원) 대비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반대매매도 최근 국내 증시 부진에 따라 급증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규모는 하루 평균 167억원으로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79억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월별 하루 평균 반대매매 규모도 지난 3월 148억원, 4월 156억원, 5월 164억원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증권사들이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잇따라 올리고 있는 것도 개미투자자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3개월에 연 7~8% 수준이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올해 9%로 높아졌다. 개미투자자들은 반대매매 후에도 갚지 못한 미수 금액에 대해 연체 금리 최대 3% 포함 9.9% 수준의 고금리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빚투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금융투자업계는 조언했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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