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출신 인사 잇따라 요직 배치되자
민주 "측근 검사들에게 자리 나눠주기?"
윤 대통령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물 쓰는 것" 반박
민주 "측근 검사들에게 자리 나눠주기?"
윤 대통령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물 쓰는 것" 반박
금융감독원 설립 이래 최초로 검찰 출신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내정됐으며, 윤석열 정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에도 검사 출신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습니다. 잇따른 검찰 출신 인사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유능한 인물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야당에선 "검찰은 모든 기관과 직무에 유능한 만능 인재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7일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신임 금융감독원 원장으로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방검찰청 형사 2부 부장검사를 임명 제청했습니다. 금감원장 임명은 금융위 의결, 금융위원장 제청을 거쳐 대통령 임명 순으로 이뤄지는데, 이제 윤 대통령의 결정만 남은 셈입니다.
신임 금융감독원장으로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가 7일 내정됐다. 사진은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 내정자 / 사진 = 연합뉴스
이 내정자는 1972년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2000년 사법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지난 2006년 윤 대통령이 대검 중수 1과장을 맡아 현대차 비자금과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을 수사할 당시 같이 일하는 등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돼 왔습니다. 특히 지난 4월에는 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것에 반발해 사표를 내며 주목 받았습니다.
금융위는 "이 내정자는 검찰 재직 시절 굵직한 경제범죄 수사 업무에 참여해 경제정의를 실현한 경험을 바탕으로, 금융회사의 준법경영 환경을 조성하고, 금융소비자보호 등 금감원의 당면한 과제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적임자로 평가되어 신임 금융감독원 원장으로 제청했다"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아울러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으로는 검사 출신인 강수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이에 대해 조오섭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복현 전 부장검사는 윤 대통령과 국정원 댓글 수사, 국정농단 특검 수사를 함께한 '윤석열 사단'으로 손꼽히고, 강수진 교수는 윤 대통령과 성남지청에서 함께 근무하며 카풀을 했던 인연으로 알려졌다"며 "윤 대통령은 인사를 측근 검사들에게 자리 나눠주기로 여기는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조 대변인은 "검찰 출신이 아니면 대한민국에 유능한 인물은 씨가 마른 것인지 묻고 싶다"며 "국민을 위한 대통령은 선거용 구호였고 검찰을 위한 대통령이 되려는 것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윤 대통령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검찰로 모든 인사를 채울 수밖에 없는 분명한 근거를 밝히기 바란다"며 "그렇지 않다면 국민의 우려와 비판은 무시하고 오직 '검찰편중', '지인찬스', '마이웨이' 인사를 고집하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앞서 박성근 전 서울고검 검사가 국무총리 비서실장에 임명된 것을 시작으로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에도 조상준 전 대검 형사부장이 임명되는 등 검찰 출신 인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가보훈처장에도 처음으로 검사 출신인 박민식 처장이 임명됐으며, 이외에도 이시원 공직기강비선관, 주진우 법률비서관, 복두규 인사기획관, 이원모 인사비서관, 윤재순 총무비서관, 강의구 부속실장 등 검찰 출신 인사들이 대거 발탁됐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검찰 출신 인사가 정부 요직을 독식한다는 비판이 있다'는 말을 듣고는 "우리의 인사 원칙은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물을 쓰는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아울러 대통령실 관계자는 "검찰 출신 인사가 많다는 지적을 알고 있고, 특정 지역에 쏠리는 것은 국정의 균형성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얘기를 저희도 잘 듣고 있다"면서 "유능한 적임자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전문성을 갖춘 분을 발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