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춥지 않다던 '반도체 겨울'이 예상보다 더 길어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당초 올해 하반기 반도체 가격 반등을 예상했지만 IT 기기 수요 부진으로 하반기도 반도체 겨울이 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6만원선 중반에서 두달 넘게 게걸음을 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주가 반등도 그만큼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7일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1300원(1.95%) 내린 6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12월 24일 8만800원에서 반년여 만에 18.81%나 빠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31일 장중 7만200원 이후 두달 넘게 6만전자에 머무르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삼성전자를 팔고 개인 투자자들이 물량을 받아내는 수급 패턴은 지속되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전날까지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4조5248억원, 기관 투자자는 1조3550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5조7395억원을 순매수했다.
삼성전자 주가만 부진한 게 아니다.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의 메모리반도체 기업 SK하이닉스는 이날 2.80% 하락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10만4000원까지 떨어졌다. 지난 2월 13만4000원에서 넉달여 만에 22.38%나 하락했다.
뉴욕증시에서도 주요 반도체 기업의 주가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세계 3위의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지난 3일 7.20% 급락했고 지난밤에는 0.73% 오르는 데 그쳤다. 마이크론 주가는 올해 들어 24.37%나 하락해 삼성전자(-16.22%), SK하이닉스(-20.61%)보다 낙폭이 더 크다. 이외에도 엔비디아(-36.13%), 인텔(-15.84%), 퀄컴(-23.20%), AMD(-26.58%) 등 다른 반도체기업들의 주가도 올해 들어 큰폭의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삼성전자의 최근 1년간 주가 추이 [출처 = 구글 파이낸스]
최근 들어 하반기 반도체 가격 약세론이 부각되면서 반도체기업들에 대한 투자심리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지난 3일 미국의 투자은행 파이퍼 샌들러는 메모리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면서 마이크론에 대한 목표주가를 기존 90달러에서 70달러로 하향 조정하면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도'로 낮췄다. 파이퍼 샌들러는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PC, 모바일 등 IT 기기들의 수요도 침체될 수 밖에 없으면 D램은 이미 가격 하락이 시작됐다고 밝혔다.기존에는 반도체 가격이 올 상반기 중 저점을 찍고 하반기에는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팬데믹 상황에서 크게 증가했던 IT 기기 판매가 엔데믹이 가시화하면서 급속히 감소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낸드플래시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이 수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판매 부진으로 3분기 추가적인 가격 하락이 발생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미 5월 말 기준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고정거래 가격은 평균 3.35달러로, 전월(3.41달러) 대비 1.76% 하락했다. 지난 1월 -8.09%나 하락한 이후 석달 동안 보합세를 이어가다 지난달 다시 하락한 것이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D램 시장이 '우려했던 것보다 낫다'고 했다면 하반기는 거시적 불확실성에 따른 수요 감소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시기"라며 "PC와 스마트폰 같은 소비자향 기기의 경우 수요 감소로 재고가 정상 수준을 크게 웃돌고 있고, OEM 업체들은 하반기에 부품 재고 확보보다는 재고 감소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D램 수요 역시 단기적으로 약세일 전망이며 내년 중반부터 D램 수요가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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