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CGV가 1년 만에 영구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형태로 대규모 조달에 나선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시대의 대표적인 수혜주임에도 주가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발행한 CB처럼 투자자 모집에 성공할 지 주목된다.
최근 CJ CGV는 40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발행을 결정하고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현재 시가총액(1조1000억원)의 약 35%에 달하는 대규모 물량이다. 회사는 이번 자금으로 차입금 일부를 상환해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비용 부담을 줄일 예정이다. 또 최근 극장 수요 회복에 따른 운영 자금으로 일부를 활용할 방침을 밝혔다.
CB 만기는 발행일로부터 30년이지만 동일한 발행조건으로 만기일을 연장할 수 있어 사실상 영구채에 속한다. 영구 CB는 회계특성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부채비율 관리가 필요했던 CJ CGV는 지난해에도 영구 CB로 3000억원을 조달한 바 있다. 극장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CJ CGV 주가가 급등할 시 단기 시세 차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시장의 뭉칫돈이 몰렸다. 당시 최대주주인 CJ 등 기존 주주들이 청약에 참여하지 않아 2110억원의 실권주 물량이 나왔는데 여기에만 무려 16조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이번 CB의 주식 전환청구 기간은 지난 전환사채와 마찬가지로 발행일로부터 1개월 뒤부터 가능하다. 전환가액은 2만7400원으로 제시하고 있다. 최근 CJ CGV의 주가가 2만6000원선에서 형성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주가 상승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최근 영화관에 대한 방역조치가 해제되면서 극장 업황은 되살아나고 있다. 여기에 해외 유명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가 잇따라 수상에 성공하면서 업계에도 활력이 돌고 있다.
그러나 엔데믹 효과에 대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간 CJ CGV 주가는 오히려 하락세를 보였다는 점은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 CB가 발행됐던 6월 회사의 주가는 3만원 수준이었지만 올 1월에는 전환가액(2만6600원)보다 30% 낮은 1만9800원까지 떨어지며 바닥을 찍었다. 방역 조치가 해제된 최근에는 주가가 회복하는 듯했지만 2만7000원에서 머무는 데 그쳤다.
향후 주가가 올라 전환청구권 행사가 줄을 잇는다면 CJ CGV는 원금 상환과 이자 지급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주식을 전환해 차익을 실현하려는 오버행 물량에 대한 우려가 주가를 압박하는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지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CB 발행 규모가 커 단기 투자 심리에는 부정적"이라고 언급했다.
[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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