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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돌린 둔촌주공…시공단 "크레인 해체 일정 재검토"
입력 2022-06-07 14:48  | 수정 2022-06-07 15:18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이 공사 중단과 유치권 행사로 멈춰 선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지로 불리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공사 중단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서울시의 중재안에 둔촌주공재건축조합과 시공사업단이 엇갈린 반응을 내놓는 등 좀처럼 견해 차이를 줄이지 못하면서다. 다만 시공단이 타워크레인 철거 일정 재검토에 들어가면서 향후 공사 재개 시 금전 및 시간적 피해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시공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은 이날로 예정됐던 크레인 해체 작업 일정을 미루기로 했다. 이번 주 내로 크레인 관련 사업체들과 미팅을 가진 뒤 적절한 시기를 다시 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지난주 서울시·강동구청·정상화위원회가 요청한 크레인 해체 작업 연기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보냈다"며 "차주 결론을 내리고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공사 현장에는 총 57대의 크레인이 설치돼 있다. 이 크레인을 철거하게 되면 공사 기간은 필연적으로 길어질 수밖에 없다. 크레인은 해체에만 석 달 가까이 소요되는 중장비다. 재설치하는 데에도 반년이 소요된다. 이를 고려하면 주택 공급이 9개월 이상 지연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합원들은 사업단이 크레인 철거를 보류한 것만으로도 한숨 돌릴 수 있게 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 사이 이견 조율을 통해 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합원들의 손해가 나날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하루라도 빨리 갈등을 봉합하는 것이 조합 집행부의 역할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조합원들로 구성된 정상화위원회가 외부업체를 통해 피해 규모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공사 중단 사태가 6개월 동안 지속될 경우 추정 손실액은 1조6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집계됐다. 조합원 한 사람당 2억7000만원을 감당해야 하는 셈이다.
한 조합원은 "사업단이 크레인 철거를 보류하면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며 "추가 분담금을 마련할 수 있는 조합원이 많지 않은 데다가 대단지 특성상 분양시장과 전·월세시장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는 이슈라 빠른 시일 내에 협상을 마치고 공사장을 다시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앞서 조합과 시공단은 서울시의 중재안에 대한 입장을 전달했다. 조합은 중재안을 대부분 수용하겠다는 방침이고 시공단은 사실상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 조합이 법원에 제기한 공사도급변경 계약무효확인 소송과 공사계약변경을 의결을 먼저 취소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서울시는 갈등의 핵심인 공사비 증액계약의 유·무효보다는 변경계약에 따라 책정된 공사비에 대한 재검증을 한국부동산원에 의뢰해 그 결과를 증액계약에 반영하라고 권고했다. 또 공사 기간을 추가로 확보하고 분양 지연으로 발생하게 될 금융비용 등에 따른 손실 등을 수용하라고 당부했다. 시공단에는 조합의 마감재 고급화 및 도급제 변경 요구를 수용하고 30일 내로 공사를 재개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한편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기존 5930가구를 철거하고 지상 최고 35층·85개동·1만2032가구 신축 아파트인 올림픽파크포레온을 짓는 역사다. 현재 공정률은 52%에 달한다. 지난 2020년 6월 시공단과 전 조합 집행부가 공사비를 2조6708억원에서 3조2294억원으로 5600억원가량 늘리는 증액계약을 체결한 것을 새 조합 집행부가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하면서 갈등을 빚게 됐다. 이에 시공단은 지난 4월 15일부터 사업장에서 모든 인력과 장비를 철수시켰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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