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기업들이 임금 삭감 없는 주4일제에 대한 실험에 나섰다고 한다. 6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은행과 병원, 투자회사 등 70여개 기업과 단체들이 임금을 그대로 유지하되 생산성을 높여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주4일제 실험에 들어갔다. 옥스퍼드, 캠브리지, 보스턴 대학 연구진 등이 기획한 이 실험에는 6개월간 3300명 이상이이 참여한다. '100대 80대 100 모델'로 근무 시간은 80% 줄이면서 생산성과 임금은 100%를 유지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골자다. 근무 시간은 줄어들지만 노동자는 업무에 더 집중해야 실험에 성공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 실험을 통해 주4일제 시행에 따른 기업의 생산성과 근로자의 복지 여건 변화, 기후변화와 성 평등성 등 다양한 주제를 살펴볼 계획이라고 한다.
주4일제에 대한 논의는 1990년대초부터 시작됐다. 당시 유럽에서 실업률이 높아지자 독일과 프랑스 등은 인력을 줄이지 않는 구조조정 방법으로 주4일제를 실시했다. 경기가 좋아진 뒤 다시 주5일제로 돌아갔지만 주4일제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경험을 제공했다. 그후 인공지능(AI)과 로봇,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발전하며 덜 일하면서도 생산성을 높일 방법이 많아졌다. 인공지능 로봇이 제품을 생산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면 사람들은 일을 덜 해도 풍요롭게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생산성이 높아지면 기업들도 주4일제를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은 주4일제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주4일제가 기후변화와 불평등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히든카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심 의원은 "이미 생산성이 크게 높아져 지난 100년간 지속된 '고에너지 대량생산 경쟁사회'와 결별할 때가 됐다"고 주장한다. 주4일제로 전환하면 온실 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적정한 에너지와 적정한 소비, 적정한 성장으로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이미 주4일제를 실시하는 곳이 있다. 정확하게 주4일제는 아니라고 해도 근로시간을 단축하되 생산성을 높이는 쪽을 일하는 방식을 바꾸려고 하고 있다. 네이버와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토스앱을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 등 젊은 직원들이 많은 정보기술 기업과 스타트업들은 주4일제 또는 주4.5일제를 실험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근무시간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으로 생산성을 유지하고 있다.
영국 기업들의 임금 삭업 없는 주4일제 실험 결과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의 일하는 방식을 바꿀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다. 다만 실험이 현실에서도 성공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 회사와 직원들의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하고 노동 관련 법령도 주4일제에 맞춰 바꿔야 한다. 사회적 논의를 거쳐 합의점을 찾는 길고 긴 여정이 필요할 수 있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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