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락에 베팅하며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들인 개인 투자자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가 2개월 만에 배럴 당 120 달러를 넘어서는 등 가격이 치솟고 있어 인버스 상품의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달 동안 원유 ETF 가운데 평균 거래대금 1위는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H)'로 집계됐다. 2위도 인버스 상품인 'TIGER 원유선물인버스(H)'였다. 인버스란 가격이나 지수 하락을 추종하는 상품으로, 원유 가격에 하락하면 수익률이 올라간다.
최근 원유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원유 가격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가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하루 동안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H)는 개인 투자자 순매수 상위 10위에 올랐다.
개인 투자자는 인버스 종목을 사들이고 있으나 주가는 흘러내리고 있다. 원유 가격이 좀처럼 안정세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원유 재고 감소 영향에 상승세를 타고 있다. 2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1.61달러(1.40%) 오른 배럴당 116.87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최근 브렌트유는 약 두 달 만에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가 증산 규모를 확대하겠다 밝혔지만 역부족이었다. 미국의 원유 소비가 크게 늘면서 원유 재고가 예상보다 더 많이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에 원유 가격 상승세를 부추겼다.
국제유가 상승세와 함께 인버스 종목들의 수익률은 악화하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 TIGER 원유선물인버스 주가는 12.8% 감소했다. KODEX WTI 원유선물인버스(-12.4%) 역시 수익률이 두 자릿 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는 KODEX WTI 원유선물인버스와 TIGER 원유선물인버스를 각각 984억원, 947억원 순매수했는데, 수익률은 각각 -5.5%, -5.8%로 집계됐다. 원유 가격이 추가 상승한다면 개인 투자자의 손실은 더 커질 수 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6월부터 중국 락다운의 본격적인 완화와 미국의 휴가철에 따른 원유 수요의 계절적 성수기 진입, 이란의 핵합의 협상 지연에 따른 기대됐던 이란산 원유 공급 증가의 공백 등 국제유가는 하락보다는 상승 요인이 더 많다"며 "6월 WTI는 한동안 120~130달러/배럴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원유 관련 상품이 수익률 상위권을 싹쓸이하고 있다. 전체 ETF의 연초대비 수익률을 집계한 결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원유선물Enhanced(H)'가 62.85% 올라 KODEX 미국 S&P 에너지(64.40%)에 이어 수익률 2위를 차지했다.
[김현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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