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가격이 두 달 만에 하락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로 매물이 증가하고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매수심리가 위축된 탓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관망세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 대비 0.01% 하락했다. 지난 3월 말 이후 9주 만에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말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전주보다 0.4포인트 하락한 90.2로 집계됐다. 수급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매도세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의미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13곳의 아파트값이 내려앉았다. 8곳은 보합권에 머물렀고, 나머지 4곳만이 상승했다. 불패지로 불리는 강남의 서초구(0.04%→0.01%)와 강남구(0.02%→0.01%) 모두 상승폭을 축소했다. 송파구(-0.01%)는 지난주(-0.01%)에 이어 약세를 나타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18일 직전 최고가 대비 4억원 낮은 22억5000만원에 매매가 체결됐다. 강남구 논현동 한화꿈에그린 전용 67㎡는 지난달 26일 직전 최고가보다 4억6000만원 저렴한 8억5600만원에 손바뀜됐다. 2019년4월 거래가(8억5000만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서초구 방배동 방배래미안 전용 114㎡ 역시 지난달 8일 신고가와 비교해 4억9900만원 빠진 14억100만원에 팔렸다.
대통령집무실 이전 호재가 반영돼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던 용산구(0.05%→0.03%)도 오름세가 꺾였다. 이 외에 강북구(-0.02%), 동대문구(-0.01%), 도봉구(-0.02%) 등이 내림세였다. 특히 노원구의 아파트값은 한 달 연속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가 꺾인 이유로 매물 증가와 기준금리 인상 및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겹친 것이 꼽힌다.
정부는 매년 6월 1일을 기준으로 소유 부동산에 대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책정한다. 보유세 부담을 덜어내기 위해 다주택자들이 가지고 있던 매물을 풀어놓은 것으로 보인다. 양도세 중과 한시적 배제 조치 또한 매물 증가의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0일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1년간 유예 조치를 실시했다.
여기에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은행권의 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매수세가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음 달부터는 금융권에서 빌린 대출금이 1억원 이상인 차주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를 적용받는다.
전문가들도 당분간 시장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절세용 급매물이 출회되는 상황에서도 매수세가 얼어붙으며 서울 전체가 하락 전환했다"며 "높은 금리에 이자 규모가 커지면서 부동산투자에 대한 기대감도 줄어드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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