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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그린마더스클럽’ 김규리 “기다려야 하는 직업, 그림이 날 건강하게 했죠”
입력 2022-06-04 07:02  | 수정 2022-06-07 10:48
‘그린마더스클럽’으로 시청자를 만난 김규리. 사진ㅣ강영국 기자
배우 김규리(43)는 연기 갈증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크게 공감하며 손을 맞잡았다. 3년 만의 드라마 컴백, 출연료까지 탈탈 털어가며 캐릭터에 올인했다고 한다.
물고기가 드디어 물을 만나 숨이 쉬어지는 것 같았다”고 감회를 밝힌 그는 희한하게 그림을 그리니까 작품이 들어왔다”며 산고 같았던 긴 기다림의 시간을 표현했다.
최근 북촌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규리는 종영 인터뷰는 처음이다. 이번엔 시원하단 느낌은 없고 아쉽기만 하다”는 말로 작품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전했다.
6%로 종영한 JTBC 수목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극본 신이원, 연출 라하나)에서 그는 예민하고 감수성 짙은 아티스트 ‘아웃사이더맘 서진하부터 자유로운 영혼 프랑스 교포 레아를 넘나드는 1인 2역을 연기했다.
서진하는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지만 부모와 남편, 그 누구로부터 사랑받지 못하는 인물로, 극 초반 죽음을 선택한 비운의 인물이었다. 이후 서진하 남편 루이(최광록 분의) 내연녀 ‘레아로 깜짝 재등장해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그린마더스클럽은 자신의 비밀을 지키기 위한 엄마들의 치열한 심리전으로 긴장감을 선사했다. 사진ㅣ강영국 기자
캐스팅은 뜻밖의 장소에서 이뤄졌다. 내 개인전에 감독님이 직접 찾아오셔서 제의해 주셨다”며 인생이 계획처럼 안 흘러가는데 이렇게 인연이 될 줄 몰랐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저희는 선택하기 보단 기다려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헤~ 하고 있을 때 ‘짠! 하고 다가와 준 작품이죠. 4명은 이미 캐스팅 됐고 마지막에 제가 캐스팅 됐는데 작가로서의 느낌이나 분위기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누가 있을까 고민하다 ‘김규리 어때? 해서 제가 다가와 준 작품이죠. ‘서진아가 겉으로는 보면 다 갖춘 완벽한 여자인데 알고 보면 내적인 결핍이 너무 강해서 스스로를 갉아먹는 불안한 존재예요. 제가 느끼는 인생의 고민이나 전하고 싶은 메시지들을 그림으로 표현하는데, 서진아도 그런 부분에선 맥이 닿아 있는 것 같아요.”
드라마는 초등 커뮤니티의 위험한 민낯과 엄마들의 수상한 관계망을 그리며 몰입감을 불어넣었다. 무엇보다 자신의 비밀을 지키기 위한 엄마들의 치열한 심리전은 쫄깃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드라마에는 타이거맘, 신입맘, 아웃사이더맘, 스칸디맘, 알파맘 등 다양한 엄마 유형들이 등장한다.
결혼도 안 한 미혼이지만, 엄마 역을 연기하는 데는 부담감이 없었다고 한다. 엄마 역은 어렸을 때부터 해서 괜찮다”며 이미지에 관한 것은 고민이 없었다”고 했다.
다른 두 캐릭터를 만들어나가는데 가장 포인트를 준 것은 스타일이었다. 드라마에서 입고 나오는 옷 99%는 직접 준비했다”며 의상에 대한 피드백이 있을 때 칭찬해주는 느낌이 컸다”고 돌아봤다.
진하와 레아는 완전히 달라야 했어요. 진하는 여성스럽고 우아한 느낌으로, 레아는 보이시 하면 어떨까 했어요. 동대문 뛰어다니고 디자이너 선생님들 옷장 다 뒤져보고 해외사이트도 뒤졌죠. 그래도 못 구하면 맞춰 입었고요. 제 출연료를 거기 다 쏟아부었던 것 같아요. 흑흑.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땐 옷, 헤어스타일 모두를 제가 직접 다 했어요. 그런데 세월이 지나면서 분업화 됐는데, 이번에 옛날 방식을 다시 해보니까 3~4배 준비하는 시간은 더 길어졌지만 거기에서 오는 만족감이 컸어요.”
김규리는 결혼도 안 한 미혼이지만, 엄마 역을 연기하는데 부담은 없었다고 했다. 사진ㅣ강영국 기자
‘그린마더스클럽은 상위동 초등 커뮤니티에서 상극으로 첫 만남을 가진 뒤 사사건건 부딪혔던 이은표(이요원 분)와 변춘희(추자현 분)가 갈등을 딛고 끈끈한 우정을 회복하는 과정을 그려내 공감을 이끌어냈다.
김규리는 20년이란 세월을 훌쩍 넘어 재회한 이요원과의 호흡을 묻자 아무 것도 아닐 때부터 친했던 사이라 배우 대 배우로 만났을 때 감회가 새로웠다”고 했다. 현장에서 눈만 보면 웃었다. 따귀를 때리는 장면에서 요원이한테 두려워하거나 주저하지 말고 때리라고 했고, 별 문제 없이 촬영을 마쳤다”고 돌아봤다.
극중 남편으로 호흡을 맞춘 모델 겸 배우 로이(최광록)에 대해서는 얼굴이 너무 작아 항상 앞으로 가라고 했다”며 농담조로 말했다.
호흡 하나에 전체 신의 톤이 달라질 수 있는데, (로이는) ‘이렇게 하면 어때? 물어보면 굉장히 그걸 빨리 받아들이는 친구였죠. 이번 작품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선보였는데, 앞으로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으리라고 믿어요.”
‘그린마더스클럽은 여성들의 우정과 가족애, 엄마들의 이야기도 깊이 있게 다뤘다.
김규리는 현장에서도 같이 얘기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며 민경이와 저만 빼면 모두 엄마들이라 결국 내가 아직 경험하지 않은 여자의 삶을 살고 있으니까 신기하고 존경스럽다”고 털어놨다.
영화 ‘미인도에서 혜원 신윤복을 연기하면서 그림에 입문한 김규리는 한국화 화가로도 활동 중이다. 사진ㅣ강영국 기자
올해 나이 마흔 셋. 그들처럼 엄마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을까. 김규리는 이 질문이 나오자 순리를 따르고 싶지만 대상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웃었다.
인생은 계획처럼 안 흘러가더라고요. 이번 드라마도 인연이 될 줄 몰랐는데 제게 다가와줬잖아요. 막막하긴 하지만 언젠가 인연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김규리는 배우이자 동양화가로도 활동 중이다. 2008년 영화 ‘미인도에서 혜원 신윤복을 연기하면서 그림에 입문한 뒤 한국화 화가로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다. 올해 4월 경기 안산시 김홍도 미술관에서 ‘호랑이를 주제로 작품전을 열기도 했다. 그가 그림에 매료된 이유는 온전히 자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연기할 때는 항상 불안함이 내재되어 있어요. 선택 받기 전까진 주체적이지 못하죠. 그림은 붓만 들면 돼요. 언제든지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면 되죠. 그동안 기회에 목말랐다면 그림을 통해 그 기회를 만들어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 인생이 건강해지고, 풍성해졌다고 해야 할까요. 저는 인생을 건강하게 살아내고 싶고 감사함을 기록하고 싶어요. 내 인생에서 증명해내고 싶기도 하고요. 내가 지내는 사회도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어른으로서 조금이라도 좋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거든요.”
[진향희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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