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목표가 93만원→48만원'…삼성SDI 혹평한 씨티증권에 '소나기 반박'
입력 2022-06-03 17:36  | 수정 2022-06-04 00:34
한 외국계 증권사가 삼성SDI에 대해 혹평을 내놓자 국내 증권사들이 반박에 나섰다. 씨티증권이 낸 '매도(SELL)' 보고서로 삼성SDI에 대한 위기론이 제기된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오히려 지금을 매수 기회로 삼을 만하다는 정반대 의견이 나온다. 해당 보고서에 새롭다고 할 만한 내용이나 관점이 담기지 않은 만큼 추가적인 주가 하락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SDI 주가는 이번주 들어 3.56% 하락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씨티증권이 삼성SDI의 목표주가를 93만원에서 48만원으로 대폭 낮추고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매도'로 변경한 이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같은 기간 다른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각각 1.63%, 6.87% 상승한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씨티증권은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한 이유로 크게 세 가지를 꼽았는데, 이는 △주력인 각형 배터리 경쟁력 약화 △배터리 시장 내 점유율 축소 △배터리업계의 경쟁 심화 등이다. 삼성SDI가 경쟁 업체와 비교해 증설·투자에 보수적으로 임하는 동안 배터리업계 내에서 입지가 훼손됐다는 설명이다. 중국 CATL(닝더스다이)이 삼성SDI를 제치고 BMW에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한다는 소식도 불안감을 키웠다.

하지만 국내 증권업계는 씨티증권의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다. 씨티증권이 보고서를 낸 이후에도 전문가들은 삼성SDI에 대해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번주 들어 발간된 삼성SDI 관련 보고서는 5건으로, 이들 증권사가 제시한 삼성SDI의 목표주가 평균치는 88만4000원이다. 씨티증권이 내놓은 목표주가보다 80% 이상 높다. 목표주가로 92만원을 제시한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씨티증권의 주장에 새로운 내용이 없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권 연구원은 "폭스바겐그룹은 2030년 자사 전기차 배터리의 80%를 각형으로 탑재할 계획으로, 유럽 완성차 업체 중심의 각형 전지 채택이 증가할 것"이라며 "스텔란티스와 미국에 합작법인(JV)을 세우는 등 투자 기조에도 변화가 감지된다"고 설명했다.
메리츠증권은 사업별 가치 합산 평가(SOTP) 방식을 적용해 삼성SDI의 적정 시가총액으로 57조7010억원을 제시했다. 이날 종가 기준 시총인 39조1270억원보다 47%가량 높다.
메리츠증권은 소형 전지·자동차 전지 사업부의 기업가치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V/EBITDA) 멀티플로 13배와 25배를, 에너지저장장치(ESS)·전자재료 사업부에는 25배와 13배를 적용했다. 마찬가지로 SOTP 방식을 활용한 씨티가 에너지솔루션 사업부와 전자재료 사업부에 대해 각각 EV/EBITDA 멀티플로 11.3배와 11.8배를 적용한 것과 대비되는 평가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소형 전지와 전자재료 부문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전고체 등 고부가가치 신제품의 사업화가 이뤄지면 본격적인 주가 재평가도 가능하다"고 짚었다.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에 직격타를 맞은 국내 기업은 삼성SDI만이 아니다. '메모리 반도체의 겨울이 오고 있다'란 보고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를 끌어내렸던 모건스탠리가 이번엔 삼성전기를 비롯한 반도체 기판 업계를 저격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31일 차세대 기판인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공급 부족이 완화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으면서 삼성전기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 축소'로 하향하고 목표가도 17만원에서 14만원으로 낮췄다. 이 여파로 2~3일 이틀간 삼성전기 주가가 3.23% 하락했고 심텍(-11.27%) 대덕전자(-7.92%)도 급락했다.
[강민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