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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상승기 '재테크 황무지'에서 살아남는 법 [WEALTH]
입력 2022-06-03 17:16  | 수정 2022-06-03 19:32
9년 차 직장인 김지훈 씨(34)는 지난 몇 년간 각종 자산가격이 급등하던 중에도 주식·코인을 매입하지 않았던 극히 안정적·보수적 성향의 투자자다. 김씨가 늦게나마 투자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올해 초 삼성전자 주가가 7만원대로 내려앉은 뒤다. 한때 '10만전자'를 바라보던 주가가 더 이상 하락하기는 쉽지 않다고 판단한 김씨는 여윳돈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주가가 6만원대로 떨어지자 김씨는 일과 중에도 수시로 주식차트를 열어보느라 업무에 심각한 지장을 겪고 있다. 5월 들어서는 소액 단타 매매까지 시작했지만 오히려 수익률을 악화시키는 결과만 낳고 말았다.
지난해 말부터 주식·부동산·가상화폐 등 자산시장 전반이 침체기에 빠져들며 자금 운용에 혼선을 겪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지금처럼 길고 가파른 하락장을 처음 경험한 MZ세대가 자산시장에서 차지하는 지분이 커진 탓에 혼란은 더욱 가중되는 중이다.
시중은행의 예금이 증가하는 것도 이런 추세가 반영됐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 4월 말 기준 요구불예금·저축성예금은 각각 528조3031억원과 543조5240억원으로 전년 대비 30조7407억원(6.2%), 31조2461억원(6.1%)씩 상승했다. 불안한 시장 상황 탓에 이자수익을 포기하고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한 통장에 넣어두거나, 연간 3% 수준의 안정적 금리만 노리는 정기예금에 투자하는 수요가 늘어난 결과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때일수록 확실한 정보에 근거해 움직이고, 하루 새 급등락하는 수익률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투자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학수 하나은행 압구정PB센터 팀장은 "비전문가인 개미투자자들은 정보도 제한되고 시장 변동에 실시간으로 대처할 수도 없어 하락장에 특히 취약하다"며 "가끔씩 수익률을 확인할 때마다 심리가 불안해지고, 근거 없는 단타 매매를 늘려 수익률이 더 악화되는 악순환을 방지할 투자철학을 세우는 것이 필수"라고 전했다.
◆ '금리에는 민감하게'

시중은행 PB들은 상대적으로 공개되는 정보량이 많은 금리 변동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몇 년간 인기를 끌었던 주식·코인시장은 개미투자자들이 핵심 정보에 접근하기도 어렵고, 뉴스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예측하기는 훨씬 더 어려운 특성을 지녔다. 반면 시중은행들이 취급하는 예적금·대출상품 금리의 경우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각국 국책은행·정부기관의 정책이 모두에게 공개되고, 이 같은 정보에 근거해 금리가 움직이는 방향을 높은 확률로 예측할 수 있다.
대표적인 공개 정보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이다. 지난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연말 기준금리가 2.25~2.5%로 올라간다고 보는 시장 예측치가 합리적 기대라고 생각한다"고 밝히며 남은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가 연달아 인상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최근 시중은행들은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늦어도 일주일 내에 예적금 상품금리를 올리고 있다. 따라서 금통위 개최 일시를 전후해 예적금 투자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가능한 은행들이 금리를 인상한 뒤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윤석열정부에서 예대마진차를 예의 주시하고 있어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을 무시하고 수신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은 극히 낮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가운데 정기예금 금리가 가장 높은 케이뱅크의 '코드K정기예금'도 기준금리 인상 직후에 6월 1일부터 금리를 최대 0.7%포인트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금리 인상기를 맞아 정기예금 단기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해졌는데, 1년 만기 상품의 경우 금리가 연 2.40%에서 3.00%로 0.6%포인트 올랐다. 1금융권에 비해 높은 이자율을 적용하는 저축은행 예적금에 투자할 때도 금통위 일정을 확인하는 것이 필수다. 저축은행은 1금융권과 경쟁하기 위해 주로 금통위가 열리기 전에 금리를 인상하는 추세다.
대출상품 금리의 경우 예적금 금리에 비해서는 변동을 예측하기 어렵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일정 정도는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은행들이 취급하는 대출상품 금리는 은행연합회가 발표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나 금융채 금리에 연동되는데, 여기에 가장 직관적 영향을 끼치는 것이 미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기 때문이다. 미국 역시 오랜 기간 이어진 저금리 시대를 마무리하고 기준금리 급등을 예고하고 있어 연준의 주요 일정이 다가오면 한국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도 덩달아 뛰어오르는 양상이 반복되는 중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통상 대출원금 규모가 억 단위인 탓에 대출 시점이 하루 달라지면 연간 이자부담액 차이가 수백만 원에 달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주택 계약 시점을 마음먹은 대로 조절하기는 쉽지 않지만, 가용한 수단을 최대한 동원해 금리 변동을 예측하고 계약 시점도 맞춰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 '시장에는 둔감하게'

올해 들어 기록적인 하락세를 보인 주식·코인시장에서는 그나마 하락폭이 덜한 투자자들이 성공적 투자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럼에도 주식 매입을 계획하고 있는 개미투자자들에게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내놓는 조언은 시장 변동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예적금이나 대출 상품을 이용할 때는 관련 정보를 끌어모아 금리 변동에 최대한 민감하게 대처해야 하지만, 대처하기 어려운 주식시장 변동은 가능한 한 안정적 투자처를 선택한 뒤 둔감하게 대응하는 전략이다. 김형리 NH농협은행 NHAII100자문센터 팀장은 "펀드 투자 수요가 있는 고객들에게는 전 세계 상장지수에 분산 투자해 안정성을 최대한 끌어올린 EMP펀드를 추천하고 있다"며 "현재 주식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투자자가 과도한 변동성을 회피하고 낮게나마 안정적 수익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재산 신한은행 PWM여의도센터 PB팀장은 "과도한 수익 목표를 설정해 무리한 투자를 하지 않고, 적정수익을 거두면 자동으로 현금화하는 전략을 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전했다.
보유 종목 수를 줄여야 한다고 조언하는 전문가도 있는데, 시장 상황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아야 한다는 취지는 동일했다.
한수연 우리은행 TCE강남센터 PB팀장은 "현시점에는 월별로 일정액을 적립식으로 투자하고, 개별 종목보다 전문가들이 관리해주는 펀드 위주로 매입해 안정성을 끌어올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 금리 인상·물가 급등에 과도한 베팅은 무리

시중은행 PB들은 당분간 전 세계적으로 금리·물가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이 확정적인 만큼 이 같은 시장 변화에 베팅하는 상품 투자를 문의하는 고객들도 있다고 전했다. 채권금리가 높아지거나 각종 현물가격이 오를수록 이득을 보도록 설계한 상품에 투자하면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된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금리·물가 추세가 이미 관련 상품에 충분히 반영돼 있어 현시점에 수익을 보기는 쉽지 않다고 경고했다. 김학수 팀장은 "금리·물가에 대한 전망은 올해 1월부터 나오던 이야기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며 "시장이 예측하지 못한 수준의 변동성을 가져다줄 뉴스가 추가돼야 수익을 낼 수 있을 텐데, 나토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을 결정한다는 수준이 아니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덕분에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의 수익률은 상승세인 것으로 전해졌다. ELS는 주가지수나 특정 종목 가격이 미리 설정해둔 일정 범위 내에서만 움직일 경우 투자자가 수익을 보는 구조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기초자산 가격이 손실 범위에 도달했던 사례가 일부 있지만 이런 경우에도 투자자에게 최종적으로 손실이 적용되려면 몇 가지 요건이 더 갖춰져야 한다"며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증권사가 현재 시장의 변동성을 반영해 제시한 높은 수익률을 누리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용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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