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CNN 비즈 "1·2차 오일쇼크보다 더 심각한 에너지 위기 빠질 수도"
입력 2022-06-03 15:13  | 수정 2022-06-03 15:47
유전 / 사진=연합뉴스
미국 휘발유 가격 지난해 대비 52% 상승 등 에너지 가격 급등
"수년간 화석 에너지 투자 급감…팬데믹 후 경기회복해 에너지 수요는 급증"
화석 에너지 투자 감소 원인에 "기후위기 압력, 불안정한 유가"
전 세계가 1970~1980년 초반에 겪었던 '오일 쇼크' 수준 또는 이보다 더 심각한 최악의 에너지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CNN 비즈니스가 현지 시각으로 어제(2일) 전했습니다.

현재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작년 대비 52% 상승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천연가스 가격의 경우 1년 사이 거의 3배가 됐습니다.

그나마 세계 최대 산유국 가운데 하나인 미국은 나은 편이며, 유럽은 천연가스 가격이 급격히 상승한 탓에 공장이 문을 닫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유럽이 이번 겨울에 가스 배급제를 도입해야 할 정도로 위기가 심각하다고 염려하고 있습니다.



CNN비즈니스는 이러한 에너지 가격 급등의 원인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 부족으로도 분석할 수 있지만, 전쟁이 에너지 위기를 앞당긴 것일뿐 이미 예고됐던 일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온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 수년간 화석 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급격히 하락한 상황 속 팬데믹 이후 경기 회복으로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이 치솟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국제에너지포럼(IEF)에 따르면 작년 기준 전 세계 석유 가스·분야에 대한 투자는 341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424조원이었습니다. 이는 펜데믹 이전인 5250억 달러(약 652조원)보다 23% 적고, 최고치였던 2014년 7000억 달러(약 869조원)의 절반 수준입니다.

해당 매체는 "화석 에너지 산업에 대한 투자가 부족했던 것은 이 분야에 투자하지 말라는 정부, 시민단체의 압력과 화석 연료의 불안정한 미래, 수년간의 변덕스러운 유가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글로벌 상품 책임자 프란시스코 블랜치는 해당 매체에 "탄소 배출을 감소시켜려는 움직임이 투자를 위축시킨다. 이는 가격 변동성을 키우고 공급을 더 어렵게 만든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제라도 화석 연료와 관련한 투자를 늘리면 될 것 같지만, 에너지 증산으로 이어질 때까지는 수년의 시간이 소요돼 이제 막 시작된 에너지 가격 상승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CNN 비즈니스는 내다봤습니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최근 독일 주간 슈피겔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석유 대란과 가스 대란, 전력 대란을 한꺼번에 경험하고 있다"며 "이번 위기는 1970~1980년대 오일쇼크 때보다 더 크고 아마 더 오래 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오일 쇼크는 1970년대 세계 경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원유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 속 제4차 중동전쟁, 이란 혁명,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 등으로 공급이 부족해지며 에너지 가격이 급등, 전 세계가 경기 침체에 빠졌던 사건을 말합니다.

CNN비즈니스는 이제라도 화석 연료에 대한 투자를 다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셉 맥모니글 IEF 사무총장은 각국 정부가 투자자에게 화석 연료에 투자해도 괜찮으며, 오히려 세계 경제와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주장을 펼쳤습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에너지 고문이었던 제이슨 보르도프도 "기후 위기에만 집중하면 물가 급등과 사회 불안으로 이어져 오히려 기후 행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멀어지게 할 수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외교적 방법도 존재합니다. 러시아가 전쟁을 끝내고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거나 이란 핵협상 복원, 산유국의 증산 합의 등이 공급 부족 상황의 돌파구가 될 수 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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