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나는 출근하는데 쟤는 재택근무"…근무제 변경에 직원들 반응은?
입력 2022-06-03 14:18 
[박형기 기자]

포스트 코로나를 맞아 일부 기업들이 근무제 변경에 나서고 있다. 지난 2년여 동안 재택근무가 자리 잡았다고 보고 이를 공식화 하는 회사가 있는가 하면, 다시 출근하는 회사도 속속 생기는 추세다. 이에 따른 직원들 반응도 제각각이다.
◆ 재택근무 정례화 VS 사무실 복귀…이른 결정에 번복도


[매경DB]
3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다음달부터 새로운 방식의 원격근무제에 돌입하기로 했다. 지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동안 재택근무를 시행해오면서도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결과다. 회사 출근을 선택할 수 있게 해 직원들의 근무 자율성을 높였다.
반면 LG전자, 포스코,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엔씨소프트, 넥슨 등은 사무실 출근 비중을 높이거나 전면 출근으로 돌아간다. 금융권도 대부분 재택근무를 종료했다.
이를 위해 LG에너지솔루션은 공유오피스 기업과 손잡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거점 오피스 23곳을 마련하고, 직원들이 가까운 곳으로 출근해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 SK텔레콤도 서울, 일산, 분당 등에 거점형 오피스를 구축해 임직원의 출퇴근시간을 줄였다. 다음달엔 워커힐 호텔에서 일과 휴식을 함께 하는 '워케이션' 콘셉트의 거점 오피스를 추가로 연다.
잡코리아가 지난달 재택근무 시행 경험이 있는 기업 395개사를 대상으로 '코로나 엔데믹 전환에 따른 재택근무 유지 계획'을 조사한 결과, 기업 10곳 중 4곳에 해당하는 46.8%가 "사무실 출근으로 전환한다"고 답했다.

반면 '현재처럼 재택근무를 계속 유지한다'고 답한 기업은 34.9%였으며,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응답한 기업은 18.2%였다. 재택근무를 유지하는 기업보단 사무실 출근으로 복귀하는 기업이 상대적으로 많은 셈이다.
직원들의 반응은 다소 엇갈린다. 이미 재택근무에 익숙해져 집에서 일하는 게 편하고 출퇴근에 드는 에너지를 일에 쏟아 생산성도 높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집에선 아무래도 집중하기 어렵다거나 원격근무 시스템 등 통제요소가 많아 오히려 마음이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다.
카카오가 메타버스(가상공간)에 출근하는 새로운 근무제도를 내놨다가 하루만에 "세부안은 투표 후 결정하겠다"며 번복한 것도 이 때문이다.
카카오는 업무시간 동안 음성채널로 직원들이 실시간 연결되고 집중근무시간(코어타임)도 운영하기로 했다가 직원들로부터 강한 질타를 받았다.
신사옥까지 열었음에도 재택근무를 원하는 직원들이 많자 전면 재택과 일부 출근을 직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한 네이버도 새 근무제를 시행하기까지 많은 고민과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면 출근제를 선택한 넷마블의 방준혁 의장은 올해 초 간담회에서 "코로나19와 재택근무 영향으로 게임 개발에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유기적 연결이 중요한 게임 개발 과정에서 재택근무 상황이 어려웠음을 토로해 근무제 방향을 두고 기업간 고민은 상당히 컸던 것으로 보인다.
◆ "재택할 거면 나오지마" VS "출근하면 회사 관둘래" 미국서도 골치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해외 기업도 비슷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AP통신에서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재택근무에서 출근으로 전환한 미국인 10명 중 4명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답했지만, 일부 회사는 강력하게 출퇴근제를 밀면서 핵심인력이 퇴사까지 일까지 발생했다.
미국 전기차 제조기업 테슬라와 민간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Z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양사의 임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사무실 출퇴근체제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그는 테슬라 임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원격근무를 원하면 최소 주 40시간을 사무실에서 일하거나 아니면 테슬라를 떠나야 한다"며 "이는 공장 노동자들에게 우리가 요구해온 것보다 적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어 스페이스X 측에도 "내가 공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이유는 생산라인에 있는 사람들에게 함께 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스페이스X는 오래 전에 파산했을 거다. 연차가 높을수록 존재감이 드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애플은 지난 4월부터 일주일에 하루는 출근하도록 근무 정책을 바꾼 뒤 지난달 중순부터는 주 3회로 출근 일수를 늘렸다. 이 같은 근무제도 변경에 직원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애플의 머신러닝 개발을 진두지휘해온 이안 굿펠로우가 구글로 이직까지 했다.
◆ 인재채용 어려운 스타트업엔 기회 돼


[매경DB]
일각에서는 재택근무 제도가 스타트업 등 신생 회사에게 사무 공간 대여 비용 등을 줄이고 직원의 이직을 막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종합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주 3일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으며, 인공지능(AI) 기반 동영상 후기 서비스인 '브이리뷰' 운영사인 인덴트코퍼레이션은 리모트 워크 시스템으로 시간이나 공간적 제약 없이 업무가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지난해엔 제주도에 워케이션 전용 사무실인 '제주 힐링 오피스'를 열었다. 사전 신청한 직원들은 이 독채 건물에서 머무르거나 일할 수 있다.
채용 관계자는 "연봉은 물론 근무환경도 2030세대에겐 직업 선택과 이직에 있어 필수 고려사항이 되고 있다"며 "재택근무든 회사 출근이든 직원들에게 어떤 '당근'을 줄 수 있냐가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주효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배윤경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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