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사채 공시 나오고 3일째 빠지고 있는데, 주가가 그나마 잘 버틴다고 좋아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경영을 잘 해서 돈을 벌어 빚갚을 생각을 해야 한다. 전환사채 발행은 주주들한테 손실을 전가하는 것이다."
한 포털 사이트 CJ CGV의 종목토론방에 올라온 글들이다.
대표적인 엔데믹(풍토병화) 수혜주로 꼽히는 CJ CGV의 주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방역 수칙 해제와 대작 개봉으로 영화관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회사측에서 갑자기 4000억원에 달하는 전환사채(CB)를 찍겠다고 발표하면서 주가에 찬물을 끼얹었기 때문이다.
3일 오후 1시 20분 현재 CJ CGV는 전일 대비 700원(2.59%) 내린 2만6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날까지 CJ CGV 주가는 2만5900원에서 2만6600원까지 1.54%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 30일 8.11%나 상승했지만 이후 31일 -1.25%, 2일 -2.35%, 이날 -2.59% 등 사흘 연속 하락하면서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2위의 영화관 메가박스를 운영하는 콘텐트리중앙의 주가가 이번 한주 10.94%나 상승한 것과 대비된다. 다른 영화 관련 기업 NEW는 14.40%, 쇼박스는 9.11% 올랐다.
2년이 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에서 한칸 띄워앉기, 영업시간 제한, 영화관 내 취식 금지 등 각종 방역 조치들로 영화계는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CJ CGV의 지난해 매출액은 7363억원으로, 코로나 직전인 지난 2019년 1조9422억원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2019년 1219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20년 -3886억원, 지난해 -2414억원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영화관에 대한 방역조치가 모두 해제된데다 대작들이 잇따라 개봉하면서 영화관에 다시 사람이 몰리고 있다. 지방선거 투표일이었던 전날 하루 동안에만 전국에서 145만7000명이 영화관을 찾았다. 이는 지난 2020년 4월 한달 동안의 관객수보다 많은 숫자다. 지난 5월 한달 동안의 총 관객수는 1455만 명으로 팬데믹 직전인 2020년 1월 1684만 명 이후 28개월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마동석이 주연한 '범죄도시2'는 이날까지 관객수 763만명을 넘어서면 1000만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블록버스터 영화인 '탑건2'를 비롯해 칸 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한 '헤어질 결심', 배우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브로커' 등도 이달 중 개봉을 앞두고 있다.
CJ CGV와 콘텐트리중앙의 최근 5일간 주가 추이 [사진 출처 = 구글 파이낸스]
긍정적인 영업 환경에도 CJ CGV 주가만 유독 부진한 것은 지난달 31일 나온 전환사채 발행 공시 때문이다. CJ CGV는 1600억원 규모 채무상환자금과 2400억원 규모의 운영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후순위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환사채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첨부된 채권을 말한다.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의 주당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악재로 여겨진다. 이번 CJ CGV가 발행한 전환사채가 모두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CJ CGV의 발행주식수는 26.33%나 증가하게 된다. 여기에 이미 CJ CGV는 2238억원의 미상환 전환사채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이번에 발행할 전환사채의 전환가액은 2만7400원이다. 이는 전환사채 보유자가 2만7400원을 내면 CJ CGV 주식 1주를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주가가 전환가액을 넘어서게 되면 전환사채의 주식 전환에 따른 물량 부담이 주가를 억누를 가능성이 있다.
정지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금리인상으로 인한 이자비용 부담에 따라 전환사채 발행으로 차입금 일부를 상환할 것으로 추정되며, 최근 극장수요 회복에 따른운영 자금으로도 일부 활용될 것으로 예상한다"라면서 "전환사채 규모가 현재 시가총액의 약 35%에 달하는 만큼 단기 투자심리에는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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