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6·1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뒀지만 '겸손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 혁신위원회' 출범을 예고하며 2년 뒤 총선을 벌써 준비하는 모양새다. 이준석 대표는 광주를 찾아 감사인사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3일 매경닷컴과의 통화에서 "현재 당내에선 당 혁신위원회 관련 방향성이 정해진 거 같다"며 "위원회 설립과 위원구성 등 전체적인 것들은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당은 지방선거에서 '완벽히 이겼다'는 분위기는 아니다. 그래서 '겸손모드'로 가고 있다"며 "긴장하지 않으면 언제든 야당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에 전열을 가다듬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거 성적표는 국민들께서 주시는 거고, 총선을 위해서 뛴다기보다는 공약 발표·실천까지 챙기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지선 후 '자중지란'에 빠진 더불어민주당보다 먼저 '혁신 이슈'를 선점하는 모습이다. 차기 총선을 준비하는 동시 당 개혁 이미지를 굳히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즉시 당차원에서 '혁신위'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거뒀으나, 당이 개혁해야 할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혁신위원장으로 감사원장 출신인 최재형 의원을 내정했다. 혁신위원들은 '개혁 성향'이 뚜렷한 인물 중심, 총 9명으로 꾸릴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이르면 다음 주 중으로 혁신위를 띄울 예정이다.
지난 4월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지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된 최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개인의 힘에 좌우되지 않고 새로운 인물들이 많이 들어올 수 있는 예측 가능한 공천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이 그간 여러 위기를 겪으면서 이름도 바꿨지만, 당의 기본적인 내부 체질 개선이 부족하지 않았냐고 생각했는데 결국은 공천시스템 문제"라며 "그 부분에서 중점적으로 한번 고민해 보고 개혁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어떤 안이 나올지는 논의해야겠다"고 덧붙였다.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오전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인근에서 광주 시민들을 상대로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전날 치러진 제8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광주에서 처음으로 광역·기초 비례의원이 당선됐다. [사진 = 연합뉴스]
이준석 대표는 지선 이틀 차인 전날에 광주를 찾아 "더 열심히 정진하겠다"며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이 대표는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에서 "이번에 광주와 전남, 전북 모두 광역단체장 득표율이 대선 대비 눈에 띄게 향상됐다"고 말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주광역시장·전남도지사·전북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들이 모두 득표율 15%를 넘겨 역대 최고 득표율은 얻은 데 대한 감사 인사다. 이 대표는 "'서진(西進) 정책'이라는 표현을 쓸 때마다 저는 그렇게 정치공학적으로 바라보고 싶지 않다"며 "역사와 진솔한 대화를 통해 집권 여당으로 도리를 다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광주에서 저희도 기초의원, 광역의원들이 배출되는 그런 상황"이라며 "책임질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올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앞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42주기 기념식에 참석했으며, 지난 3월 대선 직후에도 광주를 찾은 바 있다.
[변덕호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