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집값 급등하면 공시가 인상 늦춘다…사실상 보유세 감면
입력 2022-06-01 22:34  | 수정 2022-06-02 03:30
국토교통부가 올해 11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에 대한 보완 방안을 내놓기로 하면서 주택 보유세 부담이 완화될지 주목된다. 사진은 고가 주택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전경. [매경DB]
윤석열정부가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산정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에 대한 개편 방안을 올해 11월까지 내놓기로 했다. 문재인정부가 추진했던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으로 인해 세금 부담이 지나치게 가중됐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공시가격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최근 2년처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거나 경제위기 같은 외부 충격이 있을 경우 공시가격 현실화율 적용을 보류 또는 연기한다는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2일부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재검토와 공시제도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 절차에 착수한다고 1일 밝혔다. 기존 로드맵보다 현실화율 제고 속도가 늦춰질 것으로 예상되는 새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은 당장 내년도 공시가격 산정부터 적용된다.
이날 국토부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이 형평성 회복 등을 목표로 추진됐으나, 계획 이행 과정에서 국민 부담이 가중됐다는 문제가 제기됐다"며 "(연구용역을 통해) 기존 현실화율 목표치(90%)와 목표 달성 기간(5~15년)에 대한 수정·보완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현실화 목표치를 하향 조정하거나, 목표 달성 기간을 더욱 늦추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현행 로드맵은 주택 금액과 유형에 따라 시세 90%에 도달하는 시기가 상이하다. 국토부는 연구용역을 통해 11월까지 새로운 현실화 계획을 수립하고 2023년 공시가격부터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지방자치단체 역할 확대 방안, 공시가격 산정 체계 등 기존 공시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진행하기로 했다.
"공시가 인상 속도 늦춰 부동산 세금폭탄 줄인다"

국토부, 공시가 개편 착수

현실화율 로드맵 논란 커지자
새 정부, 사실상 전면 수정키로

지자체에 공시가 권한 부여해
중앙정부 독점권한 견제 나서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착수한 것은 기존 현실화율 로드맵에 따른 공시가격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국민 부담이 가중됐다는 비판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했던 공시가격 조사와 조정에 대해 지방자치단체도 참여해 권한을 행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제주도지사 시절 국토부가 주도했던 공시가격 책정이 잘못됐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는데,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조치로 보인다.
1일 국토부 관계자는 "2020년 현실화 로드맵 수립 당시에는 시세 불변을 가정하고 현실화 목표를 세웠다. 시세는 변함이 없고 현실화율만 올렸을 때 어느 정도 세 부담이 있을지만 고려했다"면서 "그러나 최근 2년간 집값이 너무 많이 올라 국민 부담이 커졌다"고 개편 배경을 설했다. 국토부는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공시가격 현실화 제고율 속도를 늦추는 세부적인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시세의 90%'로 설정돼 있는 현실화율 목표 자체를 낮추고 목표 달성 시기를 더 연기하는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예정이다. 개선안은 내년 공시가격부터 반영된다.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탄력적 조정장치' 도입 여부를 검토하는 이유 역시 급격한 세 부담 증가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탄력적 조정장치란 집값의 급등 또는 급락기 상황이 오면 그해에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과 같은 코로나19 상황이라든지, 경제위기 발생 시에는 수정된 현실화 계획이라 할지라도 조금 탄력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탄력장치를 작동하는 세부 요건과 절차는 연구용역을 통해 검토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존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대한 비판은 세 부담 증대 때문만은 아니었다. 공시가격이 크게 뛰면서 복지 혜택을 박탈당하는 사례도 흔하게 발생해 왔다. 지난해 말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국회 업무보고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49만4408명이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뒤 꾸려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목표 현실화율을 80%로 낮추고, 현실화율 달성 연도를 2030년 이후로 늦추는 방안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이번 연구용역에서는 부동산 유형별·금액대별로 목표 현실화율 달성 시기가 상이했던 부분도 개편될 전망이다. 이는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온 부분이다. 부동산 유형의 경우 토지는 매년 약 3%포인트씩 올려 2028년에 시세의 90%까지 도달하고, 주택은 단독주택이 2035년,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2030년까지 목표 현실화율(90%)을 달성하도록 설계됐다.
주택은 고가(高價)공동주택일수록 목표 달성 시기가 앞당겨져 있다. 공동주택은 공시가격 상승 속도가 더 빠르다. 시세 9억원 미만은 2030년까지 10년간 매년 2%포인트씩 현실화율을 인상하지만, 9억~15억원 공동주택은 매년 3%포인트씩 올려 2027년, 15억원 이상 고가 주택은 2025년까지 공시가격을 시세의 90%에 맞춘다는 계획이었다. 비싼 집을 보유할수록 공시가격이 오르는 속도가 빠른 셈이다. 전동흔 법무법인 율촌 고문은 "고가 주택과 저가 주택으로 구분하고 이에 대한 인상 폭을 미리 정해 공시가격을 인상하는 것 자체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과 평등의 원칙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유형별·가격별·지역별 균형성을 맞추기 위함이었으나 조금 더 정교하고 치밀하게 분석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시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 방안도 이번 연구용역에 포함됐다. 이 중에는 국토부가 독점하고 있는 공시가격 조사·산정·결정·감독 등 독점적 권한을 지자체에 일부 이양하는 방안 등이 검토된다. 공시가격을 활용하는 67개 행정제도에 대해 공시가격이 아닌 다른 가격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지도 살펴볼 예정이다.
[연규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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