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정부 기관이 군비 지출을 늘리는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재 일본 방위비의 2배 이상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31일(현지시간)일본 방위성 산하 방위연구소는 자체 보고서인 2022년판 '동아시아 전략개관'을 발표했다. 보고서는 일본이 중국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서는 올해 방위비의 2배에 달하는 10조엔(약 100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본 방위성 산하기관이 방위비 수준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위연구소는 보고서에서 2000년까지만 해도 일본과 중국의 방위비 지출 규모는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2020년 이후부터 중국의 방위예산 규모가 일본을 4배 이상 압도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본이 중국에 대해 억지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10조엔 이상으로 방위비를 증액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자민당은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방위연구소는 구체적으로 세계 각국의 군대가 교범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군사 원칙인 '3대 1 원칙'(공격하는 쪽이 방어하는 쪽 보다 병력이 3배 이상 많아야 한다는 원칙)을 언급했다. 이 원칙과 중국의 국방비 증액 추세 등을 고려할 때 산출된 일본의 방위비 규모는 연간 10조엔 이상이 된다는 것이다.
방위연구소 측은 아사히 신문에 "(일본사회에서) 방위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사실에 근거한 논의는 거의 없다. 일본 주변국 국방비와의 비교, 또 다른 예산들과의 비교치를 데이터로 제시해 보다 사실에 근거해 판단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일본 방위연구소는 일본 주변의 안보상황을 분석하는 '동아시아 전략개관'을 매년 발행하고 있다. 다만 올해 전략개관은 "일본 정부 혹은 방위성의 공식 견해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라는 단서를 달았다
일본은 1976년 미키 다케오 전 총리가 군사대국화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방위비는 GDP의 1% 미만으로 제한한다'는 원칙을 천명한 바 있다. 비록 이 원칙은 1987년 공식적으로 폐기됐지만, 이후에도 일본의 방위비 지출은 대체적으로 GDP 대비 1%수준을 유지해왔으며 현재까지 방위비 예산을 책정하는 상한선으로 작용해왔다.
하지만 일본 자민당은 오랫동안 안보 변화를 이유로 방위비 예산 증액을 주장해 왔고, 최근에도 5년내 방위비를 GDP의 2% 이상으로 속히 늘릴 것을 제언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지난달 23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방위비를 상당 부분 증액 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는데, 바이든 대통령도 지지 의사를 밝혔다.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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