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실현 가능성이 낮은 공약이 제시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야 두 후보는 '초박빙' 상황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무리수 공약'을 던지는 모습이다. 후보들의 '자극적인 공약'에 유권자들은 정치적 피로도만 더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6·1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가 31일 인천시 계양구 임학역 인근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유세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인천 계양을 두 여야 후보가 '이전 공약' 대결을 펼치고 있다.윤형선 국민의힘 후보는 지역 발전을 저해하는 '귤현역 탄약고'를 이전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후보는 "계양구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은 귤현역 탄약고 이전 문제"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계양 발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1년 이내에 탄약고 이전과 관련된 청사진을 제시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후보는 탄약고 이전 공약을 반드시 이행하겠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귤현역 탄약고 이전'의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진 않았으나, 중앙당의 협조로 충분히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계양구와 서구에 걸쳐서 민간인이 없는 수십만 평의 군사 부지가 있다"며 "어느 지역이라고 특정 지어 말할 수는 없지만, (탄약고를) 이곳에 깊숙이 지하화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앙당에서도 공약 실천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국방부와 협력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31일 인천시 남동구 모래내 시장을 방문해 인천발전 기자회견을 한 뒤 시민들에게 하트를 그려보이고 있다. [사진 =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후보는 지역 발전의 걸림돌로 '김포공항'을 꼽았다. 계양이 공항과 가까이 있다 보니 고도 제한 문제 등으로 개발 여건이 한정돼 있다는 주장이다.이 후보는 "인천 계양은 교통의 요지이고 미개발 토지도 많다. 하지만 김포공항에 따른 고도 제한 때문에 산업시설이나 기업들이 들어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봤다. 그는 "비행기 운행 시 발생하는 탄소문제 등으로 국내 단거리 항공편은 폐지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며 "김포공항을 이전하고 강서지역과 김포지역, 계양을 엮어서 강남에 버금가는 새로운 강서 대개발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 두 후보는 서로의 공약을 향해 "실현 가능성이 작다"며 공세전을 펼쳤다.
이 후보는 윤 후보의 '탄약고 이전' 공약에 "경기도 안양에서도 같은 문제가 있어 검토했지만 수십만 평의 군사 규제를 받는 탄약고를 어디서 좋다고 받을까. 받을 곳이 있으면 바로 옮긴다"며 "대안도 없이 말씀하는 것은 옳지 않고 이전장소가 어딘지 말해야 한다. 확보하지 않고 말 안 하는 것은 국민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귤현역 탄약고 문제는 실제 실행이 불가능하다"며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은 현대화하고 지하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무조건 주장하고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태도는 정치인으로서 옳지 않다"며 "그래서 공약 이행률이 낮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윤 후보도 이 후보의 '김포공항 이전' 공약에 대해 "김포공항 이전은 주민들의 민원도 있고 해서 2년 전 총선 때도 진지하게 고민했던 문제"라면서도 "하지만 10년 이내는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분당에서 도망 오신 분이 말도 안 되는 아무 말 잔치, 책임 없는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곳 계양에 있지도 않을 분이 30년 후에도 할까 말까 하는 공약을 남발한다"고 덧붙였다.
두 후보의 '이전 공약' 힘겨루기에 장성철 정치평론가는 지난달 31일 매경닷컴과의 통화에서 "당선되기 위해서 이것저것 다 던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평론가는 "투수의 폭주 같은 것이다. 자책골 같은 것"이라며 "이재명 후보의 경우 지난 대선 때 '김포공항이 강서구의 재산이다' 이런 식으로 말씀하셨는데 3개월 뒤에 이전시키겠다는 것이 정치인으로 비판받아야 마땅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형선 후보의 탄약고 이전 공약은 국방부와 협의해 옮길 수 있는 대체 부지를 명확히 확보해야 신뢰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두 후보가 공약의 실현 가능성과 타당성 여부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자극적인 공약만 던지면 유권자들이 관심 가질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라며 "실현 가능성 유무는 주민들이 판단할 몫"이라고 덧붙였다.
[변덕호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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