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팬(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딛고 한국에서 부활한 유니클로가 가격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원자재값, 물류비 등의 인상으로 패션기업이 줄줄이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가운데 유니클로도 예외가 아닐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0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유니클로 가격 인상설의 시작은 일본 야나이 타다시 유니클로 회장의 입이었다. 그는 지난달 "원재료 가격이 2배, 심한 것은 3배까지 올랐다. 현재 가격으로 파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히면서 가격 인상 계획을 시사했다.
판매가 인상 요인은 분명하다. 올 들어 의류 제작에 가장 많이 쓰이는 면, 폴리에스테르 등 의류 원부자재 가격이 크게 올랐다. 뉴욕 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미국산 면화 선물 가격은 1년 전인 지난해 5월보다 약 100% 올랐다. 인건비와 물류비 역시 약 15~20% 상승한 상태다.
이에 따른 패션업계 가격 인상은 올해 초부터 이어져왔다. 지난 2월 스포츠 브랜드 아식스가 '조그 100' 시리즈 11종의 가격을 17% 인상했고 반스, 크록스, 아디다스 등이 신발 가격을 연달아 올렸다. 글로벌 SPA 브랜드인 자라는 올해부터 의류 가격을 10% 내외로 올렸고 국내 패션기업인 무신사, H&M, BYC, 코오롱FnC 등도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유니클로 역시 당장은 아니더라도 올 하반기 전에 인상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있다. 유니클로 측은 "아직 공식적으로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고 밝혔지만 업계는 지난해 말~올해 초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반영될 올 가을·겨울 시즌부터 제품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유니클로와 같이 중저가 옷을 대량 생산해 판매하는 SPA 브랜드는 제품 가격이 저렴해 원자재값 상승 영향을 크게 받는다.
한편 2019년 시작된 노재팬(일본 제품 불매 운동)으로 한국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던 유니클로는 최근 들어 실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2020 회계연도(2019년 9월~2020년 8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적자로 돌아섰으나 2021 회계연도(2020년 9월~2021년 8월)에는 매출 5824억원, 영업이익 529억원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글로벌 고가 브랜드와 협업한 한정판 제품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유니클로는 지난해 10월 일본 브랜드 '화이트 마운티니어링'과 협업한 데 이어 같은해 11월 독일 디자이너 질샌더와 손잡고 '+J' 제품을 내놨다. 이달 중순에는 명품 브랜드 마르니와의 협업 컬렉션을 출시, 오픈런 현상을 일으키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하린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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